뎀나가 연 구찌 스토어에는 없는 게 없습니다
품위와 관능, 서로 다른 취향과 욕망. 뎀나는 ‘더 스토어 쇼’에 자신이 생각하는 구찌의 모든 얼굴을 불러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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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 단 하루를 위해 세운 구찌 스토어가 문을 열었습니다. 진열장과 거울, 벽을 채운 가방과 옷까지 실제 부티크를 닮았지만, 그곳에 진열된 건 상품만이 아니었습니다. 서로 다른 취향과 욕망, 라이프스타일을 품은 인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죠. 구찌의 2027 봄 여름 ‘더 스토어 쇼’. 뎀나는 이를 구찌에 합류한 뒤 처음으로 자신의 온전한 비전을 펼쳐 보인 컬렉션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뎀나는 구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정립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과정은 여러 장면으로 이어졌습니다. ‘프리마베라’에서는 르네상스의 미학과 신체, 관능을 탐구했습니다. 크루즈 컬렉션 ‘구찌코어’에서는 다양한 캐릭터를 뉴욕이라는 거대한 도시 속으로 내보냈죠. 우리가 지켜본 뎀나의 구찌는 르네상스에서 출발해 뉴욕의 거리로 확장됐고, 이번에는 다시 하나의 공간 안으로 응축됐습니다.
뎀나가 발견한 구찌의 핵심에는 두 가지 상반된 충동이 있어 보입니다. 더 화려한 세계에 속하고 싶은 욕망, 동시에 그 세계를 자신의 모습대로 바꾸고 싶은 대담함. 그러니 구찌는 단순한 동경의 대상이 아닙니다. 들어가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세계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대신, 그 안에서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이번 쇼의 무대가 ‘스토어’였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제품 진열장이 객석 사이를 가르고, 벽에는 구찌의 제품들이 늘어섰습니다. 모델들은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포즈를 취했고요. 런웨이를 걷는 익명의 모델보다 실제 구찌 스토어를 찾은 사람처럼 보였죠. 뉴욕에서는 타임스퀘어 전체를 구찌의 이미지로 확장했다면, 이번에는 그 거대한 풍경을 하나의 매장 안에 압축했습니다. 스트리트와 부르주아, 프레피와 글래머, 절제와 과장.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공간을 오갔는데요. 거울 앞에서 자신을 확인하는 모습까지, ‘보여지는 행위’가 이 세계의 일부처럼 여겨집니다.
런웨이의 실루엣도 같은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초반에는 해링턴 자켓과 슬림한 수트, 넓은 어깨의 트위드 블레이저가 등장했습니다. 여성복에서는 승마복의 흔적이 선명했고요. 슬림한 카프리 팬츠와 라이딩 부츠, 구조적인 재킷과 A라인 스커트가 정제된 실루엣을 만들었죠. 여기에 세 개의 홀스빗을 나란히 얹은 코르셋형 벨트가 시선을 끌어당겼습니다. 후반부에는 레이스와 저지, 대담한 컷아웃 드레스가 등장하며 관능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뎀나가 이번 컬렉션을 설명하며 꺼낸 ‘품위와 관능 사이의 긴장’은 바로 이런 장면에서 선명해지더군요. 그는 어느 한쪽을 택하지 않습니다. 먼저 정제된 드레스 코드를 세운 다음 그 안에 기이함과 관능, 약간의 아슬아슬한 기운을 끼워 넣습니다. 승마복의 규율과 테일러링의 긴장감이 있기에 허리를 조인 홀스빗 벨트와 몸을 드러내는 이브닝웨어가 더욱 도발적으로 보이는데요. 단정함을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내재된 욕망을 끌어내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취향을 다루는 방식은 또 어떻고요. 프레피한 스타일링과 과장된 골드 체인이 충돌하고, 귀족적인 드레스 코드에는 팝 컬처의 태도가 파고듭니다. 볼륨을 크게 부풀린 헤어와 강렬한 아이 메이크업은 1980년대 뉴 로맨틱의 인공적인 화려함을 떠올리게 하죠. 세련미와 키치도 같은 룩 안에서 공존합니다. 뎀나는 무엇이 좋은 취향이고 나쁜 취향인지 판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위계를 흐리는 쪽입니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가 나란히 놓일 때 오히려 구찌의 성격은 명확해집니다.
런웨이를 보니 지난 '구찌코어' 리뷰에서 썼던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뎀나의 시선에는 옷보다 사람이 먼저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시에는 쇼를 보고 내린 해석이었습니다. '더 스토어 쇼'와 뎀나의 설명은 그 해석에 힘을 실었습니다. 구찌의 역사는 디자인 코드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인물과 정체성,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왔다고 강조했으니까요. 물론 더블 G와 홀스빗을 비롯한 하우스 코드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코드를 누가, 어떤 태도로 소화하느냐가 뎀나에게는 더 중요해 보입니다. 줄곧 이어온 캐릭터 스터디가 이번 쇼에서 더욱 또렷해진 이유입니다.
구찌라는 아이디어의 출발점을 런던 사보이 호텔에서 찾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젊은 구찌오 구찌가 일했던 그곳에는 귀족, 예술가, 창작자들이 모였습니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만나고 영향을 주고받았죠. 뎀나는 오늘의 구찌도 그런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겉으로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만나고 연결되는 장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스토어는 사보이가 품었던 교류의 정신을 오늘의 구찌로 옮겨놓은 듯합니다.
뎀나의 첫 정식 구찌 런웨이 ‘프리마베라’는 보티첼리와 르네상스의 미학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위에 1990년대 구찌의 관능을 겹치며 새로운 인물상을 만들었죠. 당시 우리가 ‘르네상스’라고 읽었던 방향은 하나의 스타일로 굳어지기보다 다른 인물과 태도를 받아들이며 계속 확장됐습니다. ‘더 스토어 쇼’에서는 그렇게 서로 다른 세계가 하나의 장소 안에서 마주쳤습니다.
취향, 태도, 욕망이 뒤섞여 만들어진 이곳은 하나의 모습으로 고정되지 않습니다. 과거와 현재, 품위와 관능, 소속과 반항이 함께 존재하죠. 누군가는 익숙한 구찌를 발견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안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신을 발견합니다. 원하는 모습으로 들어와 자신만의 구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 그곳이 바로 뎀나의 구찌입니다.
Credit
- 사진 GUCCI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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