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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골드에 플래티넘, 엘로 골드, 다이아몬드, 에메랄드를 세팅한 리옹 매지스트럴 네크리스.
화이트골드에 다이아몬드, 탄자나이트 비즈, 임페리얼 토파즈, 스페사르타이트 가넷, 커렐리언 등을 세팅한 심볼 에뚜왈 네크리스와 이어링.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 오닉스를 세팅한 탈리스만 그라피끄 링.
로즈 골드에 다이아몬드와 핑크 스피넬을 세팅의 심볼 까멜리아 네크리스.
지난 6월 3일, 홍콩에서 공개된 '사인 & 심볼(Signes & Symboles)'은 샤넬의 헤리티지를 단순히 되새기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익숙한 아이콘을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해석하며, 하이 주얼리가 어떻게 브랜드의 스토리를 이어가는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홍콩의 무더운 날씨 속에 도심을 지나 굽이굽이 프라이빗한 어딘가로 향했다. 굽이진 길 끈에 도착한 곳은 주소 조차 알려주지 않은 그야말로 지극히 사적인 누군가의 집이었다. 그리고 그 어떤 브랜드 행사에서도 이 공간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대체 무엇을 보여주려는 걸까.
궁금증을 가득 안고 프레젠테이션 현장에 도착하자 마자 그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풍경. 마치 가브리엘 샤넬의 전설적인 별장 ‘라 파우자(La Pausa)’가 그대로 홍콩으로 옮겨온 듯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난 5월, ‘사인 & 심볼(Signes & Symboles)’ 컬렉션을 처음으로 선보인 장소가 프랑스 남부에 있는 가브리엘 샤넬의 별장이었다는 걸 알고보니. 샤넬이 꼭 이곳으로 우리를 초대해야 했던 이유가 설명됐다.
옥타곤 컷 사파이어를 중심으로 사자의 화려하고 위용 있는 모습을 완성한 앙프리메 리옹 네크리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푸른 사파이어를 머리에 이고 있는 듯한 ‘앙프리메 리옹 네크리스’가 시선을 압도한다. 다이아몬드가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구조 끝에 자리한 20.66캐럿 옥타곤 컷 사파이어는 단순히 희귀한 젬스톤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가까이에서 보면 다이아몬드 세팅은 유연하게 이어지고, 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사자의 얼굴은 카리스마가 넘친다. 패턴과 구조, 보석이 하나의 조각 작품처럼 완성되는 순간이다.
주얼리는 아이디어를 표현하죠 - 가브리엘 샤넬
CHANEL
가브리엘 샤넬에게 '상징(Symbol)'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장식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오바진 수도원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별, 자신의 별자리인 사자, 완벽한 기하학을 지닌 까멜리아, 남프랑스의 태양은 그녀의 기억과 감정, 신념을 담아내는 창작의 언어였다. 그녀는 주얼리를 통해 아이디어를 표현한다고 말했고, 시대의 규칙보다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샤넬 하이 주얼리가 다른 메종과 구별되는 이유 역시 이 지점에 있다. 까멜리아와 별, 태양, 사자는 패턴이 되고, 구조가 되고, 색이 되고, 몸 위를 감싸는 건축적인 형태로 변화한다. 샤넬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총 85점의 작품을 통해 그녀를 상징하는 ‘사인 & 심볼(Signes & Symboles)’을 현대적인 조형 언어로 다시 번역하는 데 집중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컬러였다. 각각의 원석은 중심석으로 존재하기보다 하나의 화면을 분할하고 재구성하는 색처럼 그래픽적인 역할을 한다. 깊은 블루 사파이어와 선명한 루비, 강렬한 에메랄드, 따뜻한 핑크 사파이어, 오렌지 가넷까지. 서로 다른 색들이 하나의 작품 안에서 리듬을 만들며 조화를 이루고, 그 위를 다이아몬드가 빛으로 연결한다.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컬러와 구조가 만들어낸 입체감에 더욱 매료된다.
컬렉션은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레 장프리메(Les Imprimés)'는 패션 하우스 샤넬의 DNA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라인이다. 까멜리아와 별, 태양, 사자를 반복적인 패턴으로 배열해 마치 직물처럼 표현하고, 이를 플래스트런과 방도 형태의 유연한 네크리스로 발전시켰다. 샤넬이 오트 쿠튀르에서 축적해온 감각이 하이 주얼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순간이다.
옐로 골드에 다이아몬드와 옐로 사파이어를 세팅한 앙프리메 플래스트런 네크리스.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하고 블랙 래커로 그림자를 표현한 듯한 앙프리메 꽁뜨라스트 워치.
가운데 10.44캐럿의 옥타곤 컷 에메랄드를 세팅한 앙프리메 에메랄드 링.
플래티넘과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 터콰이즈, 크리소프레이즈, 레드 래커 등을 세팅한 앙프리메 방도 링.
이어지는 '르 리옹 엉블레마티크(Le Lion Emblématique)'에서는 사자가 주인공이다. 샤넬에게 사자는 자신의 별자리이자 내면의 강인함을 상징하는 존재다. 이번 컬렉션에서 사자는 오닉스와 루비, 다이아몬드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그래픽적인 이미지로 재탄생한다. 특히 루비와 사파이어, 에메랄드, 터콰이즈로 갈기를 표현한 브로치는 전통적인 애니멀 모티프를 동시대적인 오브제로 바꾸는 샤넬의 감각을 보여준다.
가장 흥미롭게 다가온 것은 '레 비쥬 탈리스만(Les Bijoux Talismans)'이었다. 가브리엘 샤넬은 평생 부적과 오브제를 가까이 두었던 인물이다. 이번 컬렉션은 별과 태양, 까멜리아, 사자를 작은 아뮬렛으로 변형해 네크리스와 링 위를 자유롭게 오가도록 만들었다. 커넬리언과 터콰이즈, 크리소프레이즈, 화이트 세라믹 등 예상 밖의 소재를 과감하게 조합한 점도 인상적이다. 하이 주얼리가 반드시 격식을 위한 장신구일 필요는 없다는 샤넬의 철학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마지막 '레 심볼(Les Symboles)'은 컬렉션 전체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26.21캐럿 임페리얼 토파즈를 중심으로 완성한 '심볼 에뚜왈 네크리스'는 착용 방식에 따라 브레이슬릿과 이어링으로 분리되는 구조를 갖췄고, 10.32캐럿 D FL 다이아몬드를 중심에 세운 '심볼 까멜리아 로즈 링'은 까멜리아를 가장 현대적인 조형으로 재해석했다. 단순히 크고 희귀한 원석을 보여주기보다 구조와 착용 방식까지 함께 디자인한 점이 이번 컬렉션의 가장 큰 특징이다.
까멜리아와 별, 태양, 사자는 1930년대에도 샤넬의 세계를 설명했고, 2026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그 표현 방식만 달라졌을 뿐이다. 이번 컬렉션은 샤넬이 자신의 헤리티지를 가장 샤넬다운 방식으로 현재형으로 번역한 결과물이다.
다음 날 저녁, 리펄스 베이에서 열린 프라이빗 칵테일 디너는 그 상징들이 현실의 풍경 속으로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석양이 바다를 물들이는 시간, 레이베이의 공연이 이어지고 김고은과 박서준을 비롯한 글로벌 앰배서더들이 컬렉션을 축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전날 프레젠테이션이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는 시간이었다면, 이날은 그 세계관을 온전히 경험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칵테일 디너에서 만난 앰버서더 김고은, 박서준, 저우쉰.
'레 심볼(Les Symboles)'컬렉션의 심볼 까멜리아 네크리스와 링, 이어링을 착용한 김고은.
심볼 까멜리아 로즈 브로치를 매치한 박서준.
'사인 & 심볼'은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상징은 샤넬에게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는 창작의 원천이다. 홍콩에서 만난 85점의 작품은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별과 태양, 까멜리아와 사자는 시간을 건너 오늘의 언어가 되었고, 샤넬은 그 언어를 가장 아름다운 형태의 주얼리로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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