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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세계관으로 음악을 전달하는 팝 아티스트 5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크레딧이 유독 긴 이유.

프로필 by 송소형 2026.08.25

음악만 잘해서는 부족합니다. 요즘 아티스트들은 앨범 아트와 뮤직비디오, 패션까지 직접 설계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완성하죠. 때로는 한 곡의 감정을 영화처럼 풀어내고, 앨범을 위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기도 하는데요. 이제 앨범은 몸으로 경험하는 하나의 작품이 된 셈입니다. 음악 너머까지 직접 디렉팅하는 아티스트들의 세계를 들여다볼까요?

Ariana Grande

Ariana Grande



아리아나 그란데

그의 보컬이 남다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노래를 듣다 보면 여러 겹의 코러스와 애드리브가 만들어내는 풍성한 사운드가 유독 귀에 들어오는데요. 이는 단순히 프로듀서가 만들어준 결과물이 아니죠. 아리아나는 보컬 디렉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곡의 전체적인 보컬 흐름을 직접 이끄는 디렉터이기도 해요.



비주얼에서도 그의 디렉팅 감각은 이어지는데요. 특히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익숙한 대중문화의 레퍼런스에 투영해 한 편의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로 풀어내는 데 능하죠. <thank u, next>에서는 자신의 실제 연애사를 2000년대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 자리에 옮겨놓았습니다. 영화 <Mean Girls>, <Legally Blonde>, <Bring It On>, <13 Going on 30>의 장면을 오마주하며 이별을 지나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냈어요.



최근 공개한 앨범 <petal>에서는 뮤직비디오 공동 감독으로까지 이름을 올렸습니다. 영상 속 아리아나는 배우 지망생 ‘Pepper’가 되어 끊임없이 외모와 이미지를 평가받는 인물을 연기하는데요. 여성 스타로서 자신이 마주해온 시선과 압박을 가상의 캐릭터에 투영한 것이죠. 자신의 감정을 노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하나의 캐릭터와 영화적 서사로 확장하는 것. 아리아나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는 앨범 하나의 세계관 전체를 직접 설계하는 아티스트입니다. 그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은<IGOR>인데요. 앨범 크레딧에 “All songs written, produced and arranged by Tyler Okonma”라고 명시했을 만큼 작사와 프로듀싱, 편곡까지 음악 제작 전반을 직접 이끌었습니다.



 Tyler, The Creator

Tyler, The Creator

 Tyler, The Creator

Tyler, The Creator

그가 음악만큼 공을 들이는 건 앨범 커버입니다. <IGOR>의 커버를 위해 마음에 든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직접 작업을 제안하고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받았다고 해요. 완성된 커버에는 타일러가 직접 그린 별과 손글씨, 스케치까지 더해졌습니다. 뮤직비디오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EARFQUAKE'에서는 금발 보브컷 가발과 컬러풀한 수트, 뻣뻣한 움직임을 결합해 앨범을 대표하는 ‘이고르’라는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완성했습니다.



차일디시 감비노

'This Is America'라는 노래를 들어봤다면 이 이름을 모를 수 없을 겁니다. 차일디시 감비노는 배우이자 작가, 감독,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도널드 글로버의 음악 활동명인데요.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사람답게 그의 앨범 제작 방식 역시 음악보다는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가깝죠.



그의 세계가 가장 잘 드러나는 앨범은 <Because the Internet>입니다. 앨범을 위해 직접 장편 각본을 쓰고, ‘The Boy’라는 가상의 주인공을 통해 인터넷 시대의 고립과 외로움을 탐구한 이야기를 만들었아요. 특히 각본의 특정 장면에 맞춰 앨범의 곡이 재생되도록 설계해 음악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처럼 작동하게 했는데요. 여기에 앨범의 서막 역할을 하는 단편영화<Clapping for the Wrong Reasons> 까지 연결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대표곡 'This Is America'에서도 이어집니다. 음악과 안무 등을 통해 인종 문제와 폭력, 그 와중에도 화려한 엔터테인먼트에 시선을 빼앗기는 미국 사회의 모습을 한 편의 영상에 압축했습니다. 노래 한 곡에서 시작한 이야기를 영상과 서사로 확장하는 것. 서로 다른 매체를 엮어 하나의 세계를 완성하는 것이 그의 방식입니다.



빌리 아일리시

빌리 아일리시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바로 오빠 피니어스입니다. 두 사람은 빌리의 데뷔 때부터 함께 곡을 쓰고 음악을 만들어온 오랜 파트너입니다. 빌리가 가사와 멜로디를 함께 만들면 피니어스가 프로듀싱을 더하며 둘만의 독특한 사운드를 완성하는데요. 가사와 멜로디는 물론, 특유의 속삭이는 발음과 화음, 여러 겹으로 쌓이는 보컬 레이어까지 세세하게 관여하며 처음부터 음악의 분위기를 만들어갑니다. 심지어 옷을 만졌을 때 느껴지는 감촉까지도 음악으로 형상화해요.



이렇게 완성된 음악은 빌리만의 독특한 이미지로 다시 확장돼요.<bury a friend>에서는 침대 밑 괴물처럼 등장하고, <you should see me in a crown>에서는 얼굴 위로 거미를 기어 다니게 했습니다. 전형적인 팝스타들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보여주기보다 불안과 공포, 우울한 감정을 기괴하고 초현실적인 장면으로 바꿔 보여주는 것이 빌리만의 독특한 세계를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그 특징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 직접 감독한 <Happier Than Ever>입니다. 조용한 방에서 전화를 받으며 시작한 빌리는 음악이 점점 격해질수록 차오르는 물에 휩싸이고, 결국 침수된 집을 빠져나와 폭우 속에서 노래하는 장면이 담겼죠. 차분하게 시작해 억눌렸던 분노가 폭발하는 곡의 흐름을 ‘침수와 탈출’이라는 장면으로 옮긴 것인데요. 자신의 감정을 노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미지와 공간으로 직접 구현했어요.



찰리 XCX

Charli xcx

Charli xcx

Charli xcx

Charli xcx

그 초록색 앨범 커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찰리 XCX<brat>은 음악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코드가 된 앨범인데요. 시작은 초록색 바탕에 흐릿한 ‘brat’이라는 글자만 덩그러니 놓인 앨범 커버였죠. 단순히 디자이너에게 맡겨 탄생한 결과물도 아닙니다. 찰리는 처음부터 ‘초록색 바탕에 brat이라는 텍스트만 있는 커버’라는 명확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고 해요.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약 5개월 동안 수백 가지 초록색과 폰트를 테스트하며 지금의 이미지를 완성했습니다.


일부러 세련되고 완벽한 디자인 대신 대충 만든 듯한 이미지를 택한 것도 의도적이었죠. 이 투박한 비주얼은 <brat>에 수록된 노래들의 거칠고 솔직한 클럽 사운드와 찰떡궁합을 자랑했는데요. 초록색 하나가 SNS 밈과 패션을 점령하고 급기야 ‘Brat Summer’라는 하나의 밈으로까지 번졌으니까요! 앨범의 음악적 태도를 색과 폰트만으로 알아볼 수 있는 비주얼 언어로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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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어시스턴트 에디터 송소형
  • 사진 각 인스타그램∙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