FASHION

디올·불가리·쇼메 시계와 닮은 한국 근현대 건축 찾기

공간을 짓는 시선으로 시계를 읽다. 건축 여행 작가 김예슬의 해석으로 포착한 두 세계의 교집합.

프로필 by 박소은 2026.08.02
건축가 김중업, 서산부인과의 계단.

건축가 김중업, 서산부인과의 계단.

기요셰 솔레이 마감을 더한 블랙 오팔 다이얼, 뱀 머리 형태의 곡선형 케이스가 특징인 세르펜티 투보가스 워치는 1천30만원, Bvlgari.

기요셰 솔레이 마감을 더한 블랙 오팔 다이얼, 뱀 머리 형태의 곡선형 케이스가 특징인 세르펜티 투보가스 워치는 1천30만원, Bvlgari.

세르펜티의 유려한 곡선은 사람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감싸안는 김중업 건축의 곡선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서산부인과의 계단은 단순히 기능적 동선을 넘어 몸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선처럼 흐른다. 생명이 탄생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끊임없는 재생과 영원함을 상징해 온 세르펜티의 미학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건축가 이광노, 국회의사당.

건축가 이광노, 국회의사당.

스몰 세컨드와 18K 골드의 슬림한 블랙 오픈 팁 아워와 미닛 핸즈가 돋보이는 히스토릭 아메리칸 1921 워치는 6천9백50만원, Vacheron Constantin.

스몰 세컨드와 18K 골드의 슬림한 블랙 오픈 팁 아워와 미닛 핸즈가 돋보이는 히스토릭 아메리칸 1921 워치는 6천9백50만원, Vacheron Constantin.

바쉐론 콘스탄틴의 균형 잡힌 다이얼은 국회의사당의 대칭적 입면을 떠올리게 한다. 건축가 이광노는 돔과 열주, 수평으로 이어지는 매스를 통해 권위를 건축으로 구현했다. 절제된 비례와 완벽한 균형 안에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을 담아낸 바쉐론 콘스탄틴의 시계처럼.



건축가 존 레지널드 하딩 · 실내 디자인 리처드 골번 로벨, 덕수궁 석조전의 계단 난간.

건축가 존 레지널드 하딩 · 실내 디자인 리처드 골번 로벨, 덕수궁 석조전의 계단 난간.

블랙 아벤추린 글라스 다이얼에 래커로 마감한 블랙 골드 다이얼을 더한 레인 드 네이플 8925 워치는 가격 미정, Breguet.

블랙 아벤추린 글라스 다이얼에 래커로 마감한 블랙 골드 다이얼을 더한 레인 드 네이플 8925 워치는 가격 미정, Breguet.

1810년 나폴리의 여왕 카롤린 뮈라의 주문으로 탄생한 세계 최초의 손목시계다. 덕수궁의 석조전 역시 대한제국 황실이 서양의 생활양식과 미감을 받아들여 지은 황제의 공간. 특히 석조전 철제 난간을 따라 흐르는 우아한 곡선은 왕실의 일상을 위해 탄생한 ‘레인 드 네이플’ 특유의 유려한 실루엣과 맞닿아 시대를 초월한 품격을 전한다.



조광호 신부, 구 경성역(문화역서울284)의 천장 유리화.

조광호 신부, 구 경성역(문화역서울284)의 천장 유리화.

18K 화이트골드에 69개의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하이 주얼리 커프 워치는 가격 미정, Piaget.

18K 화이트골드에 69개의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하이 주얼리 커프 워치는 가격 미정, Piaget.

건축이 빛으로 공간을 빚어낸다면, 피아제는 빛으로 시간을 완성한다. 구 경성역의 유리화를 현대적으로 복원한 조광호 신부의 작품은 태극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색과 원을 펼치며 강강술래를 하는 것처럼 천장을 물들인다. 푸른 다이얼을 중심으로 반복되는 원형 구조와 빛 반사를 담아낸 피아제의 시계 역시 빛과 형태가 만들어낸 조형미를 손목 위에 구현했다.



서양화가 고희동, 고희동미술관의 마름모 창. 아이코닉한 까나쥬 패턴의 라 디 마이 디올 타임피스는 가격 미정, Dior Timepiece.

서양화가 고희동, 고희동미술관의 마름모 창. 아이코닉한 까나쥬 패턴의 라 디 마이 디올 타임피스는 가격 미정, Dior Timepiece.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이 설계한 그의 집은 전통과 근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이곳의 보존을 바라는 시민들의 노력 끝에 미술관으로 남게 됐다. 전통 한옥 구조 위에 근대적 감각을 더한 이 공간에는 마루와 우물천장, 창살을 따라 마름모 형태가 리듬감 있게 반복된다. 디올의 아이코닉한 까나쥬 패턴을 닮은 기하학적 모습은 전통과 근대, 동양과 서양을 자연스럽게 잇는 하나의 미학으로 연결된다.



건축가 다마타 기쓰지, 옛 명치좌(현 명동예술극장)의 외벽 장식. 18K 화이트골드에 62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몬드를 세팅한 조세핀 아그레뜨 워치는 가격 미정, Chaumet.

건축가 다마타 기쓰지, 옛 명치좌(현 명동예술극장)의 외벽 장식. 18K 화이트골드에 62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몬드를 세팅한 조세핀 아그레뜨 워치는 가격 미정, Chaumet.

극장은 어둠 속에서 무대와 관객의 시선이 하나로 모이는 공간이다. 손목 위에서 하나의 장면을 완성하는 쇼메 워치처럼 명치좌 역시 근대 도시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던 문화의 무대였다. 1936년 일본인 극장으로 문을 열었지만,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공연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이어지며 시간을 품은 장소로 남아 있다.


김예슬은 건축물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적 의미를 이정표 삼아 길을 나서는 건축 여행 작가다. <서울 건축 여행>과 <대전 건축 여행>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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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박소은
  • 사진가 신용욱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석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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