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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 정우성, 우도환이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에서 벌인 일

같은 곳에 서 있지만, 같은 걸 원하는 것은 아니다. 현빈과 정우성 그리고 우도환. 세 남자가 한 프레임에서 만들어낸 것.

프로필 by 전혜진 2026.09.08

현빈이 지금 욕망하는 것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의 백기태와 처음 마주했을 때가 궁금하다. 격동의 시대, 육군 장교 출신 중앙정보부 정보과장을 넘어 부와 권력에 대한 야망으로 끊임없이 위를 바라보는 남자 말이다. 그를 보는 감각은 시즌을 거듭하며 달라졌나

내가 백기태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변화가 없었다. 다만 그는 좀 더 과감해졌다. 힘을 잡으면 잡을수록 대처하는 방식의 과감성도 커지게 마련이니까.


우도환이 입은 재킷은 Paul Smith. 현빈이 입은 니트 톱은 Jil Sander. 정우성이 입은 레더 재킷은 Maison Margiela.

우도환이 입은 재킷은 Paul Smith. 현빈이 입은 니트 톱은 Jil Sander. 정우성이 입은 레더 재킷은 Maison Margiela.


두 시즌 사이 9년이란 시간이 극중에 존재한다. 화면 너머의 백기태를 상상해 보기도 했을까

물론. 시즌1을 끝내고 시즌2에 들어가기까지 약 6개월, 내 삶에서도 계속 백기태를 생각했다. 가족 안에서의 기태, 회사에서의 기태, 혼자 있을 때의 기태. 자기 방식대로 꾸준히 목표를 향해 올라갈수록 견제와 방해도 심했을 테고, 그런 삶을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고 혼자 감당했을 거다.


연기적 표현에서도 시간의 밀도를 담아야 했겠다

권력이 커진 만큼 사람을 대하는 말투나 행동방식도 달라졌을 것이다. 그 차이를 표현할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작은 움직임들을 키워 보았다. 기태는 시즌1보다 손을 얼굴에 더 자주 댄다. 그건 기분이 좋지 않다는 뜻이자 자주 무언가에 골몰한다는 의미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수트 차림이 한층 더 위압적이더라. 권력의 정점에 오른 자의 걸음걸이나 자세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느껴진 건 물론이고

기태는 잔 동작을 많이 쓰지 않았다. 매체 등을 통해 소위 고위급 인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면 불필요한 제스처를 잘 하지 않는다. 이미지 메이킹이든 자신의 단점을 감추기 위해서든 말이다. 게다가 의상 팀이 정말 잘 만들어줬다. 시즌1보다 셔츠 깃이 커졌고, 넥타이도 두꺼워졌다. 얇은 타이가 현장 요원의 날렵함을 보여줬다면 시즌2에서는 그 무게 자체가 달라졌다. 넥타이를 맸을 때 셔츠와 만나는 선을 살리고 싶어 특별히 의상 팀에 부탁했던 기억도 난다.


백기태는 분명 위험하고 결함 많은 인물이지만 이상하게 마음 속 무언가를 자꾸 건드리더라. 그의 편에 서고 싶게 만든달까

처음 시즌을 준비하며 감독님께 그런 얘기를 했다. “내 편을 더 많이 만들겠다”고(웃음). 어쩌면 그를 통해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다. 현실에서 용납되지 않는 일을 거리낌 없이 해치우니까. 영화라면 그가 강렬한 악인으로 끝나도 충분하겠으나 시리즈는 한 인간의 여러 면을 보여줄 수 있으니, 서사를 차곡차곡 쌓는 편이 매력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궁금하다. 이 남자, 어디까지 가나

직접 확인하시길(웃음).


셔츠와 슈즈는 모두 Versace. 팬츠는 Jil Sander.

셔츠와 슈즈는 모두 Versace. 팬츠는 Jil Sander.


그렇다면 현빈은 백기태를 악인으로 정의하나

그렇게 연기하지는 않았다. 그가 지닌 트라우마나 성장 배경에서 캐릭터를 구축했으니까. 물론 그가 선택하는 방식이 옳은 건 아니지만, 확실한 자기 기준과 신념은 있다. 지켜야 할 경계도 분명하고. 그런 믿음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이다.


<협상>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선한 역할을 연기해 왔다. 요즘 표현해 보고 싶은 인간상의 범위가 달라졌는지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매력적인 캐릭터가 좋고, 그 전제는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야 한다. 선역이든 악역이든 전보다 기준치가 쌓이다 보니 겹겹이 레이어를 더하고 싶다는 욕심은 생긴다.


대중이 바라보는 현빈에게는 선하고 여유롭고 반듯한 이미지가 어느정도 있는 것 같다. 그런 당신 안에도 들끓는 욕망 같은 게 있나

너무 많은데? 당연하지 않을까. 욕망이라는 게 결국 나에게 없는 것, 부족한 걸 갖고 싶은 마음이니까. 연기에 대해서도, 남편으로서도, 아빠로서도.


요즘 당신이 치열하게 갖고 싶은 것은

시즌2의 흥행. 뻔한 얘기지만 내게는 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2024년 7월에 첫 촬영을 시작해 2026년 3월까지, 한 캐릭터를 이렇게 오래 품은 건 처음이다. 백기태에 대한 감정은 그간 작품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기태는 잘 안 떨어져진다. 그래서 스스로 보내줄 타이밍을 정했다. 9월 23일. 마지막 회차가 공개되는 날이다.


동생 백기현과의 갈등도 본격 심화된다. 형에게서 벗어나 주도적 삶을 살고 싶어하는 그를 연기한 우도환과 나눈 얘기가 있다면

형제로서 갈등 관계는 시즌1의 제사 장면에서 이미 잘 구축됐다. 시즌2에서 백기현 또한 자기만의 욕망과 야망, 형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이 밖으로 드러나며 충돌이 잦아진다. 관계가 향하는 방향을 서로 잘 이해했기에 순조로웠다.


우도환은 어떤 후배인가

어떤 면에서는 기현과 닮았다. 듬직하고 자기 생각이 분명하다. 한 사람으로는 굉장히 선하고, 배우로서는 캐치가 빠르다. 욕심도 있고, 연기적으로 무언가 부딪히는 데 거리낌이 없다.



백기태에게 반격을 꾀하는 검사 장건영도 돌아온다. 두 인물 모두 9년 동안 훨씬 노련해졌을 텐데, 정우성 배우와 다시 마주하는 장면들의 연기는 더욱 편해졌나? 혹은 더욱 긴장이 넘쳤나

함께 보낸 시간에서 생기는 유연함은 절대적이다. 그러니 더욱 편해질 수밖에. 시즌1에서 쌓은 시간 덕분에 서로에 대한 믿음과 편안함이 기본적으로 장착돼 있다. 형과 연기하는 건 굉장히 자연스럽지만, 화면에서 보여지는 긴장감은 더욱 극대화될 것이다.


이 작품을 통과한 현빈은 ‘욕망’을 어떻게 정의하나

누구에게나 있는 것. 그러나 표출하는 방식과 표현이 다를 뿐이다. 그러니 쉽게 옳고 그름을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제각각 표출된 욕망으로 한 시대가 만들어지고, 우리 삶에 변화가 생긴다. 지금과 백기태의 시대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여겨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니 욕망을 두고 그 크기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나와 다른 생각과 방식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는 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아닐까.


당신의 욕망이 향하는 방식은

자극제. 없는 것을 채우게 하는 것. 시즌1이 사랑받았으니 더 사랑받고 싶은 것처럼, 그 마음은 욕심을 넘어 내게 훌륭한 에너지원이 된다.


데뷔 이후 오랫동안 정상에 머물러 왔다. ‘잘하고 있다’는 감각도 예전과 달라졌을까

여전히 작품에 대한 피드백과 대중 반응이 그 지표가 된다. ‘지금껏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았구나’ ‘해온 것들이 틀리지 않았구나’ 싶으니까. 다만 만족하는 동시에 그 이상을 찾아야 하기에 다시 숙제로 남는다.


정우성이 입은 베스트와 팬츠는 Recto. 셔츠와 워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현빈이 입은 니트 톱은 Settefili Cashmere. 팬츠는 Dior. 슈즈는 Amiri. 액세서리는 모두 Chrome Hearts.

정우성이 입은 베스트와 팬츠는 Recto. 셔츠와 워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현빈이 입은 니트 톱은 Settefili Cashmere. 팬츠는 Dior. 슈즈는 Amiri. 액세서리는 모두 Chrome Hearts.


사소한 TMI를 공유한다면

글쎄. 그런 게 없네. 너무 바쁘게 지낸 것 같다. 아마도, 날씨(웃음)? 점점 더 더워지는데 대체 언제 시원해지나. 계속 이러려나?


현빈이 백기태에게 한 마디 건넨다면

시즌2가 끝난 백기태? 아니면 시즌1을 끝낸 백기태?


의미심장하게 시즌2를 살아낸 백기태로 하자. 끝까지 가본 그가 지금 눈앞에 있다면

음. 그냥 말없이 쳐다볼 것 같다. 한동안, 아무 말없이.




정우성의 뚝심이 만들어낸 것


시즌2에서 백기태를 무서운 집념으로 끝까지 추적하는 장건영은 9년 만에 만난 백기태에게 “오랜만이야”라고 짧지만 강한 인사를 하며 등장한다

두 사람의 입장이 바뀌었다. 시즌1에서는 백기태가 ‘공’ 건영이 ‘수’였지만, 9년 동안 고초를 겪은 건영은 더욱 단단하고 공세적 입장이 됐다. 시즌2에서 더욱 명확해진 것은 장건영이나 백기태 모두 그 시대에 휩쓸린 작은 거품 같은 존재라는 점이다.


정우성이 입은 로브는 Loro Piana.

정우성이 입은 로브는 Loro Piana.


백기태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완패한 후 9년 간, 건영의 심적 변화는

장건영은 원래 그 시대에 잘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공심과 사심이 뒤섞여 하나의 힘으로 움직이는 사람 사이에서 유독 공심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니, 조직 안에서 괴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장건영이 조직의 힘을 이용하기로 마음먹는다. 흔들리는 권력 구조라는 파도 위에서 어느 파도를 탈 것인지 스스로 선택했다.


그의 선택을 단순히 정의와 불의로 판단할 수 없겠다

그렇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조직 안에서 발버둥 치는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한 사람에게는 자신의 선택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는 작은 몸부림이나 희생에 불과할 수도 있다. 자신이 추구했던 가치를 이뤘다고 해서 과연 그것이 정당한 가치가 되는가? 작품에 그런 거시적인 질문도 함께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장건영의 달라진 태도에서 자신과 비슷한 부분을 발견한 순간도 있었나

내 철학이 인물의 기저에 들어갔을 수도 있겠지. 요즘은 ‘패거리 문화’라는 말을 잘 쓰지 않지만 학연, 지연 같은 것도 패거리 문화의 한 형태다. 사람들이 모이면 공동 목표가 생기고, 흔히 끼리끼리 모인다고 한다. 나는 그런 문화를 별로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타고난 성향 때문일까

성장 과정에서 어떤 제도 안에 속해 있기보다 제도 밖에서 살아온 사람이었다. 집단이 어떤 사안을 바라볼 때 그 사안 자체의 바람직한 방향을 고민하기보다 그 사안을 이용해 우리가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하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 권력 기관뿐 아니라 모든 사회 조직에서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런 걸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철학이 당신의 필모그래피에 담기게 될까? 권력 구조나 시스템에 맞서는 이야기들이 꽤 보인다

그런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선택한 건 아니다. 작품을 고려할 때 감독의 이전 작품이나 작가, 제작사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신인감독의 작품이지만 시나리오에 배우로서 도전할 수 있는 요소 혹은 후배들과 함께했을 때 내가 줄 수 있는 게 있는지 본다. 어떤 분에게는 정우성이 역할 선택에 일관성이 없거나 불안정하게 보일 수도 있다. 물론 안정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그것이 좋고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새로운 사람을 발견하고 기회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겠지.


블랙 시어 니트 톱과 와이드 트라우저는 모두 Tonywack. 브레이슬릿은 모두 Emporio Armani. 워치 링은 Fossil.

블랙 시어 니트 톱과 와이드 트라우저는 모두 Tonywack. 브레이슬릿은 모두 Emporio Armani. 워치 링은 Fossil.


이번에 여러 후배들과 함께했다. 우도환은 그냥 막내 역할만 했다더라

도환이는 자기가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할 줄 알고, 그럴 준비가 돼 있었다. 현장에 가면 경력은 아무 소용없다. 모두 동료가 되고 각자의 캐릭터로 부딪치니까. 오히려 후배들에게 걸리적거리지 않는, 무겁지 않은 선배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선배다운 선배가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후배를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후배가 제일 어렵다. 가치관도 다르고, 산업 구조도 바뀌었고, 사람들이 추구하는 방향도 달라졌으니. 다만 선배로서 자세는 간단할 수도 있다. 스스로 선배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된다. 내 이력이 별 건가? 쌓아온 이력이 있다고 해서 내가 소유하고 있는 건 아니잖아.


시즌2에서는 현빈과의 케미스트리도 물론이지만 우도환과의 호흡도 기대된다

백기현이 장건영 때문에 많이 시달렸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하지 않나? 형과의 갈등으로도 힘들어 죽겠는데 옆에서 장건영이 계속 “그러면 안 된다, 큰일난다”며 깐죽거린다. 그러다 보면 백기현 입장에서는 “입 닥쳐”가 나올 수밖에(웃음).


자신의 목표를 향해 맹렬하게 달리는 세 남자처럼, 당신은 목표를 이뤘다. 30년 동안 꾸준히 이 직업을 이어오면 어떤 가치가 생기나

요즘 지속 가능성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지금의 문화 소비 패턴이나 우리 업계를 보면 정말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작품의 가치를 자꾸 “얼마 벌었어?”라는 기준으로만 판단하니까. 작품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가치와 추구점이 사라지는 시대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이 하고 있는 작품과 캐릭터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내 안에 갇힌 순간도 있었나

지나고 나서야 “그때 내가 좀 갇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후배들과 있을 때도 가끔 얘기하는데, 칭찬도 내 것이 아니고 욕도 내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칭찬은 그 사람의 관점에서 내가 좋아 보인다는 이야기일 뿐인데, 계속 칭찬을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이게 나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 생각에 고착된다. 그러다 나쁜 이야기를 듣는 면역 체계가 무너지고, 안 좋은 소리 하나만 들어도 ‘저건 내가 아닌데’ 하며 무너진다. 칭찬과 안 좋은 말 속에는 내가 없다. 누군가의 취향이나 관점에 따른 평가일 뿐이다. 나 역시 30대에서 40대로 넘어오는 시기에는 어느 정도 칭찬에 젖어 있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현빈이 입은 레더 재킷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우도환이 입은 티셔츠는 Bottega Veneta.

현빈이 입은 레더 재킷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우도환이 입은 티셔츠는 Bottega Veneta.


연기 밖의 정우성 모습도 궁금하다. 최근 누리는 소소한 사치는

내가 무욕인 게 문제다(웃음). 사 놓고 택도 안 뗀 채 10년 동안 옷장에 갇힌 옷도 있다. 그러다 보면 ‘다 필요 없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다만, 여행 같은 새로운 경험은 중요하다. 특히 채우기보다 비우는 여행. 사회와 잠깐 떨어진 시간이 중요한 치유가 될 수 있다. 물론 비상연락망 정도는 만들어 놓고, 여행 가서 한국 관련 유튜브 콘텐츠만 보지 말고!


정우성이 갈구하는 것도 궁금했는데, 대화해 보니 없을 것 같다

갈구를 좀 없애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각자의 입장에서 갈구만 하다 보니 결국 상대의 입장까지 갈구하게 되더라.


생각지도 못한 라임이다

1년에 한 번 나온다(웃음).


그게 오늘이라 행운이다. 지금 시점에서 여전히 품는 마음은

좋은 배우로 끝나는 것.




우도환이 돌파할 때 벌어지는 일


항공 점퍼를 입은 백기현의 등장 신에서 느꼈다. ‘아기 병사가 아닌 청년 병사가 됐구나!’ 하고

그런가? 거의 내내 그 옷만 입었다(웃음). 9년 동안 진급했고 나이도 먹었다. 그 기간에 백기현은 책임져야 할 게 더 많아지고, 형이 불미스러운 일을 한다는 사실을 그저 받아들이기로 했으니 성숙해진 셈이다. 옛말에 ‘가족이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나보다 가족을 소중하게 여길 때도 있으니까 그런 말이 생긴 것 같은데, 백기태 형과의 관계에 이 말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우도환이 입은 블랙 니트 톱과 트라우저는 모두 Tonywack. 브레이슬릿은 모두 Emporio Armani. 워치 링은 Fossil.

우도환이 입은 블랙 니트 톱과 트라우저는 모두 Tonywack. 브레이슬릿은 모두 Emporio Armani. 워치 링은 Fossil.


백기현은 9년 동안 어떤 감정을 쌓았을까? 야망, 분노, 열등감 혹은 독립에 대한 갈망일까

불안함이 가장 컸을 거다. 우리 가족이 형 때문에 언제든 위협받을 처지에 놓였으니 가족을 지키려면 내가 힘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사람에 대처하는 법을 조금씩 배운다.


강해진 만큼 백기태 형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을까

형은 높은 곳으로 올라갔고, 백기현은 형에게 인정받고 싶은 동생인 건 확실하다. 다만 이제는 형에게 마냥 소리지르며 대들지 않는다. 차분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고, 반대 의견을 제시할 뿐.


현빈 배우는 더욱 강해진 만큼 몸도 확실하게 벌크업했더라

백기현은 육탄전에 강하거나 몸을 쓰는 타입이 아니다. 최전방이 아닌 보안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눈치가 빠르고 두뇌가 명석한 친구라 우민호 감독님이 백기현에게 날렵하고 슬림한 모습을 원했다. 시즌1 때는 약간 동글동글하고 앳되어 보였잖아(웃음). 그리고 감독님이 시즌1부터 강조한 건 햄릿이었다. 햄릿처럼 선택의 기로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백기태를 보여줘야 했거든. 시즌2에서는 그런 위태로움이 강화된다. 장건영이 계속 “누구 편이냐?”고 집요하게 캐물어서 백기현은 죽을 맛이었다.


겉으로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내면은 결핍이 있고 여린 기현과 달리 우도환은 어떤가

여리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딱딱한 사람보다 여유롭고 인간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서. <사냥개들>의 건우는 선하지만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 있는 인물이다. 반면 백기현은 가족을 지킬 수 있다면 어디로든 흔들릴 수 있을 것 같은 인물이다. 나는 백기현 쪽으로 더 기운다.


<메이드 인 코리아> 촬영장에서도 어김없이 막내였다고. 막내의 자세를 알려준다면

그러니까(웃음). ‘나 35세인데 아직도 막내네’ 싶더라. 현장에서 미소를 잃지 않고, 지치지 않는 것이 막내 역할이다. 나름 잘 수행했다.


현빈이 입은 셔츠는 Versace.

현빈이 입은 셔츠는 Versace.


현빈, 정우성 선배에게 묻고 싶은 건 없었나

선배들이 연기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세밀하게 관찰했다. 선배들은 감독님의 디렉션에 무조건 ‘예스’했고, 누구보다 준비를 많이 해왔다. 많이 배웠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이 일을 계속해 온 것만으로도 크게 존경한다. 몇 년 전부터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아서일까? 10년, 20년이 지나도 이렇게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각자 다르지만 강한 욕망을 품은 세 남자처럼 당신에게도 아직 뜨겁게 욕심내는 것이 있나

별 탈 없이, 주변을 돌아보며 책임감을 갖고 이 직업으로 살아가는 것. 꿈을 이뤘다면, 이 꿈을 잘 지키는 것만큼 중요한 목표가 없는 것 같다.


꿈을 지키기 위해 주변 사람과 대중에게 사랑받기를 원하다 보면 인정욕구가 피어오를 텐데. 스스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낄 때 아쉽지 않나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훨씬 좋게 인정해 주는 것 같다(웃음). 그런 인정에 부합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인데 중요한 건 자기 객관화다. 그래서 타인을 부러워하거나 나와 비교하지 않으려 하고, 항상 모두를 인정한다. 나보다 훨씬 우월하거나 잘된 사람을 봐도 부러움보다 축하가 먼저 나온다.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자기 과시가 넘쳐나는 시대라 결핍이 생기기 쉬운데, 그런 결핍은 스스로를 갉아먹더라.


당신은 어떤 이야기에 파고드나

중요한 건 메시지다. 비록 무게가 가볍더라도 삶의 근본, 이를테면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 끌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메시지.


우도환이 입은 레더 재킷과 스트라이프 팬츠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체인 링은 Numbering. 현빈이 입은 레더 코트는 Amiri. 팬츠는 Gucci. 슈즈는 Jimmy Choo. 액세서리는 모두 Chrome Hearts. 정우성이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Heonkim.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우도환이 입은 레더 재킷과 스트라이프 팬츠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체인 링은 Numbering. 현빈이 입은 레더 코트는 Amiri. 팬츠는 Gucci. 슈즈는 Jimmy Choo. 액세서리는 모두 Chrome Hearts. 정우성이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Heonkim.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매드독> <사냥개들> <메이드 인 코리아> 등 액션 장르에 몰두해 왔다. 어떤 희열이 있길래

조금이라도 체력이 있고 건강할 때 내 한계를 시험하고 도전해 보고 싶어서다. 액션은 입력 값이 신에 정확하게 담긴다는 희열이 있다. 찰나의 순간을 담기 위해 한 신을 공들여서 오랫동안 찍는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스태프와의 우정도 중요하다. 안전이 필수라 서로 의기투합하면서 더욱 끈끈해지거든. 지금까지 맨주먹을 사용하는 액션 위주로 해서, 이제는 무기를 활용해 보고 싶다. 그런데 요즘은 액션보다 로맨스에도 관심이 간다.


관심이 간다고 하니 문득 당신이 관심 있어 하는 것이 궁금하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이 제일 좋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30분이라도, 가능하면 천천히 홀짝이는 게 좋아서 일정이 있는 날에도 더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얼마 전에 이사해서 정신이 없다. 다 정리한 것 같은데 계속 뭔가를 사야 하고, 그렇게 다 버려놓고 또 뭔가를 사고 있더라(웃음). 그러다 언젠가는 또 버리겠지만 내 취향으로 공간을 채우는 게 즐겁다.


부지런해서 혼자 있어도 외로울 여지가 없겠다

20대 초반 이후로 외롭다는 생각은 잘 안 한다. 혼자 있는 순간에는 ‘지금 가만히 있어도 되는 시간이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런 시간이 굉장히 소중하고.


데뷔 15년차,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다.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는

30대는 정말 빨리 지나간다. 20대를 마무리할 무렵 인터뷰에서 “그동안 고생했고 잘 견뎠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던 것 같다. 서른아홉이 됐을 때 ‘지금의 나’에게 한마디할 수 있다면 “30대를 재미있게 잘 보냈니?”라고 묻고 싶다. 지금은 나중을 위해 살기보다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고 싶다. 영원할 것 같던 20대도 지나갔고, 지금 나이는 다시 오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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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전혜진 · 정소진
  • 사진가 장덕화
  • 헤어 아티스트 임철 · 임혜경 · 조천일
  • 메이크업 아티스트 한승 · 배경란 · 한선영
  • 패션 스타일리스트 이현주 · 김혜정 · 최아름
  • 디지털 디자이너 석지윤
  • 어시스턴트 한지원 · 정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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