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케이트 모스와 젬마 워드, 런웨이의 ‘살아 있는 아카이브’가 돌아왔다

케이트 모스·젬마 워드·클로에 세비니, 2000년대 뮤즈가 2026년 런웨이에 등장한 까닭.

프로필 by 김유진 2026.08.30

한 시대를 말할 때 긴 이야기보다 한 명의 힘이 더 강력할 때가 있다. 2026 가을 겨울 시즌, 패션 하우스들이 다시 불러낸 사람은 바로 그런 이들이다. 1996년 미우미우 쇼의 오프닝을 장식했던 클로에 세비니가 30년 만에 다시 미우미우 런웨이에 섰고, 2000년대 초 ‘베이비페이스’ 전성기를 이끈 젬마 워드도 알라이아와 미우미우에 모습을 드러냈다. 끌로에의 피날레에는 전설적인 모델 라켈 짐머만, 마이클 코어스에는 크리스티 털링턴, 뎀나 바잘리아의 첫 구찌 쇼에는 케이트 모스가 등장했다.


Chloë Sevigny

Chloë Sevigny

Gemma Ward

Gemma Ward

Raquel Zimmermann

Raquel Zimmermann

서로 다른 하우스, 다른 디자이너의 쇼였지만 공통점은 분명했다. 2000년대의 아이콘들이 한때 자신들이 만들어낸 세계와 함께 돌아왔다는 것. 이 장면을 단순히 ‘슈퍼모델 노스탤지어’라고 하기에는 아쉽다. 지금 패션이 되풀이하는 것은 Y2K 유행의 연장선이 아니기에. 당시의 옷을 복각하는 것과 그 시대를 대표했던 인물을 런웨이에 세우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Kate Moss

Kate Moss

후자는 한 사람을 통해 그가 활동했던 시대와 브랜드, 그때만 존재했던 미학적 분위기까지 한꺼번에 불러일으킨다. 2000년대 초반의 뮤즈들은 날것의 개성과 스토리를 온몸으로 뿜어내던 세대다. 클로이 세비니의 서늘한 반항기나 젬마 워드의 신비로운 눈빛은 다시 만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서사다. 케이트 모스도 마찬가지. 케이트 모스라는 이름엔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슈퍼모델이라는 상징성을 넘어 당시 패션이 사랑했던 반항적이고 퇴폐적인 태도, 음악, 클럽 문화가 뒤섞인 분위기까지 담겨 있다.


그들이 다시 하우스의 옷을 입는 순간, 과거의 헤리티지는 아카이브에 머물지 않고 지금의 맥락에서 다시 숨 쉰다. 특히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하우스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는 시기라면 더욱 그렇다. 과거의 상징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을 현재의 컬렉션에 다시 불러들여 무엇을 계승하고 새롭게 바꿀 것인지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Agyness Deyn

과거의 뮤즈를 불러오는 것은 결국 하우스의 출발점을 확인하는 동시에 다음 장을 예고하는 영리한 방법인 셈. 물론 세대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대 패션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소비자에게 당시의 아이콘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아카이브다. 그들의 이름과 얼굴에는 한때의 하우스, 디자이너, 미학과 문화가 축적돼 있다. 그리고 아름답게 나이 든 얼굴에서 동시대를 살았던 세대 또한 지난 시간을 함께 읽어낸다.


이들이 다시 런웨이에 서는 순간, 흩어져 있던 파편들이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되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간다. 결국 지금 패션이 필요로 하는 아카이브는 옷장 속에 보관된 옷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내며 그 세계를 만들어낸 사람들이다. 언제나 사람이 가진 힘이 가장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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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김유진
  • 사진 LAUNCHMETRICS SPOTLIGHT/GETTYIMAGES KOREA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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