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 새 앨범을 듣기 전 꼭 봐야 하는 인터뷰
자우림의 음악은 삶의 어느 곳에나 있다. 지하에도, 방구석에도, 루프톱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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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집 <영원한 사랑> 이후 4년 만의 정규 앨범입니다. 제목은 왜 <Life!>입니까
김윤아 뒤에 느낌표가 있죠? ‘그게 인생…’이 아니라 ‘인생이야! 인생!’ 이런 느낌을 주려고요(웃음). 다들 그렇잖아요. 치열하게 아등바등 살아가죠. 이 앨범은 제가 굉장히 절박하게 만들었습니다.
번아웃을 겪던 시기에 이 앨범이 완성됐다고 들었습니다
김윤아 솔로 앨범 <관능소설>을 발매한 지 얼마 안 돼 기가 많이 빨린 상태에서 만들었거든요. 무대 위에서 즐겁게 노래하고, 앨범을 계속 만들며 신나게 춤추는 것처럼 즐거워 보이지만 나는 사실 몸부림치고 있단 말이죠. 이 시대를 사는 청춘을 향한 공통된 이야기이기도 해요. 설렁설렁 살고, 저축도 안 하고 내 집 마련도 안 하는 안일한 태도로 살아간다는 말을 듣지만, 실상은 아니거든요. 다들 죽기 살기로 몸부림치는 거지 놀고 있는 게 아닙니다. 이런 우리 삶을 담았어요.
김진만이 입은 아우터웨어는 Camphor Wood. 톱은 Chrome Hearts. 팬츠는 Taille. 이선규가 입은 레더 코트는 Tonywack. 팬츠는 Noice. 벨트는 Fr8ight. 햇은 Brown Hat.
신보를 준비하면서 ‘하드 퀘스트’는 무엇이었나요
이선규 우리는 앨범을 만들 때마다 목표 같지 않은 목표를 설정해 왔는데요. 이번에는 11집 <영원한 사랑>이 개인적으로 너무 완성형 앨범이어서 과연 그 앨범보다 좋을 수 있을지 의심했습니다. 그 의구심을 돌파하는 게 나름 하드 퀘스트였죠. 김진만 만든 후에 달성한 퀘스트가 있는데요. 이번 앨범에 피아노 세션이 아예 녹음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건반 연주 없이 오직 기타와 베이스만으로 소리를 구성했죠. 김윤아 한 마디로 ‘말랑말랑’한 곡이 없다는 뜻입니다.
김윤아가 입은 드레스는 Alexander McQueen. 링과 브레이슬릿, 네크리스는 모두 Chrome Hearts. 이어링은 Self-Portrait. 벨트는 Khaite.
도대체 얼마나 거칠기에
김윤아 9집 <Goodbye, Grief.>, 10집 <자우림>까지 자우림의 모든 사운드를 집대성했다고 생각했으나 11집 <영원한 사랑>이 거의 판타스틱한, 완성형으로 진화한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이 사운드를 또 해봐야 답습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조금 더 새로운 방향으로, 거친데 날카롭게, 동시에 클래식한 느낌이 있는 소리를 추구했고, 오롯이 반영된 것 같아 결과적으로 굉장히 좋다고 생각합니다(웃음).
‘라이프! life!’부터 ‘마이 걸 My girl’ ‘카르마 karma’ ‘뱀파이어 vampire’ 등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열 개의 곡이 실렸죠. 강렬하고 노골적인 가사의 ‘마이 걸 My girl’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한데요
김윤아 ‘미소지니’ 범죄에 대한 내용이 담겼어요. 제 경험담이기도 하죠. 친구들이 질 나쁜 남자애들을 만나며 나쁜 선택을 하고, 친구들이 뜯어말리는 결혼을 해서 결국 폭력으로 부상당하거나 좋지 않은 과정으로 이혼한 친구에게 하는 말입니다. 왜 친구 말을 듣지를 않아?!
김진만이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Zagae.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선규가 입은 코트와 톱, 팬츠는 모두 Burberry. 모자는 Eric Javits. 김윤아가 입은 드레스와 네크리스는 모두 Burberry. 이어링은 Bell & Nouveau. 링은 Swarovski. 벨트는 La Manso by Adekuver. 벨트와 레이어드한 스카프는 Recto.
한편 사운드가 거칠고 메시지가 강렬한 곡은 ‘렛 잇 다이 let it die’ 같습니다
김윤아 변화하는 시대를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가사잖아요. 새로운 시대를 향해 가고 자유의 깃발을 흔들고는 있지만, 현실에서는 지금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과거에 우리를 속박했던 것들을 다 죽여버리자고 말하는 게 과감하죠.
다시 한 번 사회적 메시지를 분노와 슬픔, 사랑으로 울부짖는 자우림이군요
김윤아 변해가는 세상과 발 맞춰 가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대중음악을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우리 음악을 떨어트릴 수 없어요. 몇 년 동안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하고 너무 많은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를 극복하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진흙 바닥을 구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김진만 그래서 1번 트랙 ‘라이프! Life!’를 들으며 슬퍼하는 분이 많아요. 김윤아 ‘많은 걸 바라진 않아 진심으로 웃고 싶어’라는 가사에 주목해 주세요. ‘진심으로 웃고 싶다’는 말은 사실 많은 걸 바라는 겁니다. 진심으로 웃으려면 많은 게 필요하니까요. 제가 정말 절실하게 생각하고 있던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문장이기도 합니다.
김진만이 입은 아우터웨어는 Camphor Wood. 톱은 Chrome Hearts. 팬츠는 Taille. 이선규가 입은 레더 코트는 Tonywack. 팬츠는 Noice. 벨트는 Fr8ight. 햇은 Brown Hat.
곧 자우림의 무대도 활발히 볼 수 있겠습니다. 정규 앨범을 탄생시킨다는 건 새로운 공연과 무대에 대한 복선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27년 동안 오른 무대는 당신들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이선규 앨범을 내는 것과 공연은 밴드에게 생일이나 마찬가지예요. 매년 오는 생일도 매년 새롭잖아요. 공연도 여전히 새롭습니다. 말이 27년이지 공연이 공연다워지고 스스로 프로페셔널한 어른이 됐다고 느낀 건 2017년 언저리입니다. 그 후로 아직 10년이 안 채워졌기 때문에 새롭고 배울 게 많아요.
자우림은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지만, 30년 가까이 우리 마음속에 숨 쉬고 있습니다. 물론 세대를 막론하고요
김윤아 그럴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세요? 제가 마감을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웃음). 저는 약간 공무원 스타일이라서요. 자우림의 비서이자, 자우림의 행정 처리 공무원이죠. 마감 시기가 되면 고지를 하고, 안내합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제가 일을 제일 많이 합니다. 김진만 주변에 앨범을 10년 넘게 안 내는 밴드가 많아요. 선규와 저밖에 없었다면 우리도 그랬겠죠.
김윤아가 입은 드레스와 이어링은 모두 Alexander McQueen.
다행입니다(웃음). 시대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시대를 예민하게 포착해 온 자우림에게 ‘자우림다움’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존재하나요
김윤아 낙천적 패배주의라는 명쾌한 기준이자 답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12집에서 크게 변한 게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관조하고 냉소하고 포기하면서도 꿈과 이상을 소중하게 생각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참지 않아요. 참지 않고 싸우려는 사람이고, 화를 내는 사람이어서 사운드가 다른 축으로 완성되는 것과 동시에 자우림이 지금까지 잘 내비치지 않았던 캐릭터가 앨범에 가득 들어갈 수 있었죠.
김진만이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Jacquemus. 셔츠와 슈즈는 모두 Golden Goose. 벨트는 Max Mara. 링과 네크리스는 모두 Bell & Nouveau. 아이웨어는 Bottega Veneta by Kering Eyewear.
가사 중 가장 자우림다운 문장을 꼽는다면
김윤아 12집의 마지막 트랙 ‘콜타르 하트 Coaltar heart’가 정통 자우림 같은 곡인 것 같아요. 되게 무거운 사랑 이야기의 독백 같고, 아래로 침잠하는 사운드죠. 1번부터 9번 트랙까지는 거칠고 로파이한 반면 이 곡은 쓸쓸하고 텅빈 듯하지만 의외로 꽉 찬 사운드이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콜타르 하트’라는 조어는 자우림의 트레이드마크 같아요. 콜타르는 석유를 만들고 남은 불순물 찌꺼기인데, 찐득찐득하고 아무 데도 쓸데없는 물질이죠. 근데 그 검은 콜타르 속에 잠기는 기분이 제게는 있거든요. 굉장히 강렬한 사운드가 ‘우다다다’ 펼쳐지다가 갑자기 고요하게 콜타르 속에 잠기는 느낌, 그게 자우림의 기본인 것 같습니다. 김진만 저는 이 곡에서 ‘I alone see you’라는 가사가 제일 좋아요.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되잖아요. 내가 혼자서 너를 본다는 뜻도 되고, 나만이 너를 볼 수 있다고도 해석될 수 있죠. 자우림의 음악을 듣고 소통되는 분들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이선규 저는 아까 언급된 ‘life!’ 가사에서 ‘많은 걸 바라지 않아 진심으로 웃고 싶어’.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진심으로 웃는 게 참, 그걸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이 나올 때 항상 울컥해요.
팬데믹 이후 2023년부터 페스티벌 문화가 본격적으로 활기를 되찾으며 국내 밴드 신도 다시 부활했습니다. 최근 음악 신이나 후배 밴드의 행보를 보며 느낀 점은
김윤아 와, 잘한다! 이 팀도 끝내주네! 데뷔 시기가 다를 뿐이지 모두 동료잖아요. 보편적으로 잘하는 팀이 점점 많아지는 현상이 고무적이고, 전에 없던 포지션에 있는 여성 플레이어도 많아져서 좋습니다. 최근 ‘터치드’와 ‘카디’랑 술 먹고 싶어서 자리를 만드는 중이에요(웃음). 다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기묘함과 어둠, 슬픔, 분노, 사랑, 평화, 보편성을 안고 가는 자우림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며 밴드로서 유대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자우림은 음악적 공동체이자 가족 같은 존재인가요
김윤아 제일 친한 친구들이라고 생각해요. 일할 때만 만나는 게 아니라 놀 때도 같이 놀거든요. 그리고 보시다시피 두 분 성격이 과묵하고 느긋해요(웃음). 작업할 때 제가 채찍을 휘두르는 스타일인데 형들이 주도해서 무언가를 치열하게 하는 걸 한 번 보고 싶어요.
이선규가 입은 아우터웨어는 Open Yy.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네크리스는 모두 Bell & Nouveau.
음악적 유행보다 존재의 진정성을 택한 팀으로서 선택에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나요
이선규 음악적 유행을 좇았다면 20년 넘게 못했을 것 같아요. 세 명 모두 그런 음악을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요. 좀 더 근본에 가까운 걸 좋아하고, 그래서 오래 함께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무얼 믿습니까
김윤아 좋아하니까 발버둥치는 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별 믿음은 없어요. 이러다가 라이브가 반응이 없으면 ‘이제 우리 그만해야겠다’고 할 거예요(웃음). 이선규 저희가 다들 무언가를 강하게 주장하거나 부르짖는 걸 잘하는 사람은 아닌데, 아마 그걸 음악으로 풀어냈을 때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봐주는 게 있으면 그때야 ‘우리가 잘하는 게 있나 보다’ 싶은 의심이 살짝 들기는 합니다.
김윤아가 입은 드레스와 스타킹, 부츠는 모두 Alexander McQueen. 링과 브레이슬릿, 네크리스는 모두 Chrome Hearts. 이어링은 Self-Portrait. 레그 워머는 Michael Kors. 벨트는 Khaite.
수많은 명반을 탄생시킨 자우림도 불확실한 상태로 산다는 게 한결 마음을 편하게 해줍니다. 여전히 실력을 의심하고 그만해야 할지 고민하는군요
김윤아 그럼요. 우리 모두 똑같아요!
이선규가 입은 레더 재킷은 Golden Goose. 셔츠는 Takahiromiyashita The Soloist. 팬츠는 Ungimmick. 햇은 Brown Hat. 슈즈는 Loewe. 김윤아가 입은 셔츠, 베스트는 모두 Isabel Marant. 스커트는 Annakiki. 네크리스는 Vivienne Westwood. 글러브는 Bell & Nouveau. 김진만이 입은 재킷은 Saint Laurent. 스카프는 Alexander McQueen.
세 사람의 인생에서 자우림이라는 밴드가 차지하는 의미는
김진만 20대에 시작해 50대까지 함께하고 있어요. 자우림을 빼고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그렇게 돼버렸습니다. 이선규 만날 그런 이야기했거든요. “우리가 청춘이다.” 참 감사한 모험인 것 같습니다. 모험할 수 있는 게 자우림의 특권이거든요. 김윤아 제게 자우림은 본가 같은 겁니다. 솔로 활동을 할 때는 별채로 가지만, 본가로 다시 돌아옵니다.
데뷔 30주년을 바라보는 ‘깡’ 있는 밴드, 자우림. 시간이 흘러 당신들의 음악이 하나의 언어가 된다면
김윤아 예전에도 비슷한 질문을 들은 적 있는데, 그때 이렇게 말했어요. “제가 죽으면 사람들이 다 자우림을 잊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비슷해요. 김진만 진짜 멋있다! 이선규 커트 코베인도 윤아보다 한 수 아래야. 김윤아 콜타르 하트에 잠기니까요(웃음).
Credit
- 에디터 전혜진·정소진
- 사진가 강혜원
- 스타일리스트 이명선
- 헤어 스타일리스트 장해인
-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나겸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2026 봄 필수템은 이겁니다
옷 얇아지기 전 미리 준비하세요, 패션·뷰티 힌트는 엘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