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휴식을 실천하기 위해 오늘부터 실천해야 할 것들

진정한 휴식이란 빗발치는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나를 지켜내겠다는 단호한 ‘실천’이다. 과열된 몸과 마음에 진정한 휴식을 선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당신의 일상 속 ‘멈춤’ 버튼에 기분 좋은 힌트가 되기를!

프로필 by 김경주 2026.09.12


스위치를 끄기로 했다

‘잘 쉬는 법.’ 이번 달 주제를 받았을 때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살면서 ‘정말’ 잘 쉬는 게 무엇인지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기 때문이다. 에디터로서 늘 예기치 못한 변수가 난무하는 삶을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비에 대비를 거듭하는 대문자 ‘J’(MBTI)가 돼 있었다. 촬영 시안을 샅샅이 뒤져놓고도 전날까지 더 완벽한 레퍼런스를 찾기 위해 끝없이 스크롤을 내리는가 하면, 샤워하면서도 어떤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손으로 황급히 스마트폰 메모장을 켰다. 돌이켜보면 언젠가 써 먹을 소재를 쫓던 내 시선은 꼬리를 무는 생각의 덩굴이 돼 머릿속을 옭아매고 있었다.


주변에선 종종 ‘광기’라 표현했지만 K직장인인 나에겐 훈장 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한시도 무언가를 떠올리는 걸 멈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나 좀 잘못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이 칼럼을 핑계 삼아 약 2주간의 실험에 돌입했다. 규칙은 단순했다. ‘일 생각은 일하는 시간에만 할 것.’ 마치 백화점 마감 음악이 울리고 거대한 셔터가 내려간 것처럼 일단 단절을 선언했다. 퇴근 후에는 스마트폰을 ‘방해 금지 모드’로 돌렸다. 처음엔 이유 모를 불안함에 휩싸였지만, 점점 그 감정에서 멀어지려 애썼다.


헬스장에서는 오직 운동만, 친구들과의 시간에는 그들의 목소리에만, 잠자리에 들 때는 깊은 잠에만 집중했다. 온전히 그 ‘순간’에 머물려는 노력이었다. 결과는 신선했다. 뇌를 풀 가동하지 않아도 아무 일 없이 하루가 평화롭게 흘러갔고 오랜만에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누군가는 고작 이 정도를 두고 ‘변화’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내 삶에 깃든 작은 여유는 쉴 줄 모르던 일상에 꽤 우아하고 큰 파장을 일으키는 중이다. - 김경주('엘르' 뷰티 에디터)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한 멈춤

“정말 잘 쉬고 계시나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선뜻 그렇다고 답하지 못했다. 다섯 아이의 엄마로, 한 회사를 이끄는 리더로 살아오는 동안 내게 휴식은 늘 다음으로 미뤄야 하는 숙제 같았다. 몸은 소파에 있어도 마음은 내일의 회의실로 달려가 있고, 달콤해야 할 여행지에서조차 직원과 고객의 얼굴을 떠올렸다. 온전히 쉬고 있다기보다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이라는 부채감이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쉬지 못하는 사람은 치열하게 일할 수는 있어도 깊이 사랑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 후로 나만의 방식으로 휴식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소소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몸을 담그는 일. 은은한 촛불 하나만 켠 채, 오롯이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온종일 분주했던 스스로를 돌본다. 여행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다. 유명 명소를 바쁘게 돌아다니기보다, 오래 머물고 싶은 나만의 공간을 찾는다. 아름다운 건축물이나 작품과 마주하면 그 전후로 잠시 멈춰 깊은 생각에 잠긴다. ‘얼마나 멋진가’를 감상하기보다 ‘왜 이런 선택과 디자인을 했을까?’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누군가의 치열했던 생각을 천천히 따라가는 시간은 비로소 내 마음의 속도마저 다정하게 늦춰준다.


이처럼 나에게 ‘실천하는 휴식’은 단순히 고립되는 시간이 아니다. 나를 돌보는 시간인 동시에 내 삶을 둘러싼 이들을 깊이 이해하고, 동료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세상을 조금 더 사랑하게 만드는 에너지를 채우는 과정이다. 그래서 오늘도 기꺼이 잠시 멈춘다. 더 많이 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해. 더 넓고 깊게 이해하기 위해. - 우미령(러쉬코리아 대표)



전시하지 않는 휴식

제대로 쉬고 싶은 날엔 한 가지 규칙을 명심한다. ‘전시하지 말 것.’ 쉬는 날엔 SNS에 사진을 올리지 않는다. 나중에 게시할 장면을 떠올리는 순간, 휴식은 어느새 보여주기 위한 시간으로 바뀐다. 유난스러운 원칙처럼 들리겠지만 스무 살부터 모델 일을 시작한 내게 소셜 미디어는 오래전부터 일터에 가깝다. 사진을 올리는 행위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나를 보여주는 업무의 연장선이다. 업로드 직전 어떤 인상을 남길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게 습관이 됐다. 간혹 쉬는 날에도 그런 습관이 고개를 든다. ‘지금 매력 없어 보이나?’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편안해야 할 휴식은 순식간에 부담이 된다.


그래서 내가 바라는 건 목격자가 나뿐인 휴식이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 조금이라도 예뻐 보여야 한다는 계산이 사라진 자리에는 지금 하고 싶은 ‘진심’이 들어선다. 이를테면 어설픈 그림을 그리고 처음 보는 요가 동작을 따라 하고 싶어지는 식이다. 완벽한 자세나 그럴듯한 결과물은 중요하지 않다. 이때 필요한 건 아이가 노는 것처럼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려는 태도다.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놀지 않는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 뛰어다니지도 않는다. 재미있으니까 몰입하고 궁금하니까 손을 뻗는다. 쉬는 날만큼은 그런 순수함을 따라하고 싶다. 타인을 향해 있던 시선을 잠시 거두고 나에게 묻는다. ‘지금, 뭐 하고 싶어?’ 쉬는 날은 바깥 소음에 가려 잘 들리지 않던 내면의 목소리와 다시 연락하는 시간이다. 그 안부를 천천히 듣고 나면, 특별한 일 없어도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이 조금씩 돌아온다. - 박승아(모델)



노 아이디어 데이

“주이 씨는 몸이 쉬고 있다는 자각을 못해요. 자율신경계의 스위치가 365일 켜져 있는 상태예요.” 건강검진에서 들은 말은 꽤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쉬어도 피곤했던 이유를 드디어 찾았다는 안도감과 제대로 쉬기 위해 들였던 노력과 비용이 허무해지는 기분이 동시에 들었다. ‘어떻게 쉬어야 하지?’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노 아이디어 데이’다.


어떤 계획도 하지 않고 익숙하고 편안한 것만 선택하는 게 핵심이다. 자고 싶은 만큼 자고 일어나 시간만 확인하고 스마트폰을 뒤집어놓는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깨우고, 읽던 책을 챙겨 밖으로 나간다. 자주 가는 빵집에 들러 가장 좋아하는 피스타치오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서 근처 공원으로 향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구경한다.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 옆 벤치의 대화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음악으로 삼아 따사로운 햇볕을 만끽한다.


나에게는 그 시간이 일종의 명상처럼 느껴진다.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생각도, 더 잘 쉬어야 한다는 강박과도 잠시 멀어진다. 햇볕이 따뜻하면 따뜻한 대로, 바람이 좋으면 좋은 대로, 있는 그대로를 느낀다. 사실 노 아이디어 데이는 늘 반나절을 넘기지 못한다. 그래도 어떤가! 어쩌면 제대로 쉰다는 건 대단한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라, 나를 조금 덜 몰아붙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 김주이('데이지' 디지털 에디터)



나의 다채롭고 분주한 휴식

어떤 이의 쉼은 고요 속에서 채워지지만, 나는 마음 맞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이 곁에 있을 때 비로소 충전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온전한 하루가 주어지면, 방을 비우기보다 그 공간을 좋아하는 것으로 채우는 쪽을 선택한다. 거창한 계획은 없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와인 앞에서 긴 이야기를 나누고 사람들을 테이블로 모아 마작 패를 섞으며 그 감각에 몰두한다. 볕이 좋은 날이면 테라스로 나가 광합성을 하고 미지근한 밤공기에 몸을 맡긴 채 나른한 대화를 이어간다. 마음이 동하는 전시나 공연이 있으면 기꺼이 걸음을 옮겨 좋은 것을 눈과 귀에 담는다.


좋아하는 걸 온전히 좋아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여정 자체가 나에게는 더 없는 쉼이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밀도 있게 채우고 나면 나도 모르게 충전이 돼 있다. 눈앞의 장면과 낯선 이야기, 새로 알게 된 것들이 쉴 새 없이 밀려드는 밤이면, 다음날의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이 돼 있다. 늘 무언가를 밖으로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탓에 이런 자리는 흐름이 반대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문장 하나가, 마음을 건드린 장면 하나가 내 안에 고여 다시 내일을 움직이게 한다. - 김수민((주)에이치피오 브랜드ESG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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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김경주
  •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 디지털 디자이너 석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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