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여름 휴가 도쿄로 가는 그릇 덕후라면 이 전시는 꼭 보고 오세요

세라미스트 루시 리의 작품 110여 점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올 여름 도쿄에 남아 있다.

프로필 by 박성희 2026.08.05

가을 전에 도쿄에 가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습니다. 도쿄도 정원미술관에서 도예가 루시 리의 작품 11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 <Lucie Rie: Elegant Vessels Fusing East and West>가 한창이거든요.




그릇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루시 리의 도자기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적이 있을 거예요. 마치 종잇장처럼 얇은 림, 손끝으로 그린 듯 이어지는 섬세한 선, 빛을 머금으며 시시각각 표정을 바꾸는 유약. 그녀의 그릇은 아름다움으로 먼저 말을 건넵니다.


그릇과 꽃병, 식기 등 '흙'이라는 원초적인 재료로 가장 현대적인 형태의 도자기를 빚어낸 루시 리. 그의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디자이너와 컬렉터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식탁 위에 올리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실용적인 그릇이라기보다 하나의 완벽한 오브제에 가깝습니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이유는 루시 리의 작품 11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초기 작업부터 그녀를 대표하는 볼과 화병, 접시에 이르기까지, 평생 이어진 조형적 실험과 미감의 변화를 하나의 흐름으로 감상할 수 있답니다.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시대적 배경과 함께 루시 리의 작품 하나하나에 얼마나 치열한 사유와 기술이 담겨 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책이나 사진으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는 작품의 두께와 질감, 유약의 깊이, 손의 흔적까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그림처럼 아름다운 세라믹을 마주하는 순간 묘한 전율이 느껴집니다.



전시가 열리는 도쿄도 정원미술관(Tokyo Metropolitan Teien Art Museum)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아르데코 건축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이 공간은 루시 리의 절제된 조형미와 놀라울 만큼 아름답게 어우러집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동시에 빛과 재료, 비례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아름다움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어요.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 올가을 도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루시 리의 전시를 꼭 들러보세요. 전시는 9월 13일까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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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 사진 공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