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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조명하는 '나쁜 여자' 영화 8

마녀·나쁜 엄마·미친 여자·팜므파탈·추녀·비호감까지, 시대가 '악녀'로 만든 영화 속 주인공들을 돌아볼 기회.

프로필 by 라효진 2026.08.04

제2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흥미로운 큐레이션을 볼 수 있겠습니다. 특별전 '미치거나 나쁘거나: ‘악녀’의 사회학'를 통해 시대와 사회가 만들어온 '악녀'의 계보를 동시대적으로 다시 읽는 기회가 마련된 건데요. 사회가 어떻게 '나쁜 여자'를 만들고 그 형태를 변주해 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듯하네요. 여기엔 신화와 고전부터 누아르·스릴러·호러까지 총 8편의 상영작들이 포함됐어요.


제2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2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이번 특별전은 최근 다양한 미디어에서 선악의 이분법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여성 캐릭터들이 이야기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경향성에서 착안했습니다. 대개 '성녀' 혹은 '창녀'의 단순화한 구분이나 처벌받는 타자로 머물렀던 대중문화 속 여성들은 이제서야 스스로의 욕망과 선택을 통해 서사를 이끄는 주체가 되고 있으니까요. 그럼 1969년 작품 <메데아>부터 2026년에 나온 <블러드 카운테스>까지, 특별전에서 상영될 작품들을 아래에서 확인해 보세요.


(시계 방향으로) <메데아>, <미쓰 홍당무>, <블러드 카운테스>, <생토메르>, <피도 눈물도 없이>, <카르멘>, <영향 아래의 여자>, <어글리 시스터>

(시계 방향으로) <메데아>, <미쓰 홍당무>, <블러드 카운테스>, <생토메르>, <피도 눈물도 없이>, <카르멘>, <영향 아래의 여자>, <어글리 시스터>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메데아>(1969)


배신당한 아내이자 이방인, 복수하는 여성이며 자식을 살해한 '괴물 같은 어머니'로 반복해 소환된 신화 속 메데아 캐릭터를 미국의 유명한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가 연기합니다. 사랑에 배신당하고 복수를 꿈꿨을 뿐인데 괴물 취급을 당했던 메데아의 이야기는 어떻게 다시 읽히게 될까요?


알리스 디옵, <생토메르>(2022)


영화 <생토메르>

영화 <생토메르>


메데아의 오래된 서사를 현대의 법정으로 옮겨, 모성의 규범에서 벗어난 여성을 사회가 어떻게 이해하고 판단하는지를 묻는 영화입니다. 제7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인 은사자상과 데뷔작상인 '미래의 사자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존 카사베츠, <영향 아래의 여자>(1974)


영화 <영향 아래의 여자>

영화 <영향 아래의 여자>


극 중 메이블은 아내와 어머니에게 요구되는 정상성에서 벗어나는 순간 '미친 여자'로 규정됩니다. 영화는 메이블의 불안을 개인의 병리로 환원하지 않고,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누가 정하는지 질문합니다.


울리케 오팅거, <블러드 카운테스>(2026)


2026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상영작인 <블러드 카운테스>는 피와 젊음을 탐하는 흡혈귀로 악명 높은 백작부인 캐릭터가 욕망을 숨기지 않고 권력을 행사하는 '역사적 악녀'로 화하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카를로스 사우라, <카르멘>(1983)


영화 <카르멘>

영화 <카르멘>


자신의 욕망과 선택을 따르며 누구에게도 길들여지기를 거부하는 여성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동시에 자유로운 여성이 남성의 욕망과 환상 속에서 '위험한 여자'로 만들어지는 모습을 남성 예술가의 시선을 통해 드러냅니다.


류승완, <피도 눈물도 없이>(2002)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범죄를 통해 만난 두 여성이 갈등을 넘어 연대와 생존의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여성 버디 누아르죠. 남성 중심의 한국 범죄영화에서 주변부에 놓였던 여성들을 서사의 중심에 배치하고, 거기서 뛰노는 여성 캐릭터의 이미지를 새롭게 쓴 기념비적 작품입니다.


에밀리 블리치펠트, <어글리 시스터>(2025)


영화 <어글리 시스터>

영화 <어글리 시스터>


신데렐라의 의붓자매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못생긴 여자'라는 낙인과 여성에게 요구되는 미의 기준을 바디 호러의 언어로 해체해 호평받았습니다. 또 가부장적 가족 서사에서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악역으로 그려지던 계모와 의붓자매에 대해 되짚어 볼 수도 있겠군요.


이경미, <미쓰 홍당무>(2008)


통상적인 미의 기준과 친절함의 규범에서 벗어난 질투와 집착,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 양미숙이 주인공인 한국 대표 여성 영화입니다. 여성에게 요구돼온 호감과 매력, 적절한 감정 표현의 규범을 비틀며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던 독자적인 '비호감 여성' 캐릭터가 완성됐어요.


한편 제2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개막작을 비롯한 올해 전체 프로그램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는데요. 영화제는 20일부터 26일까지 7일간 메가박스 신촌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개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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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 각 영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