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세 '니가 좋아'를 만든 이진희 음악감독 인터뷰
존재하지 않는 가수 ‘최성곤’의 ‘니가 좋아’ 신드롬. 영화보다 먼저 퍼져 나간 노래를 만든 <와일드 씽> 음악감독 이진희의 작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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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가 좋아' 열풍을 일으킨 영화 <와일드 씽> 음악감독 인터뷰.
- 오정세가 부른 '니가 좋아' 신드롬을 이진희 음악감독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 오정세의 '니가 좋아' 녹음 과정 비하인드.
- 챌린지나 숏폼 콘텐츠에 대해 영화 음악감독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진희 영화음악감독. 2010년 영화 <이층의 악당>으로 데뷔, <내 아내의 모든 것> <26년>, <길복순> <야당>,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세계를 구축해 왔다. 최근 영화 <와일드 씽> 음악을 맡아 극중 ‘최성곤’이 부른 ‘니가 좋아’와 트라이앵글의 ‘Shout it out’ 등을 통해 2000년대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현재 차기작 <안아줘>의 음악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영화 <와일드 씽>에서 오정세 배우가 부른 발라드 ‘니가 좋아’가 개봉 전부터 이례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밈처럼 소비되더니 음원 차트에 진입했고, 뮤직비디오는 200만 조회 수를 넘어섰다. 영화보다 노래를 먼저 알게 된 관객도 적지 않은데, 음악감독 입장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최성곤’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하면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에만 집중했다. 사람들이 웃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음악 자체가 독립 콘텐츠처럼 소비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도 얼떨떨하다.
‘최성곤’에게 잘 맞는 음악은 어떤 스타일인가
손재곤 감독이 초반부터 구체적인 레퍼런스를 줬다. 은퇴 후 ‘최성곤’이 거칠고 터프한 ‘포수’로 살아가는 만큼 전성기 시절의 대표곡은 최대한 감미롭고 달콤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 속 설정상 ‘최성곤’은 이 노래로 음원 차트에서 38주 연속 2위를 기록한 가수다. 그만큼 대중성이 있으면서 한 번 들으면 귀에 남는 곡이어야 했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여심을 사로잡은 남성 솔로 가수들의 감성을 많이 참고했다. 당시 음악을 들어보니 촌스럽기보다 오히려 세련된 부분도 많더라. 그 시절의 정서는 살리되 지금 관객이 들어도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재해석하는 데 집중했다.
오정세 배우와의 녹음 과정도 궁금하다
돌이켜보면 녹음실에서부터 반응이 좋았다. 함께 작업하는 이들의 반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한 번 들으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기뻤다. 배우가 직접 곡을 소화해야 하니 최대한 기교 없이 쉽게 만들려고 했다. 음역대를 무리하게 높이지 않았고 멜로디도 간결하게 가져갔다. 감사하게도 오정세 배우가 진지하게 접근해 주더라. 일부러 웃음을 만들기보다 실제 발라드 가수처럼 캐릭터를 연기하며 노래를 녹음했다. 그러고 보니 곡 녹음도 배우로서 ‘최성곤’을 연기하는 것 같았다. 그런 진지함이 곡과 캐릭터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최근 류승룡 배우가 SNS에 ‘니가 좋아’를 부른 영상을 올리며 더 화제가 됐다
정말 감사했다(웃음). 사실 알지도 못했고 미리 부탁드린 것도 아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정세 배우와 같은 소속사라 자연스럽게 올려 주신 것 같더라. 그게 ‘니가 좋아’ SNS 챌린지의 시작이었다. 개인적으로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함께했던 류승룡 배우가 이번에는 오정세 배우의 노래를 불러줬다는 점도 굉장히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트라이앵글의 스페셜 컴백 EP 수록곡인 ‘Shout it out’도 인상적이었다. 이른바 ‘댄스 메탈’이라는 장르 자체가 파격적이었다
그 곡도 정말 재밌게 작업했다. 공동제작사인 스튜디오AA의 박은경 대표님이 아이디어를 주셨는데, 2000년대 초반 H.O.T.나 SMP 계열 음악을 참고해 보자고 하더라. 거기에 서태지처럼 그 시절 음악이 담고 있던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가져오자는 의견도 나왔다. 조금 의외인 ‘환경 오염의 현실’을 주제로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나 역시 그 시대를 통과한 세대고 H.O.T. 팬인 만큼 굉장히 즐거웠다. 무엇보다 강동원 배우가 생각보다 랩을 잘했다. 노래를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랩은 처음 들어봤는데 녹음하면서 놀랐다.
<와일드 씽>은 가요계의 역사와 현재를 다루는 음악 영화인 만큼 기존 작업과 출발점 자체가 달랐을 것 같다
맞다. 보통 영화음악은 촬영이 끝난 뒤, 편집본을 보면서 작업한다. 그런데 <와일드 씽>은 음악영화라 음악이 먼저 나와야 했다. 배우들이 그 곡으로 노래를 연습하고 안무를 짜야 했다. 처음 작업해 보는 방식이었고 스코어뿐 아니라 작사, 배우와 곡 녹음까지 담당해야 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는 솔직히 ‘이걸 어떻게 하지?’ 싶었다(웃음). 국내 작품 중에는 거의 없었던 사례다.
해외영화 가운데 비슷한 사례가 있을까
휴 그랜트가 출연한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같은 작품이 생각나긴 했다. 다만 할리우드는 시스템이 훨씬 세분화돼 있다. 스코어를 담당하는 음악감독이 따로 있고, 노래를 만드는 작곡가가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개봉 이후 수록곡 ‘Way Back into Love’가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것처럼 보통 영화가 먼저 알려지고 OST가 뒤따라 주목받지 않나. 그런데 <와일드 씽>은 ‘니가 좋아’가 먼저 화제가 되면서 색다른 흐름을 만든 것 같다
사실 작품 제작 초반부터 제작진 사이에서 음악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챌린지나 숏폼 콘텐츠를 통해 음악이 먼저 소비되고, 그것이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정도였다. 나 역시 ‘니가 좋아’를 작업하면서 그런 가능성을 조금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반응은 예상을 상회했다. 개봉 전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니가 좋아’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200만 회를 넘겼고, 음악이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음악을 먼저 듣고 영화와 ‘최성곤’이라는 캐릭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웃음).
이번 작품을 계기로 영화음악감독이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졌는지
물론이다. 사실 영화음악감독은 늘 작품 안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음악이 먼저 관객을 만나고, 그 관심이 영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게 됐다. 예전에는 예고편이나 배우, 감독 이름이 영화의 첫인상이었다면 이제는 음악이나 숏폼 콘텐츠가 그 역할을 확장하는 것 같다. 특히 팬데믹 이후 극장가가 예전처럼 관객을 자연스럽게 이끌기 어려워진 시대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음악이 먼저 사람들의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고, SNS 피드에 올라오고, 알고리즘을 타고 퍼져 나가며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걸 체감했다. 앞으로 작품에 따라 음악감독이 영화의 감정을 설계하는 역할 이상으로, 관객을 극장으로 이끄는 새로운 접점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2010년 <이층의 악당>으로 데뷔한 이후, 16년째 영화음악을 만들고 있다. 처음 시나리오를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닿는 감정은 무엇인가
작품마다 필요한 음악 언어가 완전히 다르다. 매번 새로운 문제를 푸는 기분이다. 재밌는 건 시나리오를 읽으면 늘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긴다는 거다. 아직까지 제안받고 나서 자신 없었던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이건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든다(웃음).
특히 작업하기 어려운 장르도 있는지
코미디. 특히 음악으로 웃기려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내 아내의 모든 것>도 굉장히 어려웠다. 민규동 감독님은 코미디영화지만 음악까지 웃기려 하지 말고, 음악 자체로 좋아야 한다고 했다. 사실 그게 더 어려운 주문이다(웃음). 장면은 웃긴데 음악은 진지해야 하니까. 임수정 배우가 연기한 ‘연정인’이라는 캐릭터는 워낙 말이 많고 에너지가 넘쳤다. 음악의 템포도 거기에 맞춰야 했다. 류승룡 배우가 연기한 ‘장성기’는 영화에서 굉장히 특별한 캐릭터였다. 소설 속 카사노바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에 음악적으로도 명확한 콘셉트가 필요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이두현(이선균)’과 ‘연정인’이 함께 춤추는 장면이다. 당시 민규동 감독님이 왕가위 감독의 영화 <아비정전>을 자주 언급했다. 자연스럽게 맘보 이야기가 나왔고, 그 영향을 받아 ‘Embrasse-Moi’를 만들게 됐다.
이번 스페셜의 제목이 ‘영화를 권하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최근 당신을 극장으로 다시 이끈 것은
최근 클로이 자오 감독의 작품 <햄넷>의 음악을 듣고 다시 큰 자극을 받았다. 영국 출신의 작곡가 막스 리히터를 좋아하는데, 그가 이번 작품에서 음악감독으로 보여준 곡들 역시 환상적이었다. 원래부터 오케스트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화음악을 좋아하는 편이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여전히 관객 입장에서 설렌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도 언젠가 저런 웅장한 작품의 음악을 맡아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그런 설렘과 동경이 지금까지 영화음악을 작업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
Credit
- 에디터 박찬
- 사진가 장기평
-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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