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샤넬은 왜 보이지 않는 장인들을 세상에 드러냈을까

샤넬 2026 공방 컬렉션 서울 쇼를 앞두고 샤넬 패션 부문 사장 브루노 파블로브스키를 만났다. 서울에서 시작된 그와의 대화는 지금의 샤넬로 이어졌다.

프로필 by 김영재 2026.06.26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샤넬 패션 부문 사장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인터뷰.
  • 샤넬이 서울에서 다시 2026 공방 컬렉션을 선보인 이유.
  • 샤넬은 왜 20년 넘게 보이지 않는 장인들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을까?
  • 샤넬은 왜 더 크게 성장하는 대신 더 깊게 연결되기를 선택했을까?
뉴욕에서 처음 공개된 샤넬 2026 공방 컬렉션이 퐁피두센터 한화에 상륙했다.

뉴욕에서 처음 공개된 샤넬 2026 공방 컬렉션이 퐁피두센터 한화에 상륙했다.

마티유 블라지는 샤넬 합류 이후 파리, 뉴욕, 비아리츠처럼 하우스와 강한 서사를 공유하는 도시에서 컬렉션을 발표했다. 그런 흐름에서 샤넬 2026 공방 컬렉션 서울 쇼를 마련한 이유가 궁금하다

샤넬과 서울의 만남은 처음이 아니다. 7년 전에도 샤넬 컬렉션은 서울을 찾았다. 깊은 인연을 지닌 셈이다. 서울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 서울과의 관계를 다시 활성화하고 싶었다. 지난 12월 뉴욕 맨해튼의 지하철을 배경으로 선보인 샤넬 공방 컬렉션을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퐁피두센터 한화에서 소개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뉴욕과 서울은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들이다. 예술과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한 창조성을 발휘한다. 게다가 샤넬은 늘 예상 밖의 여정을 즐긴다. 2022/2023 샤넬 공방 컬렉션은 다카르에서 도쿄로, 2025/2026 크루즈 컬렉션은 이탈리아 코모 호수에서 싱가포르로 그리고 이번에는 뉴욕에서 서울로 이어졌다. 도시와 도시, 고객과 고객을 연결하는 방식 역시 샤넬다워야 한다.


서울에서 다시 선보이는 마티유 블라지의 첫 샤넬 공방 컬렉션을 당신의 언어로 소개한다면

마티유 블라지는 정말 자유롭게 디자인했고 완성된 컬렉션에는 여성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아이디어의 출발점도 여성이다. 뉴욕의 여성을 포함한 전 세계의 여성. 그리고 샤넬은 뉴욕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두 도시의 여성들을 연결하려 했다. 장소는 다르지만 뉴욕에서는 지하철이라는 공간에 다양한 여성이 모이고, 서울에서는 미술관이 그 역할을 한다.


샤넬 패션 부문 사장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샤넬 패션 부문 사장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2002년부터 선보인 공방 컬렉션은 샤넬이 어떤 하우스인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프로젝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칼 라거펠트와 이 아이디어를 논의했던 처음을 떠올리면 어떤 장면이 기억 나나

칼 라거펠트와 함께 공방 컬렉션을 시작한 배경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샤넬 공방들이 과도기를 겪고 있었고, 우리는 공방의 존재와 가치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트 쿠튀르와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을 완성하는 데 공방의 기술은 필수다. 반면 장인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는 어떻게 샤넬 제품이 완성되는지, 그 과정에서 공방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칼 라거펠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첫 샤넬 공방 컬렉션이 시작됐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미 다른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었고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첫 번째 공방 컬렉션은 규모도 작았다. 20년이 지난 지금, 샤넬 공방 컬렉션은 유럽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고객은 장인 기술과 디자인 에너지가 만나 탄생한 컬렉션을 기대한다. 돌이켜보면 모든 게 놀라운 일의 연속이었다.


듣다 보니 샤넬이 흩어져 있던 공방을 한데 모아 설립한 Le19M이 떠오른다. 이는 공방 집합체를 넘어 공방들의 창조성과 노하우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맞다. 매우 중요한 이야기다. 샤넬이 공방을 알리려는 이유는 결국 공방의 미래와 연결돼 있다. 사람들이 이들 공방의 존재를 모른다면 이 일을 시작할 마음조차 갖지 못할 테니까. 보이지 않으면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기 어렵다. Le19M도 같은 목적에서 출발했다. 공방 기술을 자랑하고, 우리가 하는 일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최근에는 도쿄에서 전시를 열었고, 오는 9월에는 상하이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언젠가는 서울에서도 이런 프로젝트를 소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전시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하나다. 창의성과 기술은 언제나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뛰어난 디자이너는 중요하다. 하지만 공방 기술이 없다면 디자이너의 비전도 완성될 수 없다. 샤넬은 오랫동안 이를 강조해 왔다. 드러나지 않은 장인들의 기여를 인정하고, 공방 기술의 전승을 위해 지난 20~30년 동안 꾸준히 투자해 왔다. 사실 공방의 매력을 알리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Le19M을 만들었다. 그곳이 다음 세대의 창문이 되길 바랐다. 최근 흥미로운 변화도 감지됐다. 다른 브랜드들도 자신들의 공방을 자랑스럽게 소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방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지금 Le19M에 가보면 많은 젊은 사람들이 기술을 배우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에서는 지하철 공간에 다양한 여성이 모였고, 서울에서는 미술관이 그 역할을 했다.

뉴욕에서는 지하철 공간에 다양한 여성이 모였고, 서울에서는 미술관이 그 역할을 했다.

샤넬의 창작자들은 하우스의 방대한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고 이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다. 당신은 어떤가? 브랜드 전략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

그들처럼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지는 않는다(웃음). 내게 중요한 건 사람이다. 오늘 아침 한국의 샤넬 팀과 만났다. 그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는 결국 고객 경험에 대한 것이었다. 최고의 창작자들이 완성한 컬렉션을 소개하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고객 경험을 발전시키고 고객과 브랜드 사이의 감정적 유대감을 깊게 만드는 것이다. 부티크 팀이 그 역할을 담당하는데 그들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고객 경험을 이끌고 고객과 브랜드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판매를 위한 판매는 큰 의미가 없다. 고객들이 편안하게 브랜드를 경험하고 다시 돌아오고 싶게 만드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부티크는 늘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만약 고객이 “이제 샤넬에 가도 새로운 것이 없다”고 말한다면 끔찍할 것 같다. 미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분야를 막론하고 대다수 브랜드는 더 큰 규모와 빠른 성장을 지향한다. 그에 반해 샤넬은 오랫동안 ‘균형 있는 성장’을 강조해 왔다

팬데믹 이후 샤넬뿐 아니라 대부분의 럭셔리 기업은 빠른 성장을 경험했다. 그리고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두 목격했다. 과부하 속에서 품질의 일관성이 흔들렸고 고객과의 관계도 영향을 받았다. 그 시기를 지나며 반드시 더 크게, 더 빨리 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고객들도 우리에게 같은 이야기를 했다. “샤넬을 사랑하지만 줄은 서고 싶지 않다.” 그 말을 충분히 이해한다.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다면 고객은 샤넬이 자신을 위해 준비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런 측면에서 샤넬의 첫 번째는 여전히 기존 고객이다. 물론 새로운 고객을 브랜드 안으로 초대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크게 성장하는 것보다 더 깊게 연결되는 것이 우선 순위다. ‘균형 있는 성장’은 단순히 성장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의도를 가진 성장이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을 제안하고 싶은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것이 지금 럭셔리 브랜드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다.


누군가 당신이 하는 일을 꿈꾼다면 어떤 조언을 주고 싶나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그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으며, 함께 일하는 사람을 좋아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다. 샤넬은 패션뿐 아니라 미술, 무용,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분야와 함께한다. 창의적 인재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서울에서 선보이는 샤넬 공방 컬렉션 쇼도 그 결과물이다. 특별한 순간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준비하고 또 준비한다.


이번 공방 컬렉션은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여성들의 초상을 통해 현대 여성성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이번 공방 컬렉션은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여성들의 초상을 통해 현대 여성성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샤넬은 전 세계를 돌며 거대한 프로젝트를 선보여왔다. 리더의 시선에서,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샤넬의 직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한 마디로 열정적인 사람들이다. 샤넬에서 일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업무는 많고, 상황은 수시로 변한다. 하지만 모두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나는 종종 샤넬을 ‘에너지를 선물하는 회사’라고 표현한다. 몇 주 전에는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였고 지금은 서울에 와 있다. 1월과 7월에는 오트 쿠튀르 컬렉션이 열리고 그 사이에도 세계 곳곳에서 프로젝트가 이어진다. 전 세계를 오가며 이런 태도를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열정과 헌신이다. 우리는 고객에게 특별한 꿈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내가 샤넬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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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김영재
  • 사진 CHANEL
  •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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