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샤넬은 왜 공방 컬렉션의 무대로 서울을 택했을까

다양한 여성들의 자유를 담은 마티유 블라지의 샤넬 공방 컬렉션이 서울에 도착했다.

프로필 by 김명민 2026.06.25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왜 서울이었을까? 샤넬이 공방 컬렉션의 무대로 서울을 선택한 진짜 이유
  • 샤넬 공방 컬렉션이 특별한 이유: 샤넬이 장인들에게 바치는 가장 현대적인 방식
  • 마티유 블라지가 다시 쓴 샤넬의 여성상
=퐁피두센터 한화에서 진행 중인 샤넬 2026 공방 컬렉션 서울 쇼.

=퐁피두센터 한화에서 진행 중인 샤넬 2026 공방 컬렉션 서울 쇼.

샤넬이 다시 한 번 서울을 찾았다. 샤넬 2026 공방 컬렉션 서울 쇼를 공개한 것. 장소는 서울의 새로운 문화 허브로 주목받고 있는 퐁피두센터 한화다.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는 이번 컬렉션의 출발점을 뉴욕 지하철에서 찾았다. 그는 지하철을 서로 다른 삶과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만나고 충돌하는 공간으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자유로운 에너지와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컬렉션에 담아냈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마티유 블라지는 서울을 글로벌한 문화적 영향력을 가진 도시이자, 사람과 아이디어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마그네틱 에너지’를 지닌 곳으로 설명했다. 뉴욕의 분주한 지하철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서울의 역동적인 에너지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었고, 여러 관점과 창의성이 공존하는 퐁피두센터 한화는 다양한 여성성을 탐구하고 담아내 이번 컬렉션의 정신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모델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모델들.

임신 중인 모습으로 쇼에 선 모델 최소라.

임신 중인 모습으로 쇼에 선 모델 최소라.

이를 통해 마티유 블라지는 하나의 여성상이 아닌 다양한 여성의 삶과 자유를 이야기하며 샤넬 하우스의 장인 정신과 현대 감각을 함께 펼쳐 보였다. 뉴욕 지하철역을 배경으로 했던 스토리텔링에 이어 모델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온 후 미술관 안으로 들어갔다. <큐비즘> 전시가 이어지는 가운데 작품 사이를 오가는 모델 사이에서 임신 중인 모델 최소라가 런웨이에서 활약했다. 이번 컬렉션의 핵심은 ‘한 명의 여성’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여성의 자유와 선택권을 표현하는 데 있다. 마티유 블라지는 컬렉션을 설명하며 가브리엘 샤넬의 일화를 소개했다. 미국 방문 당시 그녀는 거리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살아가는 여성들을 목격했고, 파리로 돌아와 실제 삶에서 더욱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옷을 만들기 위해 기존 의복 구조를 과감히 수정했다. 암홀 사이즈를 줄이고 스커트에 원단을 더하는 등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든 것.



 오프닝 모델로 등장한 샤넬 앰배서더이자 모델인 바비타 만다바.

오프닝 모델로 등장한 샤넬 앰배서더이자 모델인 바비타 만다바.

쿨한 레더 트렌치 코트 룩을 입은 모델 스테파니 카발리.

쿨한 레더 트렌치 코트 룩을 입은 모델 스테파니 카발리.

마티유 블라지는 이런 순간을 ‘스트리트 웨어의 탄생’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샤넬은 단순히 카멜리아나 트위드로 대표되는 브랜드가 아니라 자유와 해방, 움직임을 위한 옷이며, 여성이 자신의 삶을 보다 적극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태도 그 자체로 샤넬을 바라봤다. 또 그는 샤넬의 상징인 재킷과 스커트, 셔츠, 카멜리아 등이 하나의 여성상을 규정하는 유니폼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그리는 여성은 단일한 이미지로 설명될 수 없는 존재다.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이자 기업의 리더일 수 있고, 친구와 오페라를 보러 가거나 집에서 휴식을 즐기기도 하며, 때로는 슈퍼히어로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 여성의 삶은 하나의 역할이나 룩으로 정의할 수 없으며, 그 복합적인 이해와 자유로운 분위기가 이번 컬렉션을 관통하는 주제가 됐다.



풍성한 깃털 장식의 우아한 움직임이 돋보이는 룩.

풍성한 깃털 장식의 우아한 움직임이 돋보이는 룩.

모던한 블랙 레더 셋업에 대비적인 컬러와 소재의 퍼 액세서리를 매치했다.

모던한 블랙 레더 셋업에 대비적인 컬러와 소재의 퍼 액세서리를 매치했다.

영화적 상상력과 도시적 현실, 슈퍼히어로적 요소를 결합한 이번 컬렉션은 대담한 애니멀 프린트와 강렬한 컬러, 개성 넘치는 실루엣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다. 마티유 블라지는 샤넬 아카이브를 연구하다가 가브리엘 샤넬이 1920년대부터 애니멀 프린트를 즐겨 사용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컬렉션에 반영했다. 또 스파이더맨 수트에서 영감받은 룩과 1970년대 스타일, 현대적 감각, 빈티지 무드가 뒤섞인 ‘멜팅 팟(Melting Pot)’ 같은 실루엣을 통해 특정 시대나 정체성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스타일을 제안했다. 샤넬의 아이코닉한 수트와 투 톤 슈즈, 진주, 카멜리아는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됐으며, 정교한 액세서리와 함께 현대적인 생명력을 얻었다. 이번 컬렉션은 샤넬이 2021년 파리에 설립한 ‘le19M’의 장인 정신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르사주의 자수와 트위드, 몽텍스의 혁신적인 자수 기법, 르 마리에의 플라워 장식, 구센의 커스텀 주얼리, 메종 미셸의 헤드피스, 마사로의 슬링백 슈즈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공방은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통해 컬렉션의 완성도를 높였다.



애니멀 프린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레이어드 스커트 룩.

애니멀 프린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레이어드 스커트 룩.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Stage Curtain for Soiree de Paris, (1924)’ 앞을 걸어가는 모델.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Stage Curtain for Soiree de Paris, (1924)’ 앞을 걸어가는 모델.

마티유 블라지는 공방 컬렉션을 기성복이지만 ‘인간의 손’을 도구로 삼는 컬렉션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40년 이상 한 가지 기술을 연마해 온 장인들과 협업하며 디자이너로서 깊은 겸손함을 배우고, 장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이어져온 샤넬 공방 컬렉션은 하우스 창작의 근간을 이루는 장인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자리다. 이번 쇼 역시 샤넬이 지켜온 전통과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무대였다. 뉴욕과 서울이라는 두 도시의 에너지를 연결하고 다양한 여성의 삶과 자유를 조명하며, 공방의 장인 정신과 현대 감각을 결합한 이번 컬렉션은 마티유 블라지가 제시하는 새로운 샤넬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하우스 코드를 유지하면서 보다 개방적이고 다층적인 여성상을 제안하는 것, 그것이 마티유 블라지가 이번 쇼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다.


관련기사

Credit

  • 에디터 김명민
  • 아트 디자이너 강연수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 COURTESY OF CHAN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