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조각 같은 의자, 스텔라 암체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라는 무대에서 만난 '로우 에지스'와의 대화. "조각과 디자인 사이에 있지만 앉기에 정말 편안한 의자를 만들고 싶었죠."

프로필 by 이경진 2026.06.28

야엘 메르(Yael Mer)와 샤이 알칼라이(Shay Alkalay). ‘로우 에지스’라는 이름으로 함께 작업하는 두 디자이너에게는 오래된 집착이 하나 있다. 2차원과 3차원의 관계, 그러니까 평면 패턴이 입체 형태와 만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하는 질문이다. 이들의 ‘스텔라(Stella)’ 암체어는 그런 집착이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라는 무대에서 가장 선명하게 구현된 결과물이다.


그랑 푸아예에 놓인 로우 에지스(Raw Edges)의 ‘스텔라(Stella)' 암체어. 착시를 의도한 텍스타일이 암체어 주위를 둘러싼 거울 설치와 어우러져 감각적 몰입감을 선사한다.

그랑 푸아예에 놓인 로우 에지스(Raw Edges)의 ‘스텔라(Stella)' 암체어. 착시를 의도한 텍스타일이 암체어 주위를 둘러싼 거울 설치와 어우러져 감각적 몰입감을 선사한다.

‘스텔라’라는 이름이 붙은 로우 에지스의 암체어는 2차원 직물 덮개를 3차원으로 확장해 작품이 놓인 매혹적인 거울의 방만큼이나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스텔라’는 로우 에지스가 즐겨 쓰는 방법론, 즉 정밀한 그리드로 이뤄진 블록을 조각하듯 깎아내 형태를 드러내는 방식에서 출발한다. 야엘 메르는 “처음엔 조각적인 오브제에 가까웠어요. 우리의 과제는 조각적 형태를 어떻게 암체어로 만들 것인가 하는 거였어요”라고 말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정확한 그리드 패턴이 보이고, 그것을 입체에 투영하면 끊기지 않는 연속성이 생겨난다. 그런 연속성을 살리는 것이 ‘스텔라’의 핵심이다.


개발 과정 내내 야엘과 샤이의 입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도 ‘컨티뉴이티(Continuity)’였다. 다른 하나는 ‘버블스(Bubbles)’. “제가 스마트폰에 무언가 쓰기 시작하면 폰이 자동으로 ‘버블(Bubble)’이라는 단어를 띄울 정도였죠. 어느 누가 한평생 이 단어를 이렇게 많이 사용할 수 있나 싶을 만큼 썼습니다.” 패브릭 개발 과정은 무모한 실험의 연속이었다. 흰색 텍스타일로 모형을 감싸고, 그 위에 프로젝터로 패턴을 쏘아서 펜으로 옮겨 그린 다음, 다시 풀어내는 방식으로 완성해 갔다. “말도 안 되는 방법이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했어요.” 루이 비통 팀과 처음부터 함께 개발한 이 기법은 스텔라 암체어 특유의 표면감을 만들어냈다.


로우 에지스에서 야엘과 샤이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나뉜다. 야엘은 형태에 이끌려 손으로 종이 모형을 만들고, 책상 위 선반에는 작은 모형이 쌓여 갔다. 샤이는 메커니즘과 움직임에 집중해 형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탐구한다. 스텔라는 두 사람의 보완적 관계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완성된 의자를 본 누군가에게 기대하는 반응은 ‘경이(Wonder)’예요. 아주 입체적인 오브제는 보는 각도에 따라 형태가 달라져요. 조각과 디자인 사이에 있지만 앉기에 정말 편안한 의자를 만들고 싶었죠. 존재감과 환대, 이 두 가지 층위에서 모두 작동해야 했습니다.”


로우 에지스와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의 관계는 시간이 쌓이면서 점점 진화해 왔다. 초기엔 ‘여행’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이 중심이었다. 첫 번째 오브제인 ‘접이식 의자(The Concertina Chair)’를 만들 때는 폴딩 메커니즘을 새롭게 개발했다. “자원이 풍부한 회사와 일할 때 누릴 수 있는 사치였죠(웃음). ‘폴딩 메커니즘을 새로 개발할 수 있을까요?’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해봅시다’ 이런 게 가능한 브랜드니까요.”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와 협업한 첫 의자는 지금도 두 사람의 마음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한다.


스텔라 암체어.

스텔라 암체어.

루이 비통 팀과 로우 에지스는 ‘왓츠앱’ 그룹 챗으로 스케치를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스튜디오 선반에 쌓인 프로토타입을 보다가 ‘이건 루이 비통과 어울리겠다’는 감이 오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하는 관계로 접어든 것이다. 야엘과 샤이의 스튜디오에는 ‘괴물 캐비닛(Cabinet of Monsters)’이 있다. 여기엔 실험에서 실패한 작업들, 진심으로 믿었지만 끝내 실현되지 못한 디자인들이 모여 있다. “어떤 건 그냥 별로인 아이디어도 있고, 진작 잊어야 하는 것이기도 해요. 재미있는 사실은 시간이 지나 적절한 방향을 만나면 스스로 괴물 상태에서 벗어나는(Unmonster) 순간이 온다는 거예요.” 로우 에지스의 작업실에선 실패도 때를 기다리는 형태로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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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아트 디자이너 김진림
  • 디지털 디자이너 민경선
  • COURTESY OF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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