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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하나로 그 사람의 취향을 읽는 방법

때로는 타인의 세계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손목 위에서 발견할 수도 있다. 오랫동안 동경해 온 이들의 워치를 탐닉하며, 그들의 취향을 가늠해 본다.

프로필 by 박소은 2026.08.19

제이 Z & 까르띠에 크래쉬

음악가의 손목을 유심히 보는 습관이 있다. 그들의 손목에서 취향이 솔직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힙합 신의 시그너처인 ‘금통 워치’를 선망해 왔는데, 인위적인 변주나 인크러스트된 디자인보다 원형에 가까운 아름다움에 끌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다른 게 보였다. 제이 Z가 착용한 까르띠에 크래쉬의 왜곡된 실루엣에 시선이 갔다. 녹아내린 듯 비틀린 케이스와 의도적으로 균형을 깨뜨린 형태, 클래식하고 완벽한 균형감을 중시하는 내 취향과는 정반대였지만 이상하게도 눈길을 붙든 시계다.

생각해 보면 이는 힙합 신의 변화와 닮았다. 2000년대 이후 래퍼들이 부(富)를 표현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요란하게 성공을 외치는 대신, 한층 정교해진 취향의 경쟁으로 옮겨갔다. 다이아몬드를 더 많이 올리는 것보다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해진 것. 크래쉬는 기존 래퍼들이 즐겨 찾던 클래식한 모델과는 궤를 달리하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극악의 희소성으로 판을 압도한다. 힙합 신의 아이콘들이 자신의 높은 심미안과 뾰족한 취향을 증명하기 위해 이 시계를 선택한 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제이 Z를 필두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카니예 웨스트 그리고 에이셉(A$AP) 군단까지 이 기묘한 대열에 합류했다. 보석 칠갑을 한 요란함 대신 예술성을 손목에 얹는 것, 크래쉬는 그렇게 래퍼 워치의 명실상부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크래쉬가 음악과 깊게 맞닿아 있는 것도 이 시계를 사랑하게 된 이유다.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록 음악과 히피 문화, 팝아트가 뜨겁게 폭발하던 1960년대 ‘스윙잉 런던’과 마주하게 된다. 까르띠에 역시 자유롭고 낙천적인 시대 정신을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비대칭의 변주라 멀리했던 취향마저 까르띠에 크래쉬 앞에서는 무장해제되고 말았다. 이 타임피스가 품은 음악적 이끌림에 순응한 결과로 해둔다. - 박소은



세르주 갱스부르 &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

무심한 듯 계산된 세르주 갱스부르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을 가진 내게 그는 언제나 독보적인 스타일 아이콘이다. 그의 딸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즐겨 착용한 까르띠에 베누아 역시 많은 영감을 주지만, 이번만큼은 세르주 갱스부르의 손목을 보게 된다. 그가 즐겨 착용한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 81600은 내가 가장 애착을 가진 타임피스다. 특히 직접 매치한 커스텀 브레이슬릿 스트랩은 볼 때마다 새로운 스타일링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구겨진 셔츠 소매 아래로 클래식 워치를 무심히 드러내는 방식, 그 이질적인 조합이 만들어내는 절묘한 균형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 스타일리스트 변홍식



윈드롭 켈로그 이데이 & 1970년대 타이맥스 미니마우스

시계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시계학자가 있다. 평생 수집한 프렌치 클락 70여 점 중, 30여 점의 타임피스를 뉴욕 맨해튼의 프릭 컬렉션에 기증한 인물, 시계학자 윈드롭 켈로그 이데이다. 소위 말하는 다이아몬드 수저로 태어난 그는 일평생 단 한 번도 생업 전선에 뛰어든 적 없었다. 대신 어퍼 웨스트에 있는, 19세기에 지어진 빅토리아 양식의 낡은 아파트에 은둔하듯 살며 밤마다 시계를 넘어선 ‘시간’이라는 본질적 개념을 탐구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손목 위에 놓인 시계. 셀러브리티들이 찾는 하이엔드 워치 대신, 그는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착용하는 타이맥스 전지식·전자식 시계 혹은 1970년대 타이맥스 기계식 수동 시계를 평생 아끼고 즐겨 찼다. 저녁이면 한결같이 수수한 차림으로 손목에 타이맥스를 올리고, 반려견과 함께 센트럴 파크를 거니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윈드롭 켈로그 이데이의 시계로는 타이맥스 미니마우스 워치 Ref. 16010 2471를 꼽는다. 그가 평소 아끼던 시계로 추정되며, 1970년대 타이맥스가 출시한 수동식 미니마우스 워치로, 사적인 가치가 큰 타임피스다.

그를 둘러싼 비화 하나를 덧붙이자면, 1990년대에 세상을 떠난 뒤, 프릭 박물관이 진정으로 소장하길 원했던 것은 그가 기증한 수십 점의 프렌치 클락과 타임피스가 아니라 매일 밤 시간에 대한 사유를 기록한 그의 '비밀 일기장'이었다. 박물관은 이를 출간하기 위해 유족들을 설득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이 일화는 <타임> 기자 스테이시 펄만의 저서와 윈드롭 이데이가 남긴 기록을 통해서만 드물게 전해진다. 오래도록 존경해 온 이 시계학자의 이야기를 이 글을 빌어 다시 꺼내본다. - 빈티지 워치 컬렉터 마카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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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박소은
  • 사진 Cartier · Breitling · Timex · Getty Images Korea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석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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