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마티유 블라지가 비아리츠로 돌아간 이유
마티유 블라지의 첫번째 크루즈 컬렉션은 가브리엘 샤넬이 1915년 첫 하우스를 연 비아리츠로 돌아가 자유의 언어를 다시 쎴다.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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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모든 걸 지운다. 계급도, 형식도, 코르셋도.
1915년 가브리엘 샤넬이 첫 꾸뛰르 하우스를 연 곳은 파리의 우아한 살롱이 아니었다. 프랑스 바스크 해안의 작은 도시, 비아리츠. 바람이 불고 파도가 부서지는 그곳에서 그녀는 여성의 몸을 해방시킬 새로운 언어를 발견했다. 그 발견이 패션의 문법 자체를 바꿨다는 건 이제 모두가 아는 이야기. 마티유 블라지의 첫 번째 샤넬 크루즈 컬렉션은 바로 그 출발점으로 돌아간다.
살롱 아래엔 언제나 바다가 있다
Courtesy of CHANEL
컬렉션의 제목은 ‘Sous le Salon, La Plage’. 정제된 꾸뛰르의 살롱 아래, 늘 자유로운 해변이 존재한다는 선언이다. 블라지는 비아리츠를 “예술가와 노동자, 귀족과 선원, 그리고 자연까지 모두가 같은 무대 위에 존재하던 곳”으로 설명했다. 위계 대신 공존이 질서였던 장소. 그 정신을 그는 옷으로 풀어냈다.
런웨이에는 몸을 따라 유연하게 흐르는 블랙 드레스, 바스크 스트라이프를 입은 마리니에르, 워시드 코튼 캔버스 수트, 라피아 스커트, 수영복에서 출발한 실루엣이 이어졌다. 프랑스식 작업복과 레저웨어, 선원의 유니폼과 이브닝 드레스가 한 컬렉션 안에서 자연스럽게 교차했다. 살롱은 해변으로 이어지고, 편안함은 세련미와 아무렇지 않게 손을 잡았다.
첫 룩부터 시선을 붙잡았다. 샤넬의 블랙 드레스.
Courtesy of CHANEL
1926년 세상에 나온 리틀 블랙 드레스는 오뜨 꾸뛰르의 세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모던한 유니폼이자, 사회적 위계를 흐리는 옷. 블라지는 이를 다시 꺼내며 말했다. “다이애나의 리벤지 드레스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어쩌면 이 드레스가 그 원형일지 모른다.” 여성의 자기 선언은 이미 백 년 전에 시작됐다.
이번 재해석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디테일이다. 원본 아카이브 스케치에 담긴 드레스 뒤의 장식 요소는 이번 시즌 클러치 백으로 변신했다. 장식은 기능이 되고, 장인의 손길은 실용으로 연결된다. 작지만 결정적인 이 전환이야말로 샤넬의 본질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소재는 더욱 감각적이다. 흐르는 실크, 탄력 있는 트위드, 밀도 높은 플록, 부드러운 비즈 니트,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파이예트. 비아리츠의 풍요로운 자연이 옷감 위에 그대로 구현됐다.
액세서리는 그 세계를 완성한다. 조개 이어링과 진주, 아르데코 건축에서 영감받은 주얼리, 방수 플랩 백, 스트라이프 비치 바스켓, 빠델 라켓 캐리어, 그리고 뒤꿈치만 살짝 감싼 ‘힐 캡’ 슈즈까지. 스포츠와 꾸뛰르, 실용과 유희는 이번 시즌 경계 없이 공존했다.
더블 C 로고 역시 단순한 장식으로 남지 않는다. 곡선은 절개가 되고, 선은 실루엣이 된다. 브랜드의 상징이 몸 위에서 새로운 구조가 되는 순간, 입는 사람은 그 위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덧입힌다.
가브리엘 샤넬이 남긴 문장은 여전히 유효했다.
“신체의 자유 없이는 아름다움도 없다.”
백 년이 지난 지금, 이 선언은 여전히 가장 현대적인 언어로 들린다. 그리고 샤넬은, 다시 바다에서 그 답을 찾았다.
Credit
-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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