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도 살짝 보고 가실래요?
올여름 카프리 팬츠로 유행 시차 적응하세요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흙이 가르쳐준 느린 호흡
」첼리스트라는 직업 특성상 공항과 호텔, 공연장을 끊임없이 오가며 생활한다. 잠시 여유가 생기면 베를린 쥐트크로이츠 역 근처의 작은 도자기 아틀리에로 향한다. 흙을 만지고 물레를 돌리는 시간은 무대 위와는 다른 집중력을 요구한다. 다음 일정이 아니라 눈앞에서 형태를 만들어가는 흙의 움직임과 손끝 감각에 온전히 몰입하게 된다. 서두른다고 형태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과한 힘이 들어가면 흙은 쉽게 무너진다. 도자기는 내게 기다림과 균형을 가르쳐준다. 복잡한 일상 속에서 숨을 고르고, 창의성을 회복해 다시 음악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휴식이다.
최하영(첼리스트)
만 원짜리 현실 도피
」PD의 하루는 안팎으로 분주하다. 온종일 사람들과 참신한 아이템을 찾고, 어두운 편집실에서 밤을 새운다. 정작 내 마음의 여유를 챙길 틈이 없다. 그럴 때, 나만의 탈출구가 돼준 것이 테니스다. 코트 위에서는 신기하게도 업무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빠르게 날아오는 공 하나에 집중하는 순간, 걱정과 고민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바쁠 때는 볼 머신으로 충분하다. 만 원만 충전하면 다섯 게임을 연달아 치며 나만의 우주로 도망칠 수 있다. 10분만 지나도 심장은 가쁘게 뛰고 땀이 맺힌다. 체력은 빠져나가는데 에너지는 차오른다. 다시 회의실로 돌아가야 하는 일상이지만, 땀 흘리는 찰나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나만의 현실 도피다.
이연규(CJ ENM PD)
청각에 기대어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찾는 피난처는 말없이 음악만 들을 수 있는 장거리 비행 창가 자리다. 어릴 때부터 음악이 있어야 마음을 정리 정돈할 수 있었다. 시각적인 것보다 청각적으로 예민한 편이라 음악이 있어야 비로소 ‘미 타임(Me Time)’이 시작된다. 무엇보다 시끄러울 때 침잠하는 성향이고, 굿판에서 트랜스를 경험하는 것처럼 소리가 반복적으로 울려야 주변의 방해 없이 내면으로 들어가 스스로 돌아본다. 종종 피난처가 그리울 때는 ‘뭣이 중한지 모르고 피상적인 것에 집착해 본질이 흐려지는 게 눈에 거슬릴 때’다. 홀로 가만히 있고 싶지만 남편이 무언가를 하자고 이끌면 피난처가 더욱 간절해진다!
이수정(DMZ피스트레인 예술감독)
분필로 새긴 피난처
」분필로 골목길 바닥에 칸을 그린다. 돌멩이를 칸에 던지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도움닫기를 한 뒤, 점프! 사방치기를 하는 동안만큼은 미래도, 마감도, 해결해야 할 문제도 존재하지 않는다. 돌멩이와 나, 바닥에 새겨진 네모난 칸만 존재할 뿐. 선을 안 밟으려 다리 한쪽에 의지하며 아슬아슬 몸의 균형에 집중하는 사이 생각의 크기가 손톱처럼 작아져 있다. 그렇게 여러 개의 발자국을 남기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물을 뿌려 흔적을 지워 내릴 때는 힘이 생긴다. 내 정신 관리는 사방치기 몇 판이 가장 이롭다. 오늘도 조그만 네모 박스를 허락하는 옥인동 골목으로 향한다.
정소진(<엘르> 피처 에디터)
예초기와 풀 그리고 나
」어릴 적부터 전원생활을 꿈꿨다. 시골에 살아보니 고된 일이 예초 작업은 상념을 없애는 최고의 활동이다. 시골집 마당 관리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일이 많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일수록 충동적으로 예초기를 들고 싶어진다. 예초기가 지나간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가 선명하게 구분되는 모습을 보면 즉각적인 만족감이 밀려온다. 일이 눈앞에서 착착 해결되고 있다는 감각도 크다. 더 깔끔하게 베어내기 위해 집중하다 보면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예초 작업은 온전히 나 자신이 되는 시간이라기보다 오히려 ‘나’라는 감각이 사라지는 시간에 가깝다. 나 대신 예초기와 풀 그리고 지금 이 순간만 남는다.
디씨즈마테(‘THIS IS MATÉ’ 채널 유튜버)
칼질로 현실을 벗어나다
」대학생 때 채식 공동체 ‘코옵(Co-op)’에서 생활하며 공동체 식구 12명의 저녁 식사를 주 1회 맡은 경험 덕분에 요리와 친하다. 지금도 하루 두 끼를 요리해 먹을 만큼. 밤 9시부터 스마트폰으로 방해 금지 모드를 설정한 채, 다음날 아침 일찍 장보러 인왕시장으로 향해 식재료를 산다. 좋은 음악과 함께 요리에 몰두하면 일 생각이 사라진다. 요리는 결국 나를 드러내는 일이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순간이 가장 나답고 행복하다!
백규희(슈프림서울 디렉터)
비질과 빗질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비질이나 빗질을 한다. 4년 전부터 뉴욕 브루클린에서 뒷마당 있는 1층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다. 마당 끝 3층 높이의 뽕나무는 계절마다 꽃과 잔가지를 부지런히 떨어뜨린다. 일이 막막하고 답이 보이지 않을 때 좋아하는 빗자루를 들고 마당으로 나선다. 자동차 소리와 새 소리, 빗자루의 삭삭거리는 소리에 집중하며 천천히 쓸어가면 머리와 마음에 낀 먼지까지 쓸려 나가는 기분이다. 마당을 쓸기 어려울 때는반려견 삽살개 ‘지니’의 털을 느리게 빗질한다. 차분히 집중하다 보면 구름 같은 털 더미가 쌓이고 지니의 털도 부드러워진다. 비질과 빗질. 작지만 정성을 다하는 일에 몰두하고 나면 마음이 자연스럽게 정돈되고 다시 나아갈 힘이 생긴다.
노혜리(조형 예술가)
창백한 푸른 점을 향한 산책
」변호사는 누군가의 스트레스를 대신 살아내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매일 타인의 인생이 걸린 중요한 순간을 책임지다 보니 감각이 흐려지곤 한다. 그런 피로감에서 숨을 돌리고 싶을 때는 목적지 없이 동네를 걷는다. 옛 서울의 흔적이 남아 있는 길을 걸으며 ‘몇백 년 전 이 자리에 섰던 이들도 나 같은 고민을 했을까?’ 상상하다 보면 생각은 먼 시공간으로 향한다. 느리게 걷다 보니 타인의 무거운 고민과 마주할 마음의 체력이 길러졌다. 틈만 나면 천문대로 가 달과 별을 보며 우주의 시간을 상상하기도 한다. 거대한 우주에서 보면 내 고민은 보이지도 않을 만큼 사소한 게 아닐까. 잠시 떨어져 바라보는 이 담백한 정신 승리야말로 나를 회복시키는 리셋 버튼이다.
서혜진(변호사)
차 안에서 홀로 즐기는 노래방
」어느 저녁, 퇴근 후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데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운전대에 기대 따라 불렀더니, 차 문을 열고 나왔을 때 복잡했던 머리가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그날 이후 퇴근 후 집으로 올라가기 전의 차 안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코인 노래방이 된다. 볼륨을 높이고 핑클, 지오디 노래를 따라 부르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그러면 온전한 사랑을 건네는 ‘엄마’의 모습으로 아이를 와락 껴안을 수 있다.
남윤지(마세라티 마케팅 & 커뮤니케이션 총괄이사)
덕질은 나의 힘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공연장을 찾는다. 특히 밴드와 인디 공연을 좋아한다. 지난해에는 데이 식스 해외 투어를 보기 위해 호주까지 다녀왔다. ‘서울모빌리티쇼’라는 행사를 마친 바로 다음날 떠났지만 그날의 공연은 인생 최고의 공연으로 남아 있다. 공연은 ‘몰아서 쉬는 숨’과 같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늘 일하는 모드에 가까운데, 공연장에서는 음악과 그 순간에 몰입할 수 있고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함께 노래 부르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나면 큰 위로와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생긴다.
주현영(포르쉐코리아 PR팀 이사)
마당에서 배우는 순응의 기술
」도시의 삶은 감각 과부하의 연속이었다. 결국 지난여름 해남으로 귀촌했다. 이곳 마당에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이 든든한 나무 아래서 나는 매일 풀을 뽑는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통제하지 못하는 거대한 자연에 순응하는 과정이다. 다섯 시간을 가꿔도 이틀이면 풀이 다시 솟구치지만, 피고 지는 꽃과 시시각각 자라는 미세한 변화를 지그시 바라보는 게 좋다. 나와 상관없는 풀과 나무에 온전히 집중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자신’으로부터 탈출하게 된다. 나무 그늘 아래서 나는 오늘도 풀을 뽑으며 내면의 평온을 되찾는다.
샤론 최(최성재, 각본가)
고도의 로스팅 집중력
」커피 생두(그린 빈)를 취향에 맞게 다크 로스팅으로 볶으려면 30~40분 동안 쉬지 않고 휘저어야 한다. 단순한 노동이 주는 몰입감 덕분에 음악조차 필요 없다. 원두가 갈라질 때 들리는 크랙 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소한 향을 맡으며 앞으로 마실 커피를 차분히 준비한다. 사실 홈 로스팅은 실수에서 시작됐다. 블랙 빈 커피를 사려다 그린 빈을 주문해 버린 것. 버릴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로스팅을 시작했고, 숙성까지 마친 뒤, 직접 드립으로 내려 마신 첫 잔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새로운 뉴런이 열리는 것 같았고, 다시는 이전의 커피로 돌아갈 수 없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2주치 원두를 모두 볶아두면 식료품 창고를 가득 채운 듯하고, 다가올 아침이 기다려진다.
고아성(배우)
내용을 입력해주세요.
삭제하시겠습니까?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폭염에도 장마에도 끄떡없는 올여름 패션·뷰티 힌트는 엘르에서.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한 서비스 입니다.
댓글쓰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