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감독과 봉준호 통역사가 탈북민 여성 이야기로 의기투합한 배경
서로 다른 세대의 세 탈북민 여성이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하나 코리아'가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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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탈북민 영화'는 한국산입니다. '탈북민의 삶'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도, 현실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도 한국이니까요. 영화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철저한 픽션 혹은 완벽한 논픽션으로 그려졌습니다. 오랜만에 그 중간 지점의 영화가 나왔습니다. 바로 <하나 코리아>입니다.
탈북민 영화 가운데서도 <하나 코리아>가 특히 차별점을 갖는 부분은 탈북민 여성의 인생을 다뤘다는 점입니다. 청년 혜선(김민하)을 중심으로 중년 숙희(김주령), 청소년 보미(안서현)의 서사가 섞이는 과정이 퍽 자연스럽습니다. 남한과 북한, 현재와 과거의 경계에 선 인물들이 결국은 그 공통점을 통해 '하나'로 거듭난다는 내용입니다. 주인공 혜선은 실제 '탈북민 대학생'으로 알려진 최효린씨의 삶을 모티프로 했어요. 북한 양강도 출신에, 한국 귀순 후 취업 교육을 받는 대신 간호학과로 진학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영화는 목숨을 건 탈북 과정 대신 정착할 때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집중합니다.
영화 <하나 코리아>
눈에 띄는 점은 또 있습니다. 감독과 각본이 덴마크 사람이라는 건데요.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은 26일 <하나 코리아>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을 전했습니다. 오래 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하던 한국인 여행객은 그에게 충격이었습니다. 직접 체험한 적 없던 역사 속 사건에 관심이 생겼고, 개인이 받은 영향도 궁금해졌다는 것이 감독의 설명입니다. 그는 "라디오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북한 리서치를 이어 오다가 2019년 최효린씨를 만나게 됐고, 그 분이 나눠준 용기와 삶의 여정에 감동을 받았다"며 <하나 코리아>를 시작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영화의 공동 각본은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레이스 등 해외 프로모션 당시 봉준호 감독의 통역을 맡아 화제가 됐던 최성재(샤론 최)가 맡았습니다. <하나 코리아>의 틀이 어느 정도 잡힌 후 합류했다는 그는 "대개 젊은 여성들의 삶은 영화 속에서 스펙터클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며 "분열 가득한 세상이 힘들지만 그걸 극복하는 '젊은 여성'의 여정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정서적 공감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레드릭 쇨베르와 최성재는 영화를 만들며 수많은 실제 탈북민과 만났습니다. 이를 두고 최성재는 "의외로 탈북민의 여정에서 생활이 안착된 후 첫 5년이 가장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북에 남긴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 탈북 과정에서 겪는 수많은 어려움, 그걸 공유하지 못한다는 외로움 등의 고통에 깊게 들어가려고 노력했다"고 했어요.
영화 <하나 코리아>
한국과 덴마크가 합작해 만든 작은 영화지만, <하나 코리아>에는 글로벌 활약을 펼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합니다. 김민하는 애플tv+ <파친코>, 김주령과 안서현은 각각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과 <옥자>에서 비중 있는 역할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죠. 이들이 <하나 코리아>에서 세대별 탈북민 여성을 연기했습니다. 모두 여성이고, 배우이며, 비슷한 서사를 가진 캐릭터에 몰입하다보니 유대감도 가득 쌓인 듯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민하는 "셋은 말이 필요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너무나도 편하게 서로 배려했다"고 회상했는데요. 영화에서 세 사람이 나란히 앉아 팥빵을 먹는 장면을 그렇게 쌓아 올린 이들의 애정이 가장 많이 묻어 있는 대목으로 꼽았습니다.
맏언니 김주령은 "훨씬 어린 동생들인데도 어른스럽고 현장에서는 언니 같았다"며 "김민하는 눈만 봐도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 줬고, 안서현은 제일 나이가 어린데도 연기할 때 안정감을 주는 배우였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막내 안서현은 "다른 두 선배들을 보며 공부가 많이 됐다"며 "앞으로 나이가 들수록 김민하 같은 배우, 김주령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떤 여성 배우가 될 것인지 생각하는 현장이었다"라고 말했고요.
영화 <하나 코리아>
외국인 감독과의 작업도 쉽지는 않았을 듯한데요. 김민하는 촬영 돌입 전 프레드릭 쇨베르, 최성재와 함께 덴마크 워크샵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중요한 장면은 리허설도 해보면서 보낸 시간은 마음의 벽을 허물어 줬어요. 그래서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편안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 김민하의 설명입니다.
김주령은 내내 감독이 당일 촬영 분위기를 나타내는 음악을 메신저로 보내 줬다고 증언했어요. 그는 "음악을 들으면서 현장으로 가곤 했는데, 이제 와서 말씀 드리자면 정말 난해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줬습니다. 그러면서도 특별한 선율 없는 음악이라 더 듣게 되고, 의미를 끝까지 알 수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첨언했습니다. 반면 안서현은 외국인 감독과 호흡을 맞춘 건 처음이라며 "한국 문화를 덴마크인이 그리는 것이다 보니 배우들에게 묻고 함께 만들어 가는 느낌이 신선했다"고 했어요. <하나 코리아>는 7월 8일 개봉합니다.
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트리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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