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4', 20년 여정의 피날레보다는 새로운 시작
질투에 사로잡힌 박태영 캐릭터를 맡은 노재원의 호연이 돋보였던 '타짜4: 벨제붑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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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이 존재하는 작품은 필연적으로 끊임없이, 또 상세히 과거와 비교당합니다. 숙명입니다. 원작이 거둔 성과를 뛰어넘지 못하는 경우 직면해야 하는 비판의 결도 보다 거칠고 매섭습니다. 최동훈 감독의 <타짜>는 허영만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삼고도 온전히 영화로서 인정받은 좋은 예입니다. 이 명작의 아성에 도전하는 속편들이 나왔습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원작의 폭력성과 선정성, 오락성의 밸런스를 잡지 못한 데다가 캐릭터 플레이에도 실패한 탓이었습니다.
영화 <타짜4: 벨제붑의 노래>
오직 1편만 살아남은 <타짜> 시리즈가 20년 만에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로 막을 내립니다. 세 편의 전작과는 아예 다른 세계관과 규모를 지닌 원작 4부를 영화화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형제처럼 지내던 장태영(변요한)과 박태영(노재원)이 적이 되며 우여곡절 끝에 목숨을 건 마지막 도박에 나선다는 이야기인데요. 장태영은 모든 것이 완벽한데 '끗발'까지 타고났고, 박태영은 좋은 머리와 근성으로 상황을 극복하는 노력파입니다. 명문대에 합격한 두 사람은 함께 온라인 카지노를 차려 10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시키죠. 하지만 아무 생각 없는 것처럼 보이는 장태영의 결정이 고심 끝에 내린 박태영의 결정보다 항상 낫습니다. 열등감에 시달리던 박태영은 장태영을 배신합니다. 베트남으로 그를 유인하고, 현지의 조중환(윤경호)에게 살인청부를 하거든요.
죽기 직전의 장태영은 조중환에게 마지막 내기를 걸고, 신장 하나를 뺏기지만 결국 목숨은 건집니다. 운 좋게도 베트남에서 칩거하던 전설의 포커 플레이어 곽동욱(조우진)의 제자가 된 후 실전 도박을 배우게 돼요. 그러던 중 과거 곽동욱을 타짜로 고용했던 야쿠자 사사키(이하라 츠요시)와 인연을 맺으며 한국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습니다. 장태영이 박태영에게 빼앗긴 카지노에 모습을 드러내며, 마지막 복수극이 펼쳐집니다.
영화 <타짜4: 벨제붑의 노래>
영화는 원작의 얼개를 비교적 충실히 따라갑니다. 그러나 <타짜: 벨제붑의 노래> 제작 소식이 전해진 후 나왔던 우려를 보란듯이 뒤집지는 못합니다. 원작에서도 시리즈 전작들이 다룬 대목보다 훨씬 방대하고 스케일 큰 부분을 골랐기 때문에 한 편의 영화로 풀지 못하리라는 걱정이었죠. 쳐낼 인물이나 설정은 쳐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우선 영화는 원작에 등장하는 수많은 포커 종목을 텍사스 홀덤 하나로 압축합니다. 그런데 모든 중요 대전에서 경기 과정 대신 최후의 블러프로 승부를 보는 장면이 반복되다보니 다소 지루합니다. 애초에 만화 4부가 스포츠적 긴장감보다 서사에 집중한 작품이라고는 해도, 어떤 장면에서는 "예림이 그 패 봐봐, 혹시 장이야?"나 "동작 그만, 밑장빼기냐?" <타짜>의 같은 명대사들이 겹쳐 보입니다. 평경장(백윤식)의 입버릇 '아수라발발타'를 연상케하는 대목도 나와 기시감까지 듭니다.
영화 <타짜4: 벨제붑의 노래>
분량 상 재조합된 것으로 보이는 캐릭터 중 아쉬운 건 가네코(미요시 아야카)입니다. 원작에서는 야쿠자 조직원이자 보스의 경호원으로 장태영의 정신적 지주 같은 역할을 하는데요. <타짜: 벨제붑의 노래> 속 가네코는 사사키의 곁에서 심장 약 챙겨주는 비서에서 갑자기 장태영의 조력자로 등극합니다. 이를 설득할 목적으로 영화화 과정에서 캐릭터에 첨가한 불행도 크게 흥미롭진 않고요. 어중간한 방식의 미인계로 일관하는 로비스트 린다 박(스테파니 박)도 그렇습니다. 사사키와 얽혀 도박판에 끼어드는 타오 회장(홍 다오)만이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영화 <타짜4: 벨제붑의 노래>
질투에 사로잡힌 괴물, 박태영을 연기한 노재원의 호연은 애매한 스토리에서도 단연 빛납니다. 극도의 열등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전부 왜곡된 인물이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선인 행세를 하는 초반 연기가 압권입니다. 감정이 과잉된 것인지 결여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박태영을 보면 단순 질투로 살인을 하려는 사람이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습니다.
끝내 '고니'를 넘지 못한 '장태영'이 남았지만, <타짜> 시리즈임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129분의 러닝타임은 술술 흘러갑니다. 그래서 시리즈의 20년 여정 피날레라기보다는 새로운 시작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정도의 폭력성과 선정성이 있지만 원작에 비해 수위는 훨씬 얌전한 편입니다. 조우진과 윤경호 등 베테랑이 가미하는 익숙한 맛에 문지훈(스윙스)의 존재로 톡 쏘는 양념을 추가합니다. 변요한이 "우리만의 <타짜>를 완성했다"고 했던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23일 개봉.
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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