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18평 아파트에 차곡차곡 쌓은 취향

유행보다 오래 곁에 둘 것을 고르며, 3년에 걸쳐 천천히 완성한 두 사람의 집

프로필 by ELLE 2026.08.13

본인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디자이너로 일하며 집과 일상을 기록하는 ‘오이홈’을 운영하고 있는 이인아입니다. ‘차이브’라는 로스팅 카페를 운영하는 남편과 함께 살고 있어요.

평일에는 열심히 일을 하고, 퇴근 후나 쉬는 날엔 집순이가 되어 은둔(?) 생활합니다.

외부 활동보다는 특별한 일정 없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해요. 화려함 보다는 좋아하는 물건들로 생활감이 자연스럽게 쌓인 공간을 선호합니다.

평범한 하루를 조금 더 기분 좋게 만드는 데 관심이 있고, 집은 그런 저의 취향과 일상이 가장 솔직하게 드러나는 공간입니다.


공간을 소개해 주세요

서울 중구의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에서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전용면적 약 18평에 방 두 개가 딸린 아주 익숙하고 평범한 구조의 집이에요.

처음에는 위치와 예산 같은 현실적인 조건에 맞춰 선택한 집이었습니다. 별다른 공사 없이 자취방에서 쓰던 가구들을 가져와 시작했고, 살면서 필요한 물건을 하나씩 더해가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어요.

이 집의 참 좋은 점은 복도에서 바라보는 뻥 뚫린 도시 뷰입니다. 집 안에서 좀 답답하다 싶으면 슬쩍 복도로 나가서 시원한 뷰를 보며 숨을 돌리곤 해요.


현재 공간을 꾸밀 때 계획했던 컨셉, 기준 등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명확한 컨셉을 정해두고 꾸민 집은 아닙니다. 쓰던 가구를 가져와 시작해 필요한 물건을 하나씩 들이며 3년에 걸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다만 물건을 고를 때 몇 가지 기준은 있었어요. 유행을 타는 디자인보다는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형태를 선택했습니다. 원목이나 가죽처럼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손때와 멋이 드는 소재를 좋아하고, 과한 장식보다는 형태와 소재감이 잘 드러나는 물건을 선호합니다.

큰 가구는 검은색, 나무색, 흰색처럼 차분한 톤으로 배치해 바탕을 다지고, 러그나 액자, 소품으로 색감을 더합니다. 밝고 선명한 톤보다는 짙고 깊이 있는 분위기를 좋아해서 소품 역시 차분하고 짙은 색을 주로 선택하는 편입니다. 특정 스타일로 통일하기보다 서로 다른 시기에 모인 물건들이 잘 어우러지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현재 공간은 두 분중 누구의 취향을 더 많이 반영하고 있는지

전체적인 공간 구성과 가구 선택에는 제 취향이 조금 더 많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공간에 관심이 많다 보니 새로운 아이템이나 배치를 먼저 제안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다행히 남편과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나 선호하는 톤이 비슷합니다.

큰 가구를 고르거나 배치를 바꿀 때는 늘 함께 이야기하고, 보기 좋은 것만큼 두 사람 모두 편하게 쓸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공간의 방향은 제가 먼저 잡더라도, 그 안에서 누리는 일상과 집 전체의 분위기는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온 결과물입니다.


거실, 침실, 주방, 화장실 등 각 공간의 특징을 간단히 공유해 주세요.

거실은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입니다. 소파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퇴근 후에는 빔 프로젝터로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고, 주말에는 쉬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별다른 목적 없이도 가장 오래 머물게 되는 곳이에요.

주방은 식사뿐만 아니라 작업과 취미가 함께 이루어집니다. 식탁으로 쓰는 테이블을 작업대로도 활용해, 식사 후 바로 그 자리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일을 하곤 합니다.

침실은 휴식과 재택근무가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한쪽에 책상을 두고 컴퓨터 작업을 하지만, 쉴 때 시선이 복잡해 보이지 않도록 물건은 최소한으로 두려 했습니다.

작은 방은 드레스룸이자 수납공간입니다. 옷과 계절용품, 그림 재료처럼 눈에 띄지 않아야 할 물건들을 모아두어 가장 실용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간의 한계로 시작된 구조이지만, 공간마다 역할을 딱 잘라 정하기보다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 유연함이 우리 집만의 장점이자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보내는 평범한 일상은 어떤 모습인지?

남편이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주말에는 혼자 시간을 보낼 때가 많습니다. 혼자 있을 때는 배우고 있는 민화 숙제를 하느라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집 안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남깁니다. 원래도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데, 계정을 운영하며 제 공간을 기록하는 일은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둘의 시간이 맞을 때는 같이 밥도 해 먹고 영상을 보며 소소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거창한 일을 하기보다 혼자서, 또 같이 각자의 방식으로 쉬면서 일상의 에너지를 채워가고 있습니다.


집 안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거실입니다. 집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이 집이 가진 분위기를 제일 잘 보여주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거실은 큰 소파를 중심으로 두 사람이 함께 사용합니다. 종종 같이 영상을 보기도 하지만, 주로 한 소파에 앉아 각자 책을 읽거나 휴대폰을 보고,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곤 해요. 계속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한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며 편안하게 머물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습니다.

또 시간에 따라 분위기가 가장 많이 달라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낮에는 자연광이 들이차고, 해가 지면 조명에 따라 톤이 또 달라지거든요.

가구 배치를 바꿔가며 집 전체의 중심을 잡아온 곳이라 가장 애착이 갑니다.


공간을 채운 사물 중 각별한 애정을 지닌 가구나 오브제가 있다면?

어릴 적부터 아빠의 오디오를 탐냈었는데, 이 곳에 이사 온 후 물려받아 집 한구석에 잘 모셔두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60~90년대 기기들 입니다.


- THE FISHER 250 (앰프)

- AR 4 (스피커)

- DENON DCD-1650AL (CD 플레이어)

음향이나 전문적인 영역은 잘은 모르지만, 제겐 어떤 가구보다 각별한 물건입니다.

오랜 세월을 견딘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생김새도 근사하지만, 이 오디오가 내는 따뜻하고 질감 있는 소리가 제가 추구하는 집의 분위기와 아주 잘 닮아있거든요. 요즘은 소소하게 CD를 모으는 재미로 집이라는 공간을 더 밀도 있게 즐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이 오디오 덕분에 아빠와 나누는 대화가 늘었다는 점이에요. 조작법이나 소리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며 이야기를 이어가곤 해요. 나이가 많은 기기라 앞으로도 조금씩 다루는 법을 공부하며 써야겠다고 다짐해요. 아빠의 오랜 시간이 담긴 물건을 물려받아 매일 곁에 두고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참 특별하고 애착이 갑니다.


최근 구매한 인테리어, 리빙 아이템은? 나아가 들이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최근 한국과 일본의 공예를 소개하는 '도쿄라쿠노모리' 전시에서 고재 다리와 철제 상판이 결합된 작은 스탠드를 들였습니다.

일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웨스트빌리지도쿄'의 제품인데, 고재의 거칠고 오래된 질감과 얇은 철제 상판의 대비가 마음에 들었어요.

주로 작은 오브제나 화기를 올려두는데, 가구 자체의 형태와 소재감이 참 매력적입니다.

수공예 유리 작가 '이토 타이조'님의 유리 화기 역시 참 애정하는 기물이에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형태라는 점과 유리 내부에 자연스럽게 모인 기포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꽃 한 줄기를 툭 꽂아두거나 그저 가만히 두기만 해도 공간 속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요.

요즘은 이렇게 공예에 소소한 호기심이 생기고 있습니다. 단순히 전시장 안의 작품으로 보는 걸 넘어,

내 일상으로 들여와 매일 직접 쓰고 바라보는 재미가 또 다르더라고요.

앞으로는 이사를 앞두고 있어 물건을 급하게 사기보다, 다음 집의 구조와 제 생활 방식에 맞는 가구를 천천히 고민해보려 합니다.


이 집이 생활 습관이나 취향에 가져온 변화가 있다면?

이 집에서 지내며 공간을 바라보는 기준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집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새로운 가구나 소품부터 찾아봤다면, 지금은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어떻게 배치하고 다르게 활용할지부터 고민합니다.

가구 위치를 바꾸거나 패브릭을 교체하는 소소한 변화만으로도 공간 분위기가 충분히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물건을 들이는 속도도 늦춰졌어요.

오래된 집에서 지내며 모든 걸 새것으로 바꿔야만 좋은 공간이 되는 게 아니라는 점도 깨달았습니다.

낡은 부분을 무조건 지우기보다 생활에 불편한 요소는 보완하되, 집이 가진 시간의 흔적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식이 저희에게 훨씬 잘 맞더라고요.

무엇보다 다행인 건 함께 사는 남편과 이러한 기준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공간을 바라보며 비슷한 만족감을 느끼고, 집을 가꿔나가는 방향에 있어서도 큰 이견 없이 결을 맞춰갈 수 있다는 사실을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공간을 정의(대표) 하는 3가지 키워드는?

생활, 감상, 균형

생활: 작업 중인 그림, 어질러진 책상과 커피잔처럼 자연스러운 생활의 흔적도 집의 인테리어 중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감상: 꼭 실용적인 쓰임이 없더라도 그림이나 작은 오브제처럼 그저 자주 바라보게 되는 물건들을 집 안에 두는 걸 좋아해요.

균형: 특정 가구나 스타일이 혼자 튀기보다, 서로 다른 물건들과 우리의 일상이 한 공간 안에서 잘 어우러지는 상태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공간에 더해 보고 싶은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올해 이사를 앞두고 있어 요즘은 집을 크게 바꾸기보다, 지난 시간을 정리하며 지금의 모습을 차분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집은 구축 전셋집이라는 한계가 있어, 상황에 맞춰 수용하고 조금씩 고쳐 쓰며 살아야 했어요.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저희 부부의 생활 방식과 취향을 훨씬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다음 집은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처음부터 우리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테마를 구상해 볼 수 있으니까요. 공간별 역할은 나누되, 집 전체에는 저희 색깔을 자연스럽게 입혀보고 싶어요. 누가 봐도 '아, 이 사람들 집이네'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끝으로 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해가 지고 집 안의 조명을 하나씩 켜는 그 무렵의 시간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켜두고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남편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때로는 집 안을 둘러보기도 하고요.

거창한 일이 일어나는 시간은 아니지만, 바깥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온전히 나의 공간으로 돌아왔다는 기분이 듭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놓이는 그 조용한 순간이 이 집에서 가장 좋습니다.


Credit

  • 사진&글@goi.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