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김민하가 영화 '하나의 코리아'에서 먼저 본 것

탈북 이후의 삶을 살아내야 하는 한 청춘의 이야기. <하나 코리아>의 혜선이 되어 사람과 행복에 대해 말하는 배우 김민하.

프로필 by 박찬 2026.06.30

"<하나 코리아>를 먼저 보셨다고요. 어땠어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김민하가 기대감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 작품의 반응을 확인하려는 배우의 질문이라기보다 혜선을 향한 애정처럼 들렸다. 7월 8일 개봉하는 <하나 코리아>는 북한을 떠나 대한민국에 도착한 여성 혜선의 시간을 따라가는 영화다. “영화 도입부에 내레이션이 길게 시작되잖아요. 그 부분이 누군가의 편지를 먹먹하게 읽는 느낌이 들었어요. 혜선이 자기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주는 것 같달까요.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이 이야기를 잘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극중 혜선은 중국을 거쳐 비로소 한국에 당도하지만, 국정원 심문을 거친 후 하나원에 들어가며 낯선 세계를 다시 배워 나간다. 김민하가 이 작품에 끌린 이유도 그 지점이었다. “탈북민이라는 소재보다 혜선이라는 사람이 먼저 보였어요. 대본을 읽는데 계속 이 사람이 궁금하더라고요.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을까? 뭘 좋아할까?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같은 것들이요.”


건축적인 드레스와 민들레 모티프 장식의 컷아웃 톱은 모두 Jinsun.

건축적인 드레스와 민들레 모티프 장식의 컷아웃 톱은 모두 Jinsun.

<하나 코리아>는 제작부터 영화계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덴마크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 프레드릭 쇨베르의 첫 장편영화에, <기생충>의 통역사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최성재(샤론 최)가 공동 각본으로 참여한다는 사실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조합이었다. 여기에 <파친코> 이후 인상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김민하가 주연으로 합류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작업방식을 가진 세 사람이 한 인물을 중심으로 만난 셈이다.


김민하는 촬영에 돌입하기 전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 최성재 각본가와 일주일 동안 워크숍을 진행했다. 인물에 대한 정합성을 좇은 시간은 아니었다. “그냥 생각나는 걸 다 나눴어요. 이 장면에서 나라면 어땠을까, 여기서는 어떤 버릇이 있었을까, 어떤 제스처를 썼을까? 정말 사소한 것까지요.”


과장된 퍼프 소매의 퀼팅 재킷은 Gyouree Kim.

과장된 퍼프 소매의 퀼팅 재킷은 Gyouree Kim.

촬영을 준비하면서 실제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찾아 읽고 하나원에 대한 자료도 들여다봤다. “제가 누군가를 대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죠. 혜선을 어떤 ‘상징’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사회적 의미보다 한 사람으로 먼저 보였으면 좋겠다고요.” 잠시 말을 고르던 김민하는 결국 단순하면서도 근원적인 시선으로 돌아갔다. “혜선도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이잖아요. 사랑받고 싶고, 친구를 만들고 싶고,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해요. 그런 마음은 누구나 똑같지 않을까요?”


고양이 프린트 티셔츠는 Centaur. 구조적인 튤 미니스커트는 Gyouree Kim.

고양이 프린트 티셔츠는 Centaur. 구조적인 튤 미니스커트는 Gyouree Kim.

플랫폼 힐과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플랫폼 힐과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극중에서 두드려졌던 그의 양강도 사투리 또한 혜선이 되기 위한 조각 중 하나였다. “정말 어려웠어요(웃음). 우리가 흔히 아는 북한 말과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지역마다 차이도 크고요.” 김민하의 관심은 정확한 발음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냥 현실적으로 들리고 싶었어요.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시간이 흐르면서 말투가 조금씩 달라지는 부분도 고심했어요.”


비대칭 헴라인의 미니 드레스는 Jinsun. 레이스업 앵클부츠는 Christian Louboutin, 동양적인 꽃 프린트 스타킹은 Open Yy.

비대칭 헴라인의 미니 드레스는 Jinsun. 레이스업 앵클부츠는 Christian Louboutin, 동양적인 꽃 프린트 스타킹은 Open Yy.

혜선을 이야기하는 김민하의 입에서 가장 자주 나온 단어는 ‘행복’이었다. 그는 몇 번이나 혜선도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사랑받고 싶고, 친구를 만들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 흥미로운 건 그런 혜선의 행복을 치환하는 말이 얄궂게도 ‘독사’라는 점이다. 영화 속 어머니는 어린 딸에게 ‘독사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다소 거칠게 들리지만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어떻게든 살아남으라는 희망을 되새긴다. “혜선은 정말 강한 사람이에요. 자기 목숨을 걸고 여기까지 왔잖아요. 그런데도 계속 살아가려 하거든요. 엄마를 살리고 싶고, 자기가 원하는 삶도 살고 싶고요.”


그런 강인함은 아주 사소한 장면 속에 숨어 있다. 극중의 혜선은 음악실 출입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몰래 드럼 앞으로 향한다. 철없는 고집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김민하는 그 장면이 혜선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라고 생각했다.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벅찼을 텐데, 그 와중에도 좋아하는 걸 놓지 않는 사람이잖아요. 저는 그게 혜선의 힘이라고 생각했어요.”


진주 장식의 셔링 미니 드레스는 Kimhekim, 헤드밴드는 Awesome Needs.

진주 장식의 셔링 미니 드레스는 Kimhekim, 헤드밴드는 Awesome Needs.

그가 대한민국에 와서 가장 관심이 간 것 중 하나가 화장품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드러그 스토어에 들어선 혜선은 직원에게 “얼굴색 밝히는 거 있나요?”라고 묻는다. “혜선은 지금껏 살아남는 게 우선이었던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자기도 예뻐지고 싶고, 친구들이 하는 걸 해보고 싶고, 그런 마음이 생기는 거예요.” 생각해 보면 혜선은 영화 내내 새로운 삶을 배우고 있다. 풍선껌 부는 법, 전철 타는 법,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까지. 누군가에겐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혜선에게는 처음으로 그리고 제한적으로 허락된 욕망들이다.


크롭트 톱은 Bonbom. 커브 귀고리는 Ozel.

크롭트 톱은 Bonbom. 커브 귀고리는 Ozel.

혜선을 연기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파친코> 공개 당시 김민하가 외신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당시 배우를 ‘스토리텔러’라고 표현했다. 배우는 결국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라고. 지금도 같은 생각일까? “그 생각은 여전해요. 결국 배우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니까요. 이젠 더 나아가 이야기보다 사람에게도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김민하는 잠시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좋은 이야기도 결국 캐릭터를 투영해 전달되잖아요. 대본을 읽을 때도 사건보다 인물이 먼저 눈에 들어와요. 이 사람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그런 것들이요.”


돌이켜보면 김민하가 만난 인물은 모두 다른 시대를 살아가지만, 이상하리만큼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일제강점기와 재일 조선인의 역사를 통과해야 했던 <파친코>의 선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IMF 외환위기 한복판을 살아가던 <태풍상사>의 오미선은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낯선 땅에 도착해 처음부터 다시 삶을 시작해야 했던 <하나 코리아>의 혜선은 행복해지기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삶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순간에도 끝내 앞으로 걸어가는 사람들. 김민하는 이렇듯 강인한 인물을 만날 때 가장 빛나는 배우인지도 모른다.


과장된 퍼프 소매의 퀼팅 재킷은 Gyouree Kim.

과장된 퍼프 소매의 퀼팅 재킷은 Gyouree Kim.

그런 의미에서 그가 앞으로 만나게 될 인물도 궁금해졌다. 하반기 공개 예정인 드라마 <꿀알바>를 비롯해 여러 작품이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계속 작품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잖아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것도요. 그래서 지금은 기꺼이, 건강하게 오래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건축적인 드레스와 민들레 모티프의 컷아웃 톱은 모두 Jinsun.

건축적인 드레스와 민들레 모티프의 컷아웃 톱은 모두 Jinsun.

어느새 인터뷰 종료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데뷔 10주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그에게 필모그래피의 모양을 떠올려본 적 있는지 물었다. “모양을 정해 놓지 않았지만, 언제든 저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성급하고 억지스럽지 않게 이어가는 것. 그게 결국 제 중심인 것 같아요.” <하나 코리아>의 혜선이 낯선 땅에서 자기 삶을 다시 배우듯, 김민하 역시 자기에게 맞는 속도로 새로운 얼굴을 계속 배워가고 있는 듯 보였다. 언젠가 또 다른 작품에서 그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가 통과해 온 낯선 삶의 흔적을 다시금 보게 될 것이다.


관련기사

Credit

  • 패션 에디터 박찬
  • 사진가 목정욱
  • 패션 스타일리스트 이경은
  • 헤어 스타일리스트 장혜연
  • 메이크업 아티스트 안성희
  •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댓글쓰기

0 / 100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