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으로 완성한 균형, 광고 미술 감독의 평창동 주택
15년차 광고 미술 감독의 영감과 미감의 출발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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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미술감독으로 15년 넘게 일을 하고 있어요. 광고 영상 속 공간을 브랜딩하고 만드는 일을 하며, 서촌의 빈티지 셀렉숍인 “테이크마이옐로우 ”를 남편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외 출장을 다니며 자연스럽게 수집한 물건들이 하나둘 쌓였고, 저만 보기에는 아쉬워 작은 공간을 만들게 되었어요. 빈티지 소품만을 판매한다기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취향과 수집의 방식을 공유하는 공간에 가까워요. 집 역시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단순히 하루를 보내기보다는 좋아하는 것들을 가장 솔직하게 담아내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간을 소개해 주세요
평창동의 작은 단독주택에서 남편과 반려견 모찌와 살고 있습니다. 이사 온 지 이제 막 1년이 지났어요, 창밖으로 계절이 가장 먼저 보여지고, 조용한 골목들과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여백이 좋아 이곳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광고 촬영이 끝나면 많은 이미지들을 만들며 보고 돌아오는데, 집만큼은 조금 느린 리듬을 가지고 있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집 안에는 화려한 것보다는 편안함 위주의 가구들과 소재를 고른 편입니다. 이전 집보다 라이프스타일이 많이 변화되었는데, 우선 창가를 보며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되었어요.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도 프로젝트와 관련된 아트북이나 사진책들을 보며 정리를 하기도 하고, 테이크마이옐로우에 데려올 물건들을 집에서 배치해 보기도 합니다.
거실, 침실, 주방, 화장실 등 각 공간의 특징을 간단히 공유해 주세요.
1층 거실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입니다. 주방과 같이 연결되어 있어, 한 테이블에서 식사도 하고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거실 한켠에는 턴테이블과 좋아하는 책들을 모아놨고 여러 오브제들을 계절마다 조금씩 바꾸기도 해요. 2층 침실은 정말 잠만 자는 곳이에요. 침대만 놓을 수 있는 침실과 작은 미니 거실이 있는데, 남편이 1층 거실에서 일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일상을 보낼 때에 저는 2층 미니 거실에서 일을 하거나 일기 같은 기록을 하는 것들을 하곤 합니다.
집에서 보내는 평범한 일상은 어떤 모습인지?
아침에 일어나면 1층으로 내려와 커피를 내리고 쇼파에 앉습니다. 테이크마이옐로우 문의나 주문을 확인하고, 본업인 광고에 있을 스케줄을 준비합니다. 사무실과 샵에 다녀오면 집에서는 보통 휴식하는 시간이 대부분인데, 집에서는 무언가를 생산하는 것보다는 다음 작업을 위해 충전하는 시간이 많은 듯합니다.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고, 모찌와 산책도 하는.. 저녁에는 3층에 올라가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하기도 하구요
비주얼을 기획하고 다루는 직업적 특성과 감각이 집을 꾸미는 방식에도 반영되는지?
많이 반영된다고 생각합니다. 세트를 만들거나 공간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느 부분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고, 무엇을 더하기보다는 무엇을 뺄 것인가입니다. 집도 같은 기준으로 바라봅니다. 오브제가 많더라도 다 보여주지 않고, 하나하나가 잘 보여지는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컬러 역시 서로 자연스럽게 조화되는 톤을 선호합니다. 나무나 유리, 린넨처럼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소재를 좋아하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결국 나만의 공간은 예쁘기만 한 물건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물건이 서로 어떻게 조화되는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포인트가 작업물의 전체 분위기를 바꾸듯, 집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오브제나 가구가 있을지?
지난주에 새로 사 온 빈티지 조명입니다. 공간은 같은 가구들이어도 빛에 따라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지는데, 해가 지기 전까지는 자연광이 만드는 빛을 좋아하고 밤에는 클립조명이나 플로어 램프만 켜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명만으로도 집 전체의 공기가 달라지곤 하는듯 해요. 거실에 있는 파란 쇼파도 저희집의 포인트라 생각 되어요.처음에는 흔히 하는 그레이나 아이보리 컬러로 하려고 했는데, 진한 파랑 컬러의 쇼파는 매번 볼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곤 하더라구요. 이번 집에 이사를 하며 가장 잘한 선택의 쇼파입니다,
공간을 채운 사물 중 각별한 애정을 지닌 가구나 오브제가 있다면?
독일 하이코의 토끼 조명과 리사라슨의 도자기 제품을 가장 좋아합니다. 20대 때 너무 갖고 싶었던 소품인데 10년이 지나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너무 비싸게만 느껴지는 물건이어서 어려웠어요. 토끼 조명은 잊고 살다가, 작년 파리 출장에 갔다가 마켓에서 보자마자 사버렸어요. 새 제품으로 살 수 있지만 세월이 지난 핸드페인팅의 벗겨짐 같은 흔적들이 더 정이 가더라고요.
최근 구매한 인테리어, 리빙 아이템은? 나아가 구매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이케아의 노트북 테이블입니다. 고가의 디자이너 사이드 테이블도 여러 개 봐두었는데, 마냥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보다는 편안함을 택했어요. 얼룩 걱정도 없고 높이 조절이나 각도 조절도 가능한데 가격 대비 정말 훌륭하다 생각됩니다! 저채도의 베이지 컬러가 튀지 않고 어느 공간에 두어도 잘 어울려요.
오브제, 가구 등 공간을 채우고 물건을 고를 때 기준이 있다면?
유행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내가 좋아할 수 있을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가구를 자주 사거나 바꾸는 편은 아니라, 실용도 와 편안함 위주로 생각하게 됩니다.
공간에서 특히 가장 좋아하거나 애착이 가는 '스팟'이 있는지?
거실 창가를 가장 좋아합니다. 계절의 모습이 가장 많이 드러나기도 하고,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도 대부분 이 자리에서 레퍼런스를 찾거나 스케치를 하기도 해요. 생각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가져다줄 때가 많습니다.
현재 집이 변화시킨 습관 혹은 취향이 있을지?
조금 천천히 바라보며 지내는 습관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새롭고 예쁜 것들을 계속 찾으려 했는데, 요즘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오래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햇빛 방향이나, 같은 물건도 위치를 조금 바꾸면 새로운 분위기가 생기는 걸 즐기게 되었습니다.
공간을 정의(대표) 하는 3가지 키워드는?
시간, 균형, 여백. 오래된 물건이 가진 시간을 좋아하고, 너무 채우기보다는 여백을 남겨두는 편이에요. 그 균형이 가장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이 공간에서 가장 '나답다'고 느껴지는 포인트가 있다면?
여행을 다니며 하나씩 모은 물건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모습이 가장 저 다운 것 같아요. 비싸거나 유명한 물건보다 제 이야기가 담긴 것들이 많아서, 집을 둘러보면 그때의 기억들이 하나씩 떠오르곤 합니다.
앞으로 이 공간에 더해 보고 싶은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오히려 더하는 것보다 조금씩 덜어내고 싶어요. 꼭 필요한 것, 오래 함께하고 싶은 것들만 남겨두고 계절에 맞는 꽃이나 식물 정도만 바꾸면서 시간이 흘러도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Credit
- 사진&글@snowy03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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