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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수영복 위에 바지를 입으면 더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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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아니의 ‘프렌드 오브 더 하우스’로 선정된 이후 자연스럽게 브랜드 역사와 컬렉션, 장인 정신을 가까이 접하게 됐죠.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다미아니만의 매력이 있다면
뭐든지 작은 디테일이 모여 하나를 완성한다고 믿어요. 다미아니 브랜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죠. 정성과 시간이 쌓여 주얼리를 완성하니까요. 반짝임과 화려함보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진정성에 감동받았고요.
이번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은 미술사의 걸작을 주얼리라는 형태로 재해석했습니다. 가영 씨 역시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접해왔을 텐데 유행이나 평가와 상관없이 마음속에 오래 품은 작품이 있을까요
제 산문집 <파타> 표지에 담았던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좋아해요.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저만의 고전소설 리스트도 있고요(웃음). 고집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런 작은 취향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The Kiss)’ 속에 등장하는 두 연인의 포옹에서 영감받은 ‘에스타시(Estasi)’. 입체적인 모자이크 기법을 통해 기하학적 구조미를 살렸다. 화이트골드에 루비를 세팅한 ‘에스타시(Estasi)’ 링과 이어링은 모두 Damiani. 블랙 드레스는 Rokh.
같은 작품도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면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줄 때가 있습니다. 가영 씨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나요
어릴 때 읽고 봤던 동화나 영화가 무의식 속에 숨어 있다가 지금의 저에게 은은한 향기를 퍼뜨릴 때가 있어요. 애니메이션 <뮬란>은 전 대사를 외울 정도로 많이 봤어요. 어릴 때는 용감한 ‘파 뮬란’이 멋있기만 했는데, 다시 보니 아버지와 딸의 마음이 먼저 보이더군요. 머리를 자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감정을 품었을까, 그런 것들이 자세히 보였어요. 이제는 독서 노트를 적을 때도 일부러 왼쪽 페이지를 비워둬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었을 때 느낀 감정을 적으려고요.
독서 노트의 ‘기록’이란 결국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대화하는 방식이겠네요. 그런 기록이 연기에도 영향을 주나요
그럼요. <사랑의 이해>를 촬영할 당시 조영민 감독께서 생일 선물로 신형철 작가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보내주셨어요. ‘안수영’을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산문집 <파타>를 읽다 보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섬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스스로를 오래 관찰하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글을 쓰면서 생긴 습관일까요
무엇이든 오래 들여다봐요. 일을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어른의 세계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타인을 먼저 바라보고 관찰해야 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작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고 있더라고요. 어느 순간 스위치를 바꿔 저를 보기 시작했어요. 제가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처음 알았죠. 특별한 계기는 없었지만 그런 시간이 쌓인 덕분에 지금은 누구보다 저를 잘 다루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오래 사람을 바라본 시간이 배우 문가영뿐 아니라 인간 문가영에게도 영향을 줬나요
그 시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없다고 봐요. (그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아요. 그냥 받아들이면 돼요. 어쩌면 그게 제가 여러 인물을 흡수하는 통로인 것 같기도 해요.
호쿠사이의 대표작 ‘파도 (The Great Wave off Kanagawa)’의 맹렬한 기세가 목을 부드럽게 감싸안는 ‘임페투오사(Impetuosa)’. 다이아몬드에서 파라이바 투르말린, 푸른 사파이어로 이어지는 정교한 그러데이션은 부서지는 파도의 생명력을 극대화시킨다. 화이트골드에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파라이바 투르말린을 세팅한 ‘임페투오사(Impetuosa) 네크리스와 이어링, 링은 모두 Damiani. 실버 오프숄더 드레스는 Wed Studio by Heritique Newyork.
신인 시절 한 인터뷰에서 “연기는 정답이 없어서 좋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같은 이유로 연기를 사랑하나요
네. 여전히 정답은 보이지 않지만, 연기할 때 용감하고 자유로워져요. 게임 속에서는 목숨이 ‘하트’의 개수로 보이잖아요. 저는 배우라는 직업 덕분에 수백 개의 하트를 지닌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앞으로 몇 개의 인생을 더 살아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설레요. 매번 처음 사는 마음이랄까요.
<그 남자의 기억법>의 여하진, <사랑의 이해>의 안수영, <만약에 우리>의 한정원까지. 그간 연기한 인물을 떠올려보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속마음 사이에 간극이 있는 캐릭터가 많았습니다. 쉽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기도 했고요
사람은 원래 모순적이고 일관적이지 않아요. 그런 모습이 제게는 더 사실적으로 보여요. 일관성이 없어도 진정성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 모두는 여러 감정을 동시에 느끼기도 하고, 가장 추한 마음을 품은 적도 있고, 5분 전의 말을 바꾸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복잡한 사람이 좋아요. 비극을 비극으로만 연기하고 싶지 않은데…. 요즘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기도 해요.
<만약에 우리> 제작진이 <사랑의 이해> 한정원을 떠올려 가영 씨를 낙점했다고 들었습니다. 안수영과 한정원은 닮은 듯 전혀 다른 사랑을 하는 인물인데요. 두 사람을 지나오며 새롭게 알게 된 사랑의 얼굴은
글쎄요. 전 아직도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어느 날은 모든 게 사랑으로 보이고, 어느 날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아요. 그래도 두 사람에게 배운 건 있어요. ‘안수영’은 나아가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라는 걸 알려줬어요. 물러나고 떠나는 것도 사랑이 될 수 있다는 걸요. 그리고 ‘한정원’은 결국 마음의 ‘집’은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려줬어요. 자신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이미 스스로에게 있다는 걸요.
사랑이라는 감정의 어떤 면에 끌리나요
그간 사랑 없이는 세상이 설명되지 않는다고 믿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제가 더 소중하게 담아온 이야기는 사랑이 아니라 이별이더라고요. 사랑은 결국 이별마저 품고 있으니까요. 이별 없이 세상은 설명되지 않거든요.
배우, 작가, 다독가. 여러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그런 설명을 모두 걷어낸다면 가영 씨는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고 소개할 것 같나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요. 예전에는 제가 많은 걸 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모르는 게 훨씬 많다는 걸 느껴요. 계속 배우고 싶고, 계속 궁금해져요. 아마 그런 마음 때문에 책도 읽고 사람도 만나고 새로운 작품도 찾아가는 것 같아요.
카라바조의 전설적인 명작 ‘메두사의 머리(Medusa)’를 감각적으로 재현해 시시각각 변하는 빛에 따라 카라바조 회화 특유의 명암 대비(키아로스쿠로)가 살아나는 ‘말리아(Malia)’. 구불구불하게 뒤엉킨 뱀의 형상 위로 루비를 포함한 진귀한 보석이 빛난다. 핑크골드에 다이아몬드, 알렉산드라이트, 루비를 세팅한 ‘말리아(Malia)’ 네크리스와 이어링은 모두 Damiani. 크롭트 톱과 페티코트 스커트는 모두 Alaïa.
<만약에 우리> ‘이은호’ 역을 맡은 구교환 배우가 “문가영이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했고, 실제로 그 일이 현실이 됐습니다
(구교환) 오빠가 1년 내내 이야기했어요(웃음). “무조건이야. 걱정하지 마.” 누군가 그렇게 전적으로 응원해 주고,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오래 품어준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요. 두고두고 갚을 거예요. 엄마가 늘 그랬거든요. 보답은 배로 하는 거라고.
지금의 문가영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행복을 찾아본 적 없어서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행복을 찾지 않아요. 그저 잔잔하기를 바라죠. 조용하고, 평온하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요.
이런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행복한 사람은 스스로 행복한 줄 모른다”고요. 이미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는데, 가영 씨에게 행복은 애초에 다른 이름으로 존재하는 감정일 수도 있을까요
뭐랄까요(웃음). 분명 어떤 순간에는 마음이 충만하게 부풀어 오를 때가 있어요. 그게 행복과 가장 가까운 감정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제가 좇고 있는 건 행복이라기보다 이 세상이 살 만한 곳인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질문인 것 같아요. 지금은 그 질문을 안고 살아가는 시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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