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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아니 그룹 부회장이 말하는 예술과 하이 주얼리

다미아니 그룹을 이끄는 실비아 그라시 다미아니 부회장. 견고한 아카이브위 로 지속 가능한 유산을 우아하게 직조해 나가는 그녀와 마주했다.

프로필 by 김유진 2026.07.24

이번 하이 주얼리 컬렉션 컨셉트를 ‘아르떼 마에스트라(Arte Maestra)’로 선정한 계기가 궁금하다

알고 보면 인간의 무의식과 행동에는 늘 예술이 자리한다. 주얼리는 그 예술적 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매개체다. 주얼리의 미학적 근원인 이탈리아 르네상스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대의 위대한 예술가 중 상당수가 금세공 공방 출신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예술가와 주얼러는 오래전부터 긴밀한 역사를 공유해 왔으며, 이탈리아에선 둘의 연결성이 특히 강했다. 이번 컬렉션은 바로 그 찬란한 연결고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예술 작품에 대한 다미아니의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평소에도 예술에 대한 관심이 많은 걸로 알려져 있는데, 여덟 점의 작품은 어떤 기준으로 정했나

이번 컬렉션에 함께한 여덟 명의 화가와 그들의 마스터피스는 모두 각자의 시대와 문화를 관통하는 상징적인 작품들이다. 단순한 회화가 아니라 인류가 공유하는 유산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만큼 작품의 배경을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그 안에 깃든 아름다움과 정서는 우리 무의식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결국 이번 작업은 예술이 영감의 원천이라는 가치에 경의를 표하는 여정이었다.


겸재 정선 화백의 ‘추일한묘(秋日閑猫)’가 포함된 점이 인상적이다. 이 작품을 하이 주얼리 미학으로 녹여내기 위해 어떤 해석을 더했는지 궁금하다

정선은 한국의 미감과 정서를 보여주는 대표 화가다. 이탤리언의 시선으로 본 그의 세계는 고요한 우아함과 조화로움 그 자체였고, 우리는 특유의 아름다움을 주얼리에 투영하고 싶었다. 그림에 등장하는 안온한 가을 풍경은 도자기처럼 맑고 자연스러운 한국적 광채를 떠올리게 한다. 최근 유럽에서 관심이 높은 한국인의 투명한 피부 표현과 복숭앗빛 인상을 구현하기 위해 ‘핑크 코럴’을 핵심 소재로 선택했다. 여기에 작품 속에서 미묘한 녹색의 층위와 깊이감을 섬세하게 살려줄 ‘차보라이트’를 더했다. 색감과 빛, 입체감을 파고든 끝에 원작이 지닌 여백의 미학을 하이 주얼리로 구현해 낼 수 있었다.


예술과 주얼리는 어떤 점이 닮았을까

예술과 주얼리의 공통점은 배움과 기술에 대한 깊은 존중에서 시작된다. 주얼러 역시 소재와 비례, 균형에 대한 이해와 장인 정신이 필수적이다. 차이가 있다면 예술은 관조하며 질문을 던지는 반면, 주얼리는 몸에 직접 지니는 것이라는 점이다. 주얼리는 착용하는 사람의 개성과 태도를 선명하게 대변한다. 그런 의미에서 주얼리는 예술적 표현이자, 삶에 밀착된 개인적 장인 정신의 결과물이다.


이번 컬렉션은 각각의 작품에서 다채로운 개성이 느껴진다. 디자인 혹은 기술적으로 가장 과감한 도전과 도약은 무엇일까

메종의 전통을 지키면서 서로 다른 예술 언어를 주얼리로 구현하는 일 자체가 도전이다. 각 작품은 영감을 준 예술가들을 향한 다미아니의 헌사다. 반 고흐의 ‘해바라기’ 피스는 색채가 폭발하듯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반면, 겸재 정선의 작품을 재해석한 피스는 고요한 여백미를 담고 있다. 칸딘스키에게 영감받은 피스에서는 기하학적 조형미가 돋보인다. 이처럼 작품마다 컬러 강도와 스톤의 선택, 세팅 방식과 입체감까지 다르게 접근했다. 서로 다른 예술 세계를 존중하면서 이를 하나의 컬렉션 안에, 다미아니의 정체성으로 조화롭게 엮어낸 것이 우리가 이룬 도약이자 성취다.


하이 주얼리에서 젬 스톤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컬렉션 중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보석이 있다면

하이 주얼리를 향유하는 고객은 이미 깊은 안목을 지녔기 때문에 익숙한 아름다움보다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스톤을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컬렉션에 사용된 멕시코산 파이어 오팔이 좋은 예다. 익숙한 스톤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 피스를 선택한다는 것은 디자인적으로도 특별하지만, 새로운 젬스톤을 소장하는 경험이니까. 하이 주얼리는 새로운 스톤을 탐구하고 예상치 못한 컬러 조합을 시도하는 일이 중요하다. 화가가 팔레트 위에서 색을 섞듯, 예기치 못한 스톤의 조합으로 주얼리의 색채를 완성한다. 개인적으로 오팔을 선호하는데, 이번에 레드 계열의 파이어 오팔은 특히 생동감이 남달랐다. 반 고흐의 ‘해바라기’ 피스에 세팅한 큼직한 옐로 브라운 다이아몬드 역시 실물로 마주해야 그 깊이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모든 보석에는 그것을 입는 사람의 성격과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The Jewels>에서 말한 적 있다. 당신을 잘 표현하는 보석은

파이어 오팔이 아닐까 한다. 평소 레드 컬러를 좋아하는데, 레드를 몸에 지닐 때마다 강한 에너지와 힘을 얻곤 한다. 파이어 오팔 역시 그런 강렬함과 생동감을 지닌 보석이다. 동시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매력도 품고 있다. 겉보기엔 차분해 보여도, 때로는 예상치 못한 모습을 불쑥 꺼내 드는 내 성향과 닮았다. 그런 의미에서 파이어 오팔은 나를 잘 대변하는 스톤일지도 모른다. 이번 컬렉션이 예측할 수 없는 에너지를 품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까지 오래도록 남아 있는 가족과의 기억이 있다면

기억에 선명한 건 주얼리에 대한 아버지의 태도다. 아버지는 주얼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직업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메종을 찾기 때문이다. 고객이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다미아니를 선택한다는 건 큰 특권이자 보람인 동시에 무거운 책임이기도 하다. 주얼리는 아름다운 기억의 가치와 평행을 이뤄야 하며, 훗날 주얼리를 다시 볼 때 그 순간의 감정을 되살려줘야 하니까. 최고의 전문성과 정성으로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은 결국 책임감에 있었다.


주얼리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순간에 무얼 하나

여행을 떠난다. 어릴 적에 부모님 손을 잡고 여러 나라를 다니며 다른 문화와 관점을 이해하게 됐고, 그런 경험이 지금의 나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기억에 남는 곳은 튀르키예의 카파도키아다. 동트기 직전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는데,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말을 잃을 만큼 아름다웠다. 하늘을 가득 채운 형형색색의 열기구는 깊은 감동을 줬다. 스쿠버다이빙을 좋아해서 미크로네시아의 코로르와 팔라우도 아끼는 곳이다. 그곳의 바다는 정교하게 가꾼 수중 정원처럼 신비롭다. 결국 이 모든 감각적 경험은 다시 거대한 영감의 모습으로 주얼리에 돌아온다.


실비아 다미아니의 주얼리 박스는 어떤지 궁금하다. 주얼리를 보관하고 관리하는 방법이 있나

집에서는 금고에 보관하지만, 여행을 다닐 땐 조금 다르다. 다미아니의 아름다운 주얼리 박스 대신 일부러 주얼리 케이스처럼 보이지 않는 작은 메이크업 파우치를 사용한다. 겉보기에 화장품 파우치 같아서 안에 보석이 들었다는 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다. 체인이 조금 엉키기도 하고 정리와는 거리가 멀어지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는 나만의 보관법이다.


평생 주얼리와 함께하고 있다. 당신에게 주얼리는 어떤 의미인가

내게 주얼리는 일이기도 하고 중요한 삶의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 나도 다른 여성과 다르지 않다. 특별한 순간에 선물받은 주얼리는 내게도 소중한 의미가 있다. 아버지가 반지를 선물해 준 순간, 어머니가 주얼리를 건네주던 순간을 모두 기억한다. 결혼할 때는 두 형제가 특별한 반지를 선물해 줬다. 내가 작약을 닮은 피오니 핑크를 좋아하는 걸 알고, 결혼식 날 드레스에 맞춰 희귀한 ‘콩크 펄(Conch Pearl)’로 완성한 반지를 선물했다. 나를 위해 특별한 보석을 선물해 준 형제들의 마음은 아직도 온기로 남아 있다. 주얼리를 늘 접할 수 있지만 마음은 다른 여성과 마찬가지다. 어떤 주얼리를 무슨 이유로 구입했는지, 누가 어떤 순간에 선물해 줬는지 등등, 당시의 따뜻한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는 것. 그것이 주얼리가 내게 지닌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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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김유진
  • 사진가 다미아니
  •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 디지털 디자이너 석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