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지금 주목해야 할 한국 장신구작가 3인 인터뷰

소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세계 무대에서 독창적 언어를 구축해 가고 있는 한국의 장신구 작가 3인을 만났다

프로필 by 송유정 2026.08.06

한국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장신구 작가, 성코코

장신구를 통해 개인의 내면과 외부 세계가 만나는 지점을 탐구하며, 서로 다른 존재들이 연결되고 공존하는 방식을 풀어낸다.


자신의 작품 세계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장신구를 통해 서로 다른 존재들이 자신의 고유함을 발견하고 차이를 인정하며 함께 공존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과정.


작품을 구상하고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요소가 있다면

개념과 감정, 형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먼저 드로잉과 종이 샘플로 구조와 비례를 실험합니다. 이후에 계획한 방향을 유지하면서 재료가 만들어내는 우연한 반응과 조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죠. 예상치 못한 요소들이 하나의 형태를 이루는 순간이 흥미롭고, 이 지점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브로치, ‘나르시시스트가 되지 않기 위한 노력 – 찰리 브라운(Trying not to be a narcissist - Charlie Brown)’. 끊임없이 흔들리는 자아 속에서 균형을 잡고 타인과 건강한 소통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수행 과정을 ‘찰리 브라운’ 캐릭터와 ‘흔들리는 거울’이라는 요소를 통해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

브로치, ‘나르시시스트가 되지 않기 위한 노력 – 찰리 브라운(Trying not to be a narcissist - Charlie Brown)’. 끊임없이 흔들리는 자아 속에서 균형을 잡고 타인과 건강한 소통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수행 과정을 ‘찰리 브라운’ 캐릭터와 ‘흔들리는 거울’이라는 요소를 통해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

수많은 예술 매체 가운데 장신구를 자신의 언어로 선택한 이유

장신구는 한 사람의 개성과 정체성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여줄 수 있는 매체입니다. 몸에 닿아 착용자와 함께 움직이는 ‘개인 예술’인 동시에 타인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사회적 도구’가 된다는 게 흥미로워요. 그 지점에서 장신구가 가진 특별한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작품을 만들 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나 형상, 색감이 의미하는 건

조각난 형태와 결합 구조, 그림자, 네온 컬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죠. 시리즈마다 다른 재료를 사용하는데 각기 다른 물성이 만나 새로운 가능성을 연출하는 게 재미있어요. 자연물과 인공 재료가 만나고 어우러지는 과정이 사람 관계와 닮았어요. 그 안에서 그림자와 네온 컬러는 어둠 속에서도 드러나는 존재감과 회복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영감을 얻는 장소나 대상 혹은 습관이 있나요

영감은 대부분 일상에서 얻습니다. 베를린 작업실 옆의 쥐트크로이츠(Su¨dkreuz) 역을 지나다 보면 서로 다른 언어와 리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사람들이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그림자와 빛, 이에 따라 변하는 형태가 제 작업의 중요한 영감입니다. 이런 일상 장면의 정체성은 고정된 게 아니라 관계 속에서 변화한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곤 해요.


네크리스, ‘수염 부적(Amulet Beard)’, 나무와 황동, 스와로브스키 등의 소재를 결합해 완성한 네크리스. 자신의 콤플렉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상처를 안아주며 내면을 회복한다는 치유의 의미를 투영했다.

네크리스, ‘수염 부적(Amulet Beard)’, 나무와 황동, 스와로브스키 등의 소재를 결합해 완성한 네크리스. 자신의 콤플렉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상처를 안아주며 내면을 회복한다는 치유의 의미를 투영했다.

장신구는 결국 사람의 몸 위에서 완성되는 예술인데, 작업 과정에서 장신구의 착용성과 몸과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고민하는지

작품이 누군가의 몸 위에 놓였을 때의 모습을 자주 상상합니다. 착용하는 사람의 움직임과 표정, 옷차림, 빛에 따라 장신구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죠. 저에게 착용성은 편안함을 넘어 작품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신입니다. 장신구를 착용한 사람 자체가 유니크한 작품이 되고, 그 모습이 누군가에게 영감과 행복을 줄 수 있길 바랍니다.


한국 장신구가 가진 특별한 매력은

한국의 장신구는 삶과 죽음, 보호, 기원, 관계 같은 정서가 스며들어 있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하이 주얼리가 원석과 기술의 압도적 완성도를 보여준다면, 한국 장신구는 보이지 않는 정서와 상징을 깊이 있게 다룹니다. 드러내지 않아도 오래 남는 힘, 전통을 오늘날의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유연함 역시 한국 장신구가 지닌 중요한 가능성입니다.


작품으로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사람들이 자신의 다름과 취약함을 결함이 아닌 고유한 흔적으로 바라보길 바랍니다. 제 작업 속에 등장하는 퍼즐과 그림자는 서로 다른 존재가 연결되고 서로 이해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혼자로선 불완전해 보이지만 함께 놓일 때 새로운 의미와 힘을 가질 수 있는 게 장신구거든요. 제 장신구가 서로의 차이를 좀 더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실험적 재료와 조형 언어를 바탕으로 작업하는 현대 장신구 작가, 권슬기

생명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관계와 감정,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장신구로 풀어낸다.


자신의 작품 세계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생명성을 바탕으로 관계와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업.


수많은 예술 매체 중 왜 ‘장신구’였을까요

장신구는 감상하는 데서 끝나는 작품이 아니라 몸과 만나며 비로소 완성되는 예술입니다. 작품이 몸을 매개로 더 넓은 공간과 다양한 경험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네크리스, ‘날이 저물어 밤이 된다(Each day darkens into night)’. 작가가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은 작품. 파도가 끊임없이 해변에 흔적을 남기고, 낮과 밤이 반복되며 풍경의 결을 바꾸듯 세상의 모든 것이 의도하지 않은 흔적을 남기며 변화하는 모습을 회화적으로 그려냈다.

네크리스, ‘날이 저물어 밤이 된다(Each day darkens into night)’. 작가가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은 작품. 파도가 끊임없이 해변에 흔적을 남기고, 낮과 밤이 반복되며 풍경의 결을 바꾸듯 세상의 모든 것이 의도하지 않은 흔적을 남기며 변화하는 모습을 회화적으로 그려냈다.

장신구는 결국 사람의 몸 위에서 완성되는 예술인데, 작업 과정에서 장신구의 착용성과 몸과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고민하는지

저는 착용성을 기능적 문제로만 생각하지 않아요. 작품이 몸 위에서 어떤 방향으로 놓이고 움직이는지, 빛을 받으면 어떤 표정인지 고려하는 것도 작업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장신구의 형태와 무게, 유연성, 착용 위치 등을 고려해 몸과 작품이 하나의 조형을 이루도록 디자인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작품을 만들 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나 형상, 색감이 의미하는 건

제 작업에는 유기적으로 증식하거나 연결되는 형태, 입이나 통로를 연상시키는 개방된 구조가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이는 변화와 관계, 순환을 표현하기 위한 조형 언어입니다. 투명함은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흐리거나 생명체의 유기성을 의미하고, 그러데이션은 생명의 흐름과 변화를 나타냅니다. 실리콘도 우연히 얇은 실리콘 막을 접하면서 사용하게 됐죠. 형태를 유지하면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물성이 제가 추구하는 조형과 잘 맞았고, 금속 장신구로 구현하기 어려운 형태와 투명한 질감, 색의 중첩과 그러데이션이 가능해 제겐 실리콘이 중요한 재료입니다.


작업 초기와 비교했을 때 현재 작품 세계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초기 작업이 생명체의 형태를 관찰하고 조형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형태 너머의 시간과 변화, 생성과 소멸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금속과 석고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며 조형 언어를 넓혀가는 중입니다.


브로치, ‘첫 숨(First Breath)’. 생명체가 처음 세상에 나와 내쉬는 호흡의 순간을 유기적인 세포의 형태로 시각화한 작품. 유연한 실리콘 특유의 물성은 막 태어난 생명의 연약함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성의 가치를 담고 있다.

브로치, ‘첫 숨(First Breath)’. 생명체가 처음 세상에 나와 내쉬는 호흡의 순간을 유기적인 세포의 형태로 시각화한 작품. 유연한 실리콘 특유의 물성은 막 태어난 생명의 연약함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성의 가치를 담고 있다.

자신의 색을 유지하기 위해 ‘이것’만큼은 지킨다는 요소가 있을까요

새로운 재료와 표현방식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지만 ‘왜 이 작업을 해야 하지?’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 건 뭘까?’라는 질문이 제 작업의 출발점이에요. 그런 질문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표현은 달라져도 작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아요.


AI가 급부상하는 시대일수록 수백, 수천 시간의 수작업을 거쳐 완성되는 주얼리가 더 특별한 가치를 지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손이 만드는 아우라와 가치’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AI는 이미지를 빠르게 만들어내지만, 재료의 우연과 시행착오까지 대신할 수는 없어요. 손으로 만든다는 것은 형태가 아니라 시간과 감각을 축적하고 재료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과정입니다. 그 안에서 생기는 예상치 못한 흔적과 변화가 작품의 깊이와 가치를 만들어요.


앞으로 한국 장신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나요

기술과 완성도뿐 아니라 작가의 철학과 작업 세계가 주목받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장신구를 하나의 예술 매체로 바라보는 인식이 더욱 넓어지고, 다양한 실험과 국제 교류를 통해 한국 현대 장신구의 독창성이 세계와 활발히 소통하길 바랍니다.


작품으로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생명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서로 관계를 맺고 존재합니다. 제 작업이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각자의 경험과 기억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전통 세선(細線) 기법의 정교함 위에 현대 감각을 얹는 금속공예가, 임종석

자연물을 모티프로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자신의 작품 세계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전통과 현대의 조화, 그리고 그에 대한 새로운 해석입니다.


장신구를 자신의 언어로 선택한 이유

장신구는 다른 매체에 비해 형태적 표현이 자유로워요. 제가 담으려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그리고 은유적으로 보여줄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 사람의 ‘몸’과 상호작용해서 발현되는 시너지가 장신구가 가진 가장 큰 매력 아닐까요?


브로치, ‘젖어든 바다(Rainy Season)’. 순은을 활용해 입체적인 파도의 형상을 표현하고, 옻칠을 태우는 기법으로 자연스러운 그러데이션을 연출했다. 그 위로 정교한 자개 디테일을 얹어 바다 위에 흩뿌려지는 비의 잔상을 시각화했다.

브로치, ‘젖어든 바다(Rainy Season)’. 순은을 활용해 입체적인 파도의 형상을 표현하고, 옻칠을 태우는 기법으로 자연스러운 그러데이션을 연출했다. 그 위로 정교한 자개 디테일을 얹어 바다 위에 흩뿌려지는 비의 잔상을 시각화했다.

영감을 얻는 장소나 대상 혹은 일상 습관이 있다면

인간의 머리로 상상할 수 없고 가늠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 관심이 많습니다. 요즘은 과학 유튜브를 틀어놓고 작업해요.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다시 펼쳐 봤습니다. 개인 전시명도 <코스모스>거든요.


개인전 <코스모스>에서는 이런 관심사가 반영된 작품도 만날 수 있을까요

네. 기하학적 구조와 유려한 곡선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예상 밖의 형태를 통해 우리가 아직 마주하지 못한 우주 풍경을 상상한 작품을 전시할 예정입니다.


작품을 만들 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나 형상, 색감이 의미하는 건

가느다란 순은(純銀) 선을 꼬아 겹친 뒤 형태를 만드는 전통 세선 기법을 좋아합니다. 이 기법 특유의 섬세한 결이 자연과 닮은 것 같아 ‘곤충’ 시리즈를 자주 등장시킵니다. 자연이 지닌 끈질긴 생명력과 정교한 메커니즘이 저를 끊임없이 자극해요. 덕분에 많은 분들이 저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기억해주시는 작업물이기도 합니다.


장신구는 결국 사람의 몸 위에서 완성되는 예술인데, 작업 과정에서 장신구의 착용성과 몸과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고민하는지

장신구는 착용자의 태도나 옷, 체형, 움직임에 따른 빛의 반사 그리고 어느 공간에 있는지에 따라 매 순간 다양한 인상을 만들어냅니다. 결국 착용자가 장신구에 생명을 불어넣는 거죠. 시각적으로 다소 과감하고 불편해 보여도 실제로 착용했을 때는 적당한 무게감과 균형, 안정적 착용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고민에 고민을 거듭합니다.


브로치, ‘숲의 속삭임(Whisper in The Forest)’, ‘계절은 지나가고(The Seasons Pass By)’ 순은을 섬세하게 꼬아 형태를 잡은 뒤 옻칠과 금박을 입혀 완성한 작품. 특정 곤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곤충이라는 모티프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독창적인 조형미를 구축했다.

브로치, ‘숲의 속삭임(Whisper in The Forest)’, ‘계절은 지나가고(The Seasons Pass By)’ 순은을 섬세하게 꼬아 형태를 잡은 뒤 옻칠과 금박을 입혀 완성한 작품. 특정 곤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곤충이라는 모티프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독창적인 조형미를 구축했다.

작업 초기와 비교했을 때 현재 작품 세계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초기 작업이 내가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탐

구였다면, 현재는 기법과 형태의 확장을 통해 내가 ‘본질적으로 매료되는 대상’에 깊이 몰입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선망해 왔던 기하학적인 패턴과 규칙적인 리듬감을 작업 세계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새로운 작업물들을 완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 장신구의 특별한 매력은 무엇일까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길 바라나요

소재 제한 없이 다양한 재료로 작가의 조형 세계를 자유롭게 구축할 수 있다는 게 한국 현대 장신구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단순한 장식을 넘어 착용자와 관람자, 제작자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다양한 해석과 의미를 만들어내는 예술이라는 점도 큰 강점이죠. 앞으로 국내 작가들이 각자의 서사를 깊이 있게, 위트 있게 풀어내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주리라 기대합니다.


작품으로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특정한 메시지를 강요하기보다 제 작품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되기를 바랍니다. 전시하다 보면 제가 의도했던 바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자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하고 제 작업이 진화하고 있는 걸 느껴요. 이런 과정에서 창작의 즐거움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

Credit

  • 에디터 송유정
  • 사진가 전의철
  • 아트 디자이너 강연수
  • 디지털 디자이너 석지윤

댓글쓰기

0 / 100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