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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 어워드 역사상 최초의 여성 '올해의 작곡가'. 2025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신인상'과 '올해의 작곡가(비클래식)' 두 부문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최초의 아티스트. 20곡이 넘는 UK 톱 40 히트곡을 발표한 레이는 이제 영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를 넘어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뮤지션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오는 7월 레이는 오데마 피게의 'AP×MUSIC' 프로젝트를 통해 제60회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오프닝 무대에 오를 예정입니다. 1967년 시작된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은 지난 60년 동안 니나 시몬, 마일스 데이비스, 프린스, 데이비드 보위 등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들이 무대에 오른 세계적인 음악 축제인데요. 특히 아티스트와 관객이 가까운 거리에서 음악을 나누는 공연 문화는 몽트뢰만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죠. 레이도 이곳을 오래전부터 '꿈의 무대'라고 말해왔고요.
오데마 피게는 시계 제작을 통해 오랫동안 '소리'를 연구해 온 메종입니다. 음악과 시계 제작 모두 시간과 실험 그리고 창작이 축적되는 과정이라는 철학 아래 2019년 AP×MUSIC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레이는 2024년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을 계기로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고 이후 오데마 피게와 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공연을 앞두고 레이를 만났습니다. 새로운 무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대화는 음악을 만드는 과정과 창작자로서의 태도, 레이가 끝내 음악을 놓지 않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오데마 피게가 전개하는 'AP×MUSIC'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서 공연할 예정이죠. 무려 60회를 맞는 재즈 페스티벌의 오프닝 무대인데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은 오랫동안 꿈의 무대였어요. 시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거쳐 간 곳이잖아요. 저에게는 성지 같은 장소이기도 해요. 2024년에 이어 그런 무대에 다시 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로 감사해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특별한데요. 동시에 책임감도 커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한 가지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요. '평범한 공연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한 번의 공연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이 60년 동안 이어온 시간을 저만의 방식으로 이어가는 여정이 됐으면 합니다.
60년의 시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어가는 여정이라, 멋진 말이네요.
그래서 이번 공연의 제목을 ‘이 무대는 시간의 순간을 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This Stage May Contain Moments in Time)’라고 지었어요. 조금이라도 새로운 무대를 만들고 싶어서요.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그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이 저와 같은 감정을 오래 간직하면 좋겠어요. 저보다 앞서 이 무대를 빛낸 위대한 아티스트들의 열정도 함께 느끼면서 말이죠.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이 왜 오랫동안 특별한 무대로 남아 있는지도 자연스럽게 느꼈으면 하고요. 이런 이야기를 오데마 피게 팀과 함께 가장 아름답고 진심 어린 방식으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2024년 오데마 피게가 당신과의 협업을 처음 소개하면서 'The AP family’s newest member'라는 표현을 썼던 게 인상적이었어요. 협업 아티스트, 앰배서더 보다 훨씬 가깝고 친밀한 관계가 느껴지더군요.
그 표현대로 오메다 피게는 가족 같은 존재와 다름없어요. 우리 인연은 2년 전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서 처음 시작됐습니다. 그 뒤로도 프로젝트를 이어가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함께 웃고 시간을 보내왔어요. 그러다 보니 이 관계는 단순한 협업이나 비즈니스를 넘어 아주 개인적인 유대로 거듭났죠. 사실 스위스 몽트뢰에서의 첫 공연은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었어요. 스위스 출신이셨던 외할아버지를 위한 공연이기도 했거든요. 오데마 피게도 스위스에 뿌리를 둔 브랜드이고, 가족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처음 오데마 피게 팀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외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많이 울었어요. 그 시간을 함께 보낸 뒤로는 정말 자연스럽게 가족이 됐고요. 그래서 'AP Family'라는 표현이 전혀 낯설지 않아요. 지금도 오데마 피게 팀은 제 공연을 찾아와 주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해요. 이 관계를 가족 이외의 다른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오데마 피게가 음악 분야를 지원하는 AP x MUSIC은 완성된 결과물을 보여주기보다,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여요. 이를테면 오데마 피게의 150주년을 기념해 당신과 마크 론슨이 협업한 프로젝트는 창작 과정을 기록해 보여줬죠. 그 경험은 당신에게 어떤 작업으로 남아 있나요?
오데마 피게가 마크 론슨과 저를 연결해 준 것부터 큰 의미였어요. 오래전부터 그의 팬이었거든요. 음악 천재라고 생각해온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하는 것 자체가 정말 특별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저를 가장 놀라게 한 건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 그 자체였죠. 우리는 함께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맞추고, 한 줄 한 줄을 고쳐가며 차근차근 곡을 완성했어요. 그 모든 순간을 카메라가 기록하고 있었는데도 전혀 어색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보통 사람들은 완성된 노래만 듣잖아요. 그 뒤에는 수없이 많은 대화와 고민, 선택과 시행착오가 존재합니다. 그런 점에서 오메다 피게 150주년 기념 프로젝트는 그 시간을 함께 바라봐 준 작업이에요. 창작자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마음을 쏟는지, 그 과정까지 소중하게 기록해 준 경험은 저도 처음이었고요. 그래서 더 특별했고, 모든 순간이 마치 하나의 마법처럼 이어졌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 그 이야기는 오데마 피게가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꾸준히 강조해온 장인 정신, 창작의 태도로 연결되는데요.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당신이 소중하게 지켜온 'Craftsmanship'은 무엇인가요?
음악을 만드는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14살에 처음 작사·작곡을 시작한 뒤로 저는 제 삶을 음악에 바쳤어요. 팝부터 댄스 음악, R&B, 재즈, 영화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경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악만 만든 건 아니에요. 때로는 제 취향과 전혀 다른 작업도 해야 했죠.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이 저를 송라이터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 일을 무척 사랑해요. 음악을 만드는 이 시간을 위해 살아왔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죠. 창작은 무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작업실에서 다른 뮤지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작은 아이디어를 끝없이 다듬고, 무엇이 가장 자연스럽고 정확한지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어요. 가사 한 줄 아래 어떤 코드가 놓여야 하는지, 단어 하나를 바꾸는 게 더 나은지, 그런 아주 작은 차이들이 모여 하나의 음악이 되고요. 그리고 모든 것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 찾아오는데요. 저는 그 순간을 정말 사랑해요. 앞으로도 60년, 70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제게 음악은 직업이 아니라, 평생 이어가고 싶은 삶의 방식이에요.
음악을 처음 시작했던 때의 자신이 지금의 당신을 본다면 가장 놀라워할 것은 뭐라고 생각해요?
좋은 질문이네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잠시 멈춰 생각하게 돼요. 앞만 보고 살아가다 보면, 이렇게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아마 14살의 저는 지금의 제 모습을 믿지 못할 것 같아요. 집 한쪽 벽에는 트로피들이 걸려 있어요. 가끔 그 앞에 서면 스스로도 놀라워요. 와, 정말 제 삶인가 싶어서요. 어릴 때 그런 트로피를 받는 아티스트가 되길 꿈꿨는데 지금 현실이 됐다는 사실이 아직도 신기해요. 얼마 전에는 전석 매진 투어를 마쳤고 런던 O2 아레나에서 여섯 번이나 공연을 했어요. 그런 순간에도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있는데요. 그보다 놀라울 건,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14살의 저한테는 그게 가장 믿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음악은 제게 가장 안전한 공간입니다. 감정을 이해하고 견디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인 셈이죠.
그렇다면 지금 막 음악을 시작한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무엇보다 자신의 열정을 믿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음악은 많은 끈기와 회복 탄력성을 요구하는 작업이에요. 특히 여성 뮤지션들은 더 많은 거절을 겪고, 더 많은 벽을 마주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때마다 혼자 버티려고 하지 않았으면 해요. 영감을 주는 사람들,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뮤지션과 프로듀서들 그리고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사람들을 곁에 두세요. 그들이 가장 큰 힘이 되니까요. 저에게는 플랜 B가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음악만이 플랜 A였어요. 어떻게든 이 길을 가야 한다는 마음뿐이었죠. 누군가 제 목소리를 아티스트로서 진지하게 받아들이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수백, 수천 번의 세션을 거치며 송라이터로서 차근차근 제 길을 만들어 왔어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서 저를 여기까지 데려온 건 재능보다 꾸준함이었다고 믿는데요. 쉽지 않은 길인 건 분명해요. 하지만 음악이 자신의 플랜 A라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어려움과 복잡함을 견디고 일어선 끝에 브릿 어워드에서 여성 뮤지션 최초로 올해의 작곡가상을 수상했습니다. '강인한 여성 아티스트'라는 수식어가 늘 붙는데 어때요? 당신이 추구하는 'Empowerment'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나요?
사실 '강하다'는 말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해요. 어떤 날은 아침에 일어나 스스로 강하다고 느끼는 한편 어떤 날은 전혀 그렇지 않기도 한데요. 저는 오히려 삶의 모든 계절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하는 모든 감정에 저마다의 힘이 있다고 믿어요. 그리고 가까운 친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음악으로 꼭 전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노래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확신했고요. 음악은 제게 가장 안전한 공간입니다. 감정을 이해하고 견디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인 셈이죠. 2023년 선보인 'Ice Cream Man'도 그런 노래입니다. 제게는 슬픈 노래 중 하나인데 지금 들어도 눈물이 나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노래에서 다시 일어설 힘도 얻어요. 저는 그게 음악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한테 ‘Empowerment’의 의미는 '나는 강해', '나는 최고야'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삶의 모든 계절을 지나가고, 그 안에서 아파하고, 울고, 다시 걸어갈 수 있는 힘에 더 가까워요. 물론 늘 무대에서 이토록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죠. 하지만 저는 그런 방식으로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선택했어요. 그리고 그 선택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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