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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데이아가 스파이더맨을 입는 방법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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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이 버티는 법
킬러 ‘정진만’이 살아 돌아왔다.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1> 마지막 장면에서 말이다. 시즌2로 다시 진만을 마주한 기분은
기대하던 분에게 좋은 퀄리티의 작품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물론 정진만이라는 캐릭터 자체는 시즌1의 연장선이지만, 이야기 구조는 좀 더 단순해졌다고 생각했다. 시즌1에서는 과거 서사나 인물 사이에 얽히고설킨 관계를 설명해야 하는 지점이 많았다면, 시즌2는 그런 정보가 이미 알려졌기 때문에 좀 더 앞으로 달려갈 수 있겠다 싶었다.
이동욱이 입은 레더 트렌치코트와 셔츠, 팬츠, 타이는 모두 Amiri. 김혜준이 입은 프린지 톱과 스커트는 모두 Akris.
킬러이자 삼촌, 정진만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발견한 지점도 있었나
발견한다기보다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애초에 시즌2를 생각하고 시작한 작품은 아니었다. 이권 감독님도 나도 정진만을 어떤 인물이라고 규정 짓기보다 유연하게 확장시켜 나가는 쪽을 선택했다. 앞으로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고, 작품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도 있으니. 그런 의미로 내게 정진만이란 여전히 현재진행형 인물이다.
시즌2 예고만 봐도 액션 밀도가 한층 높아진 게 느껴진다. 촬영 준비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는지
딱히 없는 것 같다. 다만 몸이 더 힘들었다(웃음). 시즌1보다 액션 강도가 세졌고, 경합 횟수도 늘었다. 액션은 그냥 많이 연습해서 암기하는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다치니까. 아이돌 그룹이 안무 연습하듯 몸에 밸 때까지 반복한다. 물론 촬영 전 액션 스쿨에서 동작도 맞춰보고 철저히 준비하지만, 현장에 가면 또 달라진다. 중요한 건 바뀐 상황에 얼마나 빨리 대처하는가다.
조카이자 진만이 운영하던 킬러 전용 쇼핑몰 ‘머더헬프’를 물려받은 ‘정지안’ 역의 김혜준 배우와 다시 의기투합했다. 이번 시즌을 만들어가며 많이 나눈 이야기는
시즌1 때부터 혜준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네가 훨씬 많이 나오니까 훨씬 열심히 해(웃음).” 시즌2 촬영을 위해 다시 만났을 때도 그저 자연스러웠다. 시즌1이 방송되면서부터 시즌2에 관한 이야기가 어느 정도 나오고 있었고, 준비 기간도 2년 가까이 됐으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마치 어제 촬영하고 오늘 다시 만난 사람들 같았다. 특별히 각오를 다진 게 없을 정도로 편하게 만났다.
정진만으로서 정지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잘 버텨봐.” 이 말에 모든 게 함축돼 있다. 만약 이동욱이라면 지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했을 거다. 액션 스릴러라는 장르의 특성상 쉽게 넘어가는 부분도 있지만, 어린 조카에게 너무 많은 괴로움을 주지 않나. 말도 안 되는 세계로 끌어들인 거다. 그런데 정진만은 그럴 것 같지 않다. 미안하다는 감정이 앞서더라도 먼저 표현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슬리브리스는 YCH. 슬랙스는 Recto. 글러브와 네크리스는 모두 Hermès. 스카프는 Heon Kim.
그러고 보니 ‘킬러’란 자칫 폭력성과도 맞닿을 수 있는 소재다
맞다. 시청자들은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늘 고심하면서 촬영했다. 특히 시즌1 마지막에 지안이 ‘이성조’를 죽이는 게 맞는지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장르물 안에서는 통쾌한 장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캐릭터의 삶으로 들어가보면 전혀 다른 문제다. 한 인간의 인생으로 본다면 완전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안이라는 인물이 머더헬프 세계로 넘어오는 과정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보여줄 것인가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숙제였다.
시즌2에서는 지안과의 관계에서 감정 신이 더 많다고 들었다. 시청자들이 둘의 관계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하나
글쎄. 단순한 삼촌과 조카의 ‘케미’는 아닌 만큼 두 사람의 관계가 조금 안쓰럽고 애틋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지 않을까?
정진만의 삶을 두 번이나 살아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기존 액션영화나 액션 드라마, 첩보물의 주인공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대부분의 주인공은 본인이 몸으로 부딪혀 해결하지 않나. 그런데 정진만은 주변을 충분히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그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통쾌하게 혼자 해결하는 것도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인간이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나(웃음). 몇십 배, 몇백 배 더 큰 악과 상대해야 한다면 상황에 맞춰 지략도 쓰고 주변도 활용해야 한다. 그게 정진만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드레스와 스웨이드 코트는 모두 Prada.
킬러이자 사업가, 보호자라는 여러 얼굴을 지닌 인물이기도 한데. 이런 양면성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나
개인적으로 그게 따로 움직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은 양면적이라는 말을 넘어 굉장히 입체적인 존재다. 정진만도 선인이 아닌, 돈을 받고 일하는 킬러잖나. 다만 이야기 구조상 정진만보다 더 큰 악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주인공을 괴롭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이 되는 것이다. 냉정하게 보면 정진만 역시 완전한 정의의 인물은 아니다. 이 부분 역시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하며 촬영했다. ‘정진만은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물론 이런 선악에 대한 견해는 제작진이 고민할 영역이고, 시청자들은 그냥 즐기면 된다. ‘어벤저스’가 뉴욕을 다 부숴도 우리는 늘 그들을 응원한다(웃음).
<도깨비> <구미호뎐> <타인은 지옥이다> 그리고 <킬러들의 쇼핑몰>까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선 인물을 자주 연기해 왔다. 스스로 생각하는 좋은 연기란
우리는 작품의 세계관을 시청자에게 설득하는 일을 한다. 이를테면 <도깨비>나 <구미호뎐> 같은 작품은 현실에 없는 판타지 장르다. 그런 광활한 세계관을 보는 이에게 어떻게, 얼마만큼 설득하느냐를 늘 연구한다. 좋은 연기라는 건 결국 내가 연기한 인물들이 “진짜 있을 법한데?”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 아닐까?
화이트 셔츠는 Maison Margiela. 이어커프는 Tom Wood.
언젠가 “배우란 선택받고 인정받아야 하는 직업”이라고 말한 적 있다. 데뷔 25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가
물론. 아마 은퇴하든 죽을 때가 되든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요즘 더 그렇다. 작품 수도 많이 줄었고, 필드에서 활동하는 배우도 줄어들고 있다. 계속 선택받고 대중의 지지를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갈수록 뼈저리게 느낀다.
요즘 더 단단해진 생각이 있다면
좌우명 같은 게 하나 있다. ‘현재를 살자’다. 과거에 사랑받았던 작품에 갇혀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현재를 산다는 건 결국 지금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보고 원하는지 생각하는 것이다. 세대가 달라지면서 내가 접하는 것과 어린 세대가 접하는 게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나는 몰라” “나와는 접점이 없어”라며 손을 놓는 건 적어도 이 직업에서는 직무 유기다.
이동욱이 입은 버건디 레더 재킷과 팬츠, 셔츠, 타이는 모두 Valentino. 김혜준이 입은 이너 톱과 뷔스티에, 튤 스커트는 모두 Acne Studios.
김혜준이 돌파하는 법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를 촬영하느라 모든 영혼을 쏟아부었다고 들었다
정말 탈탈! 삶의 100%를 다 쓴 것 같다. 당시에는 김혜준으로 산 시간보다 ‘정지안’으로 산 시간이 더 많았다. 줄 수 있는 애정을 남김없이 건넸다.
어떤 마음으로 시즌2 촬영장으로 향했나
돌이켜보면 거창한 마음을 먹고 간 건 아니었다. 그저 자연스럽게 정지안이 돼 있었다. 지안의 삶은 참 흥미롭고, 그곳에는 지안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더 많았으니까. 감독님과 스태프는 물론, 시즌1 때 구축해 둔 캐릭터들과도 단단한 유대감이 쌓여 있다 보니 애써 무언가를 만들지 않아도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이동욱이 입은 블랙 톱은 Ann Demeulemeester by 10 Corso Como. 김혜준이 입은 드레스는 Markkong.
촬영이 끝나도 집에 가지 않았다고
현장이 집보다 좋을 때가 있다(웃음). 온종일 함께한 동료들과 복작거리다가 퇴근하려니 괜히 아쉽더라. 내 촬영이 끝나도 현장을 구경하고, 그러다 야식 시간이 되면 같이 먹고, 또 한참 떠들다가 다시 구경하곤 했다. 내 대기실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기억이 안 날 정도다(웃음). 내게 배우라는 일은 결국 동료들과 유대를 쌓고, 함께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전부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하는 일이 재미있다.
시즌1의 마지막 장면, 삼촌 정진만의 생존이 밝혀진 이후 많은 시청자가 시즌2를 기다렸다. 두 사람은 어떤 면에서 더 강력해졌나
아무래도 액션이다. 시즌1에서는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액션이 펼쳐졌다면, 시즌2에서는 그 세계가 넓어진다. 공간도 다양해지고, 액션 도구도 많아졌다. 새로운 인물이 대거 등장하는 만큼 새로운 관계가 꾸려지는 과정도 흥미롭다. 특히 지안의 프로페셔널한 총기 액션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 총을 내 몸처럼 다루기 위해 집에서도 늘 손에 쥐고 다녔다.
이권 감독이 특별히 건넨 디렉션이 있다면
조금 부자연스럽더라도 과감하고 크게 액션을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것. ‘맹수처럼’ 보이게 말이다! 기본적으로 감독님은 배우를 믿고 맡기는 편이다. 감독님께 나는 거의 정지안 그 자체였다. 스마트폰에도 ‘김혜준’이라고 저장돼 있는데 종종 ‘정지안’이라고 검색해서 전화를 못 했다고 하시더라(웃음). 그만큼 나를 캐릭터 그대로 봐주셨다.
개인적으로 탐험해 보고 싶었던 지안의 새로운 세계, 새로운 얼굴도 있었나
여린 면을 뚫고 나오는 강렬함, 타고난 킬러 기질 그리고 삼촌에게 물려받은 본능 같은 것들이 불쑥 드러나는 순간을 잘 담아보고 싶었다. 동시에 늘 혼자라고 믿었던 지안이 점점 지켜야 할 것들이 생기면서 무너지기도 하고, 희망을 발견하기도 하는 감정까지 함께 말이다.
이동욱 배우가 시즌2에 들어가며 특별히 해준 말이 있었나. “잘 들어, 정지안”은 두 사람 사이에 여전히 유효했을지
선배는 여전했다(웃음). 그저 “이건 네 거잖아” “시즌2는 김혜준 거잖아” “정지안이 다 하는 거지”라고 매번 말씀하시는데, 그게 동욱 선배의 응원법이자 힘을 가득 실어주는 방식이란 걸 잘 안다. 하고 싶은 걸 맘껏 하게 해주고, 한 걸음 뒤에서 든든하게 서 있는 분이다. 촬영할 때도 늘 기다려주셨다. 내가 “한 번 더 가고 싶다”고 하면 기꺼이 다 받아주셨다.
미니드레스와 네크리스는 모두 Miu Miu.
시즌1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가운데 두 사람의 교감이 중요했다면, 이번 시즌에서는 어떤 호흡을 기대할 수 있을까
내 해석으로는 지안이 비로소 삼촌을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시즌1에서는 애증이 뒤섞여 있었고, 꽤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였다면 시즌2에서는 진만이 살아온 삶을 직면하고 같은 길을 받아들이게 된다. 삼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하나씩 이해하는 과정에서 이전과는 또 다른 유대감이 생긴다.
두 사람은 서로를 지키려 하지만,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 관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김혜준이 생각하는 지안과 진만의 사랑 방식은
어쩌면 서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또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관계 아닐까? 시즌2에서도 지안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진만의 모습이 자기 안에서 드러나는 순간을 겪는다. 닮고 싶어서 닮은 게 아니라, 어느 순간 이미 닮아버린 사람들. 그래서 서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닮은 점을 꼽는다면
두 사람은 모두 강하지만, 그만큼 사랑이 많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지키고 싶은 일상이 있고, 사람을 좋아하고, 어쩌면 마음이 여린 사람들이라 더 강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화이트 셔츠는 Maison Margiela. 블랙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Christian Louboutin. 이어커프는 Tom Wood. 브레이슬릿은 Chrome Hearts.
지안이 진정한 ‘킬러’로 성장했듯, 김혜준은 그간 얼마만큼 강해진 것 같나
요즘 주변을 많이 보고 싶어졌다. 예전에는 내 할 일에 급급하고 여유가 부족했다면, 지금은 주위를 둘러보며 내가 할 일과 소통해야 할 것을 찾게 된다. 모르는 게 있으면 먼저 물어보고 새로운 방식을 찾아나서는 법도 조금씩 배우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성장했다고 뿌듯해질 때 꼭 한 번씩 무너지더라(웃음). 그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는 뜻 아닐까?
<구경이>의 케이, <커넥트>의 최이랑, <캐셔로>의 김민숙과 지금의 정지안이 있기까지. 강한 인물들을 통과해 온 김혜준이 생각하는 진짜 강한 사람은
다정한 사람들. 꽤 각박하고 자기 한 몸 건사하기 힘든 세상 아닌가. 그런 와중에도 다정함을 잃지 않고 타인에게 다가가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특히 현장은 바쁘게 돌아간다. 그 안에서 가끔 마음이 작아질 때가 있고, 예민하고 삐죽삐죽한 마음이 올라올 때도 있는데 주변을 잘 아우르는 이들을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대체 저건 얼마나 큰 마음일까. 저 다정함은 얼마나 단단할까?’ 정말 커 보인다. 그러니 나도 주변을 잘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동욱이 입은 블랙 톱은 Ann Demeulemeester by 10 Corso Como Seoul. 김혜준이 입은 재킷은 Marge Sherwood. 드레스는 Markgong. 네크리스는 모두 Tom Wood.
데뷔 10년 남짓 연기하면서 가장 즐겁고 두려웠던 순간은
여전히 두려운 건 스스로를 믿는 일이다. 확신을 갖는 것 말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지금 뱉고 있는 대사가 맞는지 혹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지…. 아직도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고 말하는 게 두렵지만, 그럼에도 즐거운 건 함께하는 작업이니까. 내게 부족한 부분을 사람들에게서 채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다른 사람들의 힘을 조금 빌려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믿음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정지안이었던 시간은 어떻게 기억될 것 같나
여름 중에서도 정말 땀에 절었던, 치열했던 계절. 촬영이 늘 여름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킬러들의 쇼핑몰>은 여름 중 진짜 여름. 뙤약볕!
지안이 진만에게 한 마디 건넨다면
삼촌 마음 다 알아. 그러니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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