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소연 작가가 AI 시대에 묻는 것들
예소연 작가는 <출력되는 마음> 안에서 AI 시대의 인간과 의식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우리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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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되는 마음>은 당신의 소설 ‘월룽’과 유선혜 시인의 시 7편이 한 권 안에서 상상력을 확장하는 독특한 SF 앤솔로지 프로젝트다. 이번 작업은 어떤 질문에서 비롯되었나. 그리고 기존의 소설과 무엇이 달랐나
‘우리에게 본연의 것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고 그것을 전유하는 과정 자체가 삶이 아닌가’라는 공통된 질문에서 각자 출발했다. 기존 작업과 가장 달랐던 점은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감출지 이전보다 훨씬 치밀하게 고민해야 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설정해 둔 세계관이 많았기 때문에 그것을 모두 한 서사인 작품 ‘월룽’ 안에 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정보를 조절하는 방식 자체가 이전과는 달랐던 것 같다.
유선혜 시인과 한 권의 책을 함께 만드는 과정은 어떤 경험이었는지
처음 함께 방향성을 논의한 뒤부터는 각자의 작업에 집중했다. 이후 완성된 그의 시를 처음 받아봤을 때는 무척 놀랐다. 시 특유의 전복하고 던지고 비트는 문장의 힘이 대단했다. 특히 SF적으로 사유하는 방식은 창작자라면 쉽게 던지기 어려운 질문까지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큰 자극이 됐다.
<출력되는 마음>을 출간한 예소연 작가. 등단 4년 만에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이후 다양한 작품 활동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당신의 소설 ‘월룽’은 직업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프롬프트를 어린 시절부터 개인의 의식에 삽입하는 기술이 상용화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자신의 열망마저 누군가 설계한 것일 수 있다는 이 이야기는 언제부터 쓰고 싶었던 작품이었나
이번 앤솔러지(합본) 제안을 받은 뒤부터 본격적으로 구상하기 시작했지만, 타인과 나의 관계, 그리고 내가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한 고민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월룽’은 오래 품어온 질문과 지금 시대의 문제의식이 함께 만난 작품이다. 심해의 광물을 캐는 연구원인 주인공 ‘영서’가 해양산업개발이라는 초자본적인 환경 안에서 무너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게 ‘월룽’은 어떤 시사점을 안기는지
사실 AI 도래 이전부터 우리는 누군가에게 전해 듣고, 영향을 받고, 배운 것들로 이루어진 존재였다. 그것들은 나를 통과하면서 또 다른 자아를 만든다. 다만 지금은 무엇이든 인공지능이 정돈된 답을 아주 빠르게 내놓는 시대다. 정보를 얻기는 쉬워졌지만, 그 답을 의심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나’를 이해하기에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 그리고 어떤 답을 의심해야 하는지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진 것 같다.
작품을 집필하며 가장 오래 붙들었던 질문은 무엇이었나
사실 ‘만들어진 나’와 ‘구성된 나’에 대한 질문은 오래전부터 품어온 화두다. 내 소설에서도 반복해서 변주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나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무엇을 통해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개인적으로 ‘온전한 나의 의지’라는 것을 쉽게 믿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견고한 믿음을 경계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의 것’을 단정하기보다 계속 이야기를 통해 질문을 이어가고 싶다.
예소연 작가, 유선혜 시인이 함께 펴낸 <출력되는 마음> 표지.
작가 스스로에게 '출력되는 마음'이란 제목은 어떤 의미인가
이모저모를 거쳐 끝내 남는 가장 보잘것없는 마음이다. 독자들 또한 이 책을 보고 ‘내 마음과 견해, 그리고 태도는 정말 온전히 나의 것일까?’라는 질문을 오래 가져갔으면 한다.
등단 4년 만에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그 이후 가장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반대로 끝까지 지키고 싶은 태도도 있을까
가장 달라진 것은 역시 일이 이전보다 많아졌다는 점이다(웃음). 끝까지 지키고 싶은 것은 매 순간의 ‘부끄러움’이다. 앞으로도 많이 부끄러운 채, 끝내 견디며 글을 이어나가고 싶다.
Credit
- 에디터 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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