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도 살짝 보고 가실래요?
블랙의 매력이 돋보이는 샤넬 시계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원래 움베르토 캄파냐(Humberto Campana)는 법학도였다. 5년 과정을 마치고 졸업장을 가족에게 건넨 뒤, 그는 조개껍데기와 대나무, 점토로 물건을 만들기 시작했다. 건축을 공부한 동생 페르난도 캄파냐(Fernando Campana)가 형과 손잡았고, 1984년 상파울루에서 에스투디오 캄파냐(Estudio Campana)가 시작됐다.
첫 컬렉션의 이름은 아이러니하게도 ‘데스콘포르타베이스(Desconforta′veis)’, 즉 ‘불편한 것들’이었다. 에스투디오 캄파냐가 국제 무대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8년. 파올라 안토넬리(Paola Antonelli)가 뉴욕 모마(MoMA)에서 기획한 전시 <Project 66>에 독일 조명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Ingo Maurer)와 나란히 소개되면서다. 이후 두 형제는 폐기물과 고물, 종이 같은 평범한 소재를 가구로 변환하는 작업으로 컬렉터블 디자인의 판도를 바꿨다.
에스투디오 캄파냐(Estudio Campana)의 캐비닛 칼레이도스코프, 베이비 풋, 코쿤 다이크로익이 모인 부두아(Boudoir) 룸.
루이 비통과의 인연은 2012년 오브제 노마드(Objets Nomades) 컬렉션과 함께 시작됐다. 컬렉션 출범과 함께 14년째 이어져온 관계를 움베르토는 ‘학교’라 부른다. “루이 비통과 일하는 건 마스터 클래스를 듣는 것과 같아요. 매 단계마다 이뤄지는 대화와 이메일, 디테일이 모두 수업이죠. 그 끝에 우리는 친구가 됩니다.”
신뢰와 우정, 존중이 쌓인 협업을 바탕으로 올해 에스투디오 캄파냐가 루이 비통과 선보인 작품은 세 가지다. 코쿤 다이크로익, 캐비닛 칼레이도스코프, 인어 조각상으로 가득한 베이비 풋이 그것이다. 이 중 코쿤 다이크로익은 파리 기반의 아티스트 제랄딘 곤잘레스와 협업했다. 종이와 크리스털을 주재료로 빛과 투명성을 탐구해 온 곤잘레스가 다이크로익 소재의 잎사귀를 손으로 하나하나 잘랐고, 이 잎사귀로 코쿤 전체를 덮는 데 3개월간의 수작업을 거쳐야 했다.
빛과 움직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외피는 베이징 루이 비통 싼리툰(Sanlitun) 매장의 유리 파사드에서 영감을 받았다. “처음 그 소재를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습니다. 생명으로 가득한 작품이 될 걸 알았어요.” 캐비닛 칼레이도스코프는 에스투디오 캄파냐가 오랫동안 작업해 온 시리즈다. 가방 제작 후 남은 가죽 조각으로 500개 이상의 3D 면을 만들어 캐비닛을 덮는다. “재사용 아이디어는 초창기부터 저희에게 매우 중요했어요. 루이 비통과 이 개념을 공유한 것도 정말 멋진 일이죠.”
에스투디오 캄파냐가 사회 변혁의 도구로서 디자인을 실천하는 방식과 루이 비통과 함께 만드는 컬렉터블 피스 사이에는 얼핏 거리가 있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움베르토는 두 세계가 하나의 지점에서 만난다고 말한다. “사라져가는 전통의 보존, 수공예, 사랑으로 만들어진 오브제는 모두 대량생산이 아니어서 오래가는 것입니다. 한 세대 만에 버려질 물건이 아니라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것이죠. 루이 비통 트렁크처럼요.”
2022년 11월, 동생 페르난도가 61세로 세상을 떠난 이후 움베르토의 행보는 조금 달라졌다. 2024년 3월 뉴욕 프리드만 벤다에서 첫 단독 전시 <On the Road>를 열었는데 점토와 모래, 짚을 섞어 만든 전통 건축 재료 어도비(Adobe), 공장에서 산업 생산 과정에 발생하는 알루미늄 스크랩 같은 원재료로의 귀환이 이뤄진 전시였다. 오랫동안 농촌의 저비용 건축 재료로 쓰여온 어도비를 가구의 언어로 끌어들인 건 에스투디오 캄파냐가 늘 작업해 온 것의 연장이다. 버려지거나 저평가된 소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것. “저는 70대임에도 영감을 받기 위해 노력합니다. 안전지대를 벗어나려하죠.” 프리드만 벤다에서 전시를 연 움베르토는 이렇게 덧붙였다.
코쿤 다이크로익.
캐비닛 칼레이도스코프.
그의 고향 브로타스(Brotas)에서는 자연 재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2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12개의 친환경 파빌리온을 만든 ‘파르케 캄파냐(Parque Campana)’가 2024년 6월에 오픈했다. 과학 연구와 교육 프로그램, 워크숍, 레지던시를 위한 공간이지만 그는 이 프로젝트를 ‘나의 미래’라고 부른다. 루이 비통과의 오랜 협업을 이어오면서 움베르토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메종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1850년대에 만들어진 루이 비통 트렁크를 보는 순간 혁신과 품질, 창의성이라는 측면에서 제 작품과 즉각적 연결이 느껴졌습니다. 루이 비통은 트렁크만 디자인한 게 아니었어요. 적재와 운반이 쉽도록 평평한 상하단 오브제를 재발명한 거죠.”
협업은 재발명 정신을 공유하는 데서 출발했다. 에스투디오 캄파냐의 철학, 즉 수공예와 사라져가는 전통의 보존이 루이 비통의 장인 정신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었다. 움베르토는 루이 비통이 자신의 작업방식을 이해하고 있다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저는 예술과 디자인 사이의 다리를 만듭니다. 루이 비통은 사람들을 상상의 세계로 데려가는 제 방식을 이해하고 있죠. 루이 비통은 여행에 관한 브랜드이고, 제 작업은 미지의 장소를 방문하도록 초대하는 것입니다. 저는 상상 속 풍경을 창조합니다. 제 내면에 들어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40여 년 동안 디자이너 움베르토 캄파냐가 손으로 만들어온 것들은 루이 비통이 함께 상상한 풍경의 재료로 쌓여왔다. 페르난도도 그 풍경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내용을 입력해주세요.
삭제하시겠습니까?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챙겨야 할 올여름 패션·뷰티 힌트는 엘르에서.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한 서비스 입니다.
댓글쓰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