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에 걸린 내 가족, '어떻게 해야 했을까?'
친누나에게 조현병 증상이 나타난 후 가족의 기록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든 '어떻게 해야 했을까'가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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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몸이 불편한 사람을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교육을 받습니다. 단순한 동정이나 강제가 아닙니다.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 모두와 국민으로서 평등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헌법적 원칙이 기반입니다. 사회 인식이나 실질적 평등이 여전히 완벽과 거리가 멀지라도, 개선은 느리게나마 진행 중이죠. 그런데 정신질환 및 장애의 상황은 나아지는 속도가 훨씬 더딥니다. 우선은 정신질환과 증상의 병리적 인과관계에 대한 인식 시점 자체가 늦습니다. 병을 앓고 있는 당사자나 그 측근에 의해 병의 존재가 은폐돼 온 탓입니다.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정신질환자와 가족들의 침묵은 사회의 암묵적 강요로 길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병은 성격이나 학습 능력의 문제로 여겨졌고, 의학의 도움을 받지 않고 개선할 수 있는 영역으로 분류되며 차별과 편견은 심화됐습니다. 간단히 말해 환자조차 증상을 의지로 고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병이 병처럼 여겨지지 않았다는 거죠. 정확한 진단도 쉽지 않았던 정신질환 치료는 폐쇄병동에서 압박복을 입은 채 진행되는 것이란 오해도 있었습니다.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대두된 이제 와서야 모두가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말을 씁니다. '정신분열증'이 '조현병'으로, '정신과'가 '정신건강의학과'로 바뀐 것도 최근입니다. '정신병'과 '정신병자'는 지금 이 순간도 차별을 내포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지만요.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이 같은 비자발적 은폐와 더불어 사회의 시선을 피해 적극적으로 병과 환자를 숨기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다큐멘터리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조현병 증상을 보이는 누나를 20년이 넘게 감금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만든 건 가족의 막내였던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이에요. 토모아키는 의대에 간 누나 마사코가 해부 실습을 포기하고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행동을 시작했던 순간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부모는 저녁을 먹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하는 누나를 데리고 병원에 갔습니다. 그들은 누나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돌아옵니다. 의사는 정신과 진료가 누나에게 상처가 될 거라고 했고, 부모는 누나의 상태를 병이라고 생각하는 게 실례라고 말합니다.
누나는 호전될 일 없이 증상만 심해졌습니다. 덩달아 토모아키의 정신 건강도 나빠졌습니다. 가족을 죽이는 상상까지 할 정도로 말이죠. 그는 누나보다 부모를 설득해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다니던 대학의 정신상담사에게 누나와 가족을 보이려 하지만, 아버지는 상담사의 논문 내용을 신용할 수 없다며 나서지 않습니다. 취직 후 독립하며 집을 떠나게 됐지만, 가족에게 벌어지는 일들이 이대로 감춰진 채 사라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녹음기와 카메라로 기록을 시작합니다. 언젠가 누나를 병원에 데려갈 수 있다면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마음과 함께요.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토모아키의 기록들은 행복했던 가족의 시작과 우연히 맞은 파탄, 그것을 외면하고 덮는 방식을 매우 적나라하면서도 담담하게 노출합니다. 1920년대 출생인데 각각 의학과 약학 고등교육까지 받은 엘리트 부부는 자식에게 걸었던 과도한 기대에 '돌봄'의 외피를 씌우고 20여 년의 감금을 정당화합니다. 누나가 마흔이 되고, 환갑이 지날 때까지 부모는 기대를 멈추지 않습니다.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도 이와 궤를 같이 합니다. 감독의 차분한 고백 속에서 이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던 무력감과 분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그가 가족의 일원이자 관찰자로서 말하고자 했던 건 조현병의 원인도 부모 탓도도 아닙니다. 작품은 누나가 왜 조현병 증상을 보이는 지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딸의 상태를 직시하지 않으면서도 끝까지 책임지려 했던 모습을 비추며 그 배경을 함께 찾자고 제안합니다. 언뜻 누나의 조현병은 부모의 통제 탓에 발병하고 악화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증상이 나타났던 시기는 일본에서 정신병동 입원 환자가 학대당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난 직후였습니다. 치료법이나 약물도 발달하지 않았고, 정신병력이 남으면 병이 나은 후에도 사회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때입니다.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그래서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내밀한 기록은 감독 자신의 자문자답이자, 사회가 나눠야 할 대화의 물꼬입니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정신 건강문제를 어떻게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지, 이제는 모두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질문보다 '어떻게 해야 할까?'를 이야기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영화는 29일 개봉하며, 가족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극장 외 플랫폼에서는 서비스되지 않습니다.
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주)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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