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따가운 현실을 쓰는 감독, 이창동 장편 영화 6
험난한 여정 끝에 나온 8년 만의 이창동 신작 '가능한 사랑'은 그의 일곱 번째 장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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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물고기>(1997)
영화 <초록물고기>
이창동 감독은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었습니다. 1980년대에 등단해 소설가가 됐고, 1990년대에는 각본가로 직업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1997년, 한국 느와르 걸작 <초록물고기>를 내놓으며 43세에 영화감독으로 데뷔했습니다. 영화는 그의 소설처럼 구조의 비극에 희생되는 개인의 삶을 담았는데요. 전역 후 고향으로 돌아가던 기차에서 조직폭력배 태곤(문성근)의 연인 미애(심혜진)를 만난 막동(한석규)의 이야기를 막 개발 중이던 신도시를 배경으로 그려냈습니다. <초록물고기>는 '이창동 리얼리즘'의 서막을 연 작품이기도 합니다.
<박하사탕>(2000)
영화 <박하사탕>
장편 데뷔작 <초록물고기>로 백상예술대상, 대종상, 청룡영화상을 휩쓸고 국제영화제에서까지 수상한 이창동 감독은 5·18 민주화운동과 1997년 외환 위기를 소재로 한 <박하사탕>으로 돌아왔습니다. 달리는 기차를 막고 서서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절규하는 설경구의 모습이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죠. <박하사탕>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역순으로 비추며 그 안에서 흔들리다가 몰락하는 한 남자를 보여줍니다. 영화 안 20년의 끝이 순수하던 처음이라는 점에서 서사는 더 처연하고, 문학적으로 읽힙니다. 또 지금은 연기파 중의 연기파로 꼽히는 설경구와 문소리를 단숨에 주목받게 만든 것도 <박하사탕>입니다.
<오아시스>(2002)
영화 <오아시스>
<박하사탕>의 설경구와 문소리가 소외된 이들의 사랑 이야기로 이창동 감독과 다시 손을 잡았습니다. <오아시스>는 뺑소니 교통사고를 냈던 전과자 종두(설경구)와 중증뇌성마비장애인 공주(문소리)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해요. 가족마저 외면하는 둘은 서로를 버팀목으로 외로움을 달래다가 사랑에 빠집니다. 이 영화를 통해 '장애인의 사랑'이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지금 다시 본다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대목도 적지 않습니다. 공주를 연기한 문소리는 혹여나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장애인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촬영 내내 걱정했다는데요. 결국 문소리의 제안으로 극중 공주가 착용하는 소품과 성격 등이 바뀌었습니다. 그 결과 <오아시스>는 이창동 감독에게 '한국 최초 베니스 국제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을 안겼습니다. 문소리 역시 같은 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을 받았고요.
<밀양>(2007)
영화 <밀양>
이창동 감독은 <오아시스> 이후 5년 공백 끝에 <밀양>을 내놨습니다. 꿈도, 남편도, 아들도 잃고 결국 신마저 증오하게 되는 여자 신애(전도연)의 이야기입니다. 작품은 이청준의 소설 <벌레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는데요. 원작의 모티프는 1980년에 벌어진 이윤상 유괴 살인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종교를 통해서도 구원받지 못하지만 가해자는 절대자에게 기대 간단히 스스로를 용서해 버립니다. 마음의 평화를 얻은 건 가해자 뿐입니다. <밀양>은 이런 극한의 고통 속에서 구원받으려 발버둥치는 가련한 인간을 그립니다. 그러면서 괴로운 신애의 곁에 종찬(송강호)을 붙여 결국 타인의 고통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특성을 조명하기도 하죠. 종교적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던 <밀양>은 전도연을 '칸의 여왕'으로 만들었습니다.
<시>(2010)
영화 <시>
<시>는 <밀양>과 비슷한 결의 영화입니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故 윤정희의 유작이기도 해요.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은 할머니 미자(윤정희)는 늘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려 애씁니다. 동네 문화원에서 시 강좌를 듣게 된 후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함께 살던 중학생 손자가 사고를 친 후엔 더 이상 세상이 아름답지 않습니다. 미자는 여전히 시를 쓰지만 시상은 바깥의 아름다움이 아닌 내면의 고통에서 찾게 되죠. 미자가 강좌 마지막날 남긴 시 '아네스의 노래'는 이창동 감독이 직접 썼습니다. 당시 정치적 내홍 속에서도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시>는 각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버닝>(2018)
영화 <버닝>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에서 주요 설정들을 가져왔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작품 중에선 드물게 청년들이 주인공이고, 가장 난해한 느낌의 영화이기도 해요. "저한텐 세상이 수수께끼 같아요"라는 주인공 종수(유아인)의 대사처럼, 여러 대립되는 가치의 경계선에서 갈팡질팡하는 인물들의 심리를 표현했기 때문이죠. 다만 영화의 미스터리한 정서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창동 영화치고는 많은 여백들도 저마다의 해석으로 남게 되는 작품입니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평단의 엄청난 호평을 받았으며,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습니다.
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각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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