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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인테리어, 오브제 디자인을 하나의 언어로 구사하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소피 드리스는 알코바의 전시 장소였던 빌라 페스타리니(프랑코 알비니가 1938년에 지은 빌라)에 황마로 만든 커튼을 드리웠다. 전통 수공예 기법과 현대 감각을 접목해 평생 브랑쿠시가 추구했던 ‘물질의 우주적 본질’을 공간과 사물에 새겨온 그녀와의 인터뷰.
빌라 페스타리니에서 이세 에디션(Isse′ Edition)과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였습니다. 프랑코 알비니가 설계한 건물과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의 방이었어요. 어떤 공간을 상상했는지
처음 빌라 페스타리니를 봤을 때 파솔리니의 영화 <테오레마>가 떠올랐어요. 비밀이 있고, 방마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집 안에 여러 삶이 공존하는 느낌. 그래서 미스터리한 인테리어를 만들고 싶었죠. 독서 공간으로 꾸미고 이탈로 칼비노, 파솔리니 같은, 제가 좋아하는 이탈리아 문학 서적을 선별했습니다. 서랍도 배치했는데, 저는 독서라는 행위가 자기 내면으로 잠수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창문 앞에 커튼이 드리워지면 외부와 차단되면서도 여전히 외부가 보이고, 공간이 훨씬 따뜻해져요. 알비니의 집은 1930년대 초기 모더니즘으로 매우 합리적이에요. 계단과 벽난로에는 공을 들였지만 나머지 마감재는 꽤 산업적이고 거칠었어요. 텍스타일이 그 공간을 훨씬 따뜻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해요.
황마 패브릭 커튼으로 가득한 공간이었죠. 러그 외의 텍스타일 작업은 처음인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제 아파트 인테리어 디자인을 직접 하면서 커튼을 찾아다녔어요. 시장에 나와 있는 건 대부분 합성 소재에 약간 반짝이고…. 솔직히 말해 좀 구식이었어요. 그래서 황마를 이용해 장인 방식으로 직접 만들었어요. 처음부터 두 가지는 분명히 했어요. 천연 소재여야 하고, 천연 염색과 촘촘한 직조이길 바랐죠. 저는 프랑스 대형 텍스타일 그룹인 ‘카사만스’에 갔어요. 호텔 방화 규정에 맞는 3m 폭의 유럽산 황마 패브릭을 만들었죠. 2년 동안 만든 커튼이에요.
갈로티 앤 라디체(Gallotti & Radice) 70주년 전시 <유리 속에 담긴 이야기들 Tales in Glass> 큐레이션과 무대연출도 맡았습니다. 밀란 시내의 클래식한 팔라초에서 진행했어요
이탈리아 패밀리 브랜드인 갈로티 앤 라디체는 대형 유리 테이블을 전문으로 하는 2세대 회사입니다. 전시에서 저는 창업자 갈로티 씨의 1970년대 빈티지 피스를 경매에서 수집해 큐레이션했어요. 전시의 첫 번째 테이블은 브랜드 최초 모델인 ‘아담(Adam)’을 재해석한 것이에요. 원작은 원형 다리에 원형 상판인데, 저는 세 개의 다리에 둥근 삼각형 상판으로 다시 디자인했습니다. 지금 시대의 대형 다이닝 테이블이나 회의 테이블의 수요를 반영한 것이죠. 브랜드를 이끄는 현 CEO가 여성이고, 현재 디자이너 다섯 명도 모두 여성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페미닌 감성을 끌어오고 싶었고, 패브릭과 크리스털 원석으로 각각의 공간을 포장했습니다.
유리 오브제와 벽을 포장한 패브릭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패브릭에는 붉은 실을 묶어 광석처럼 보이는 유리 조각을 설치했어요
부서진 유리 조각을 보석처럼 일본의 시바리(Shibari; 매듭) 기법으로 묶은 것입니다. 폐기 수순을 밟을 만한 것들이 귀한 것이 되는 역설이죠. 로프의 팽팽함과 유기적인 패브릭 사이에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섞여 있어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실처럼 패브릭이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본인의 작업 스타일을 어떻게 정의하나요
저는 건축가로 훈련받았기 때문에 기하학이 모든 것의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는 항상 평면에서 시작해요. 평면이 아름다워야 그 위에 디자인을 얹을 수 있거든요. 그 다음은 소재예요. 저는 패턴보다 소재의 결을 따라가요. 나무의 결, 질감의 패턴 같은 거요. 그리고 소재의 실험에 집착하는 편이죠. 긁고, 태우고. 어릴 때 화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저에게 디자인은 소재 위에서 이뤄지는 실험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죠.
요즘 매혹된 소재가 있다면
유리와 세라믹이요. 둘 다 불로 변환되는 소재잖아요. 고체였다가 열을 받으면 액체가 되고, 다시 식으면 고체가 되면서 형태가 달라져요. 저는 그런 과정을 연금술처럼 생각합니다. 무라노 유리는 8년째 전문 장인들과 작업하고 있어요. 직접 다루진 못해요. 세라믹도 시도해 봤지만 너무 어려워서 그 분야 장인들의 기술을 존경합니다.
소피 드리스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전혀요. 블랙 앤 화이트만 쓰거나, 특정 소재를 시그너처로 삼는 디자이너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언젠가 ‘이건 소피 없이도 되겠는데’가 되니까요. 저는 프로젝트마다 새롭게 접근하는 편입니다.
AI를 작업에 활용하나요
창작에는 사용하지 않아요. 아이디어 스케치나 레퍼런스 리서치, 속도가 필요할 때는 유용하게 씁니다. 창작 자체에 쓰면 너무 뻔해지거든요. 제 아이디어를 AI에게 주고 싶지 않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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