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옷 그리고 자유에 대한 펜디의 찬미
거울 너머 마주한 펜디의 새로운 ‘몸’, 펜디 2027 봄 여름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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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ike my body when it is with your body.”
몸과 옷이 교감하는 순간을 포착한 펜디 2027 봄 여름 컬렉션은 E. E. 커밍스의 시구에서 출발했습니다. 서로의 존재를 통해 비로소 자신을 인식하는 두 몸처럼, 이번 컬렉션에서 옷과 몸은 긴밀하게 반응합니다. 강인함과 연약함, 남성성과 여성성이 하나의 룩 안에서 찰랑거리며 자연스럽게 교차합니다.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의 이번 컬렉션 주요 모티프는 남성과 여성의 언더웨어입니다. 몸과 옷 사이에 놓인 가볍고 섬세한 직물은 때로 몸을 감추고, 때로 과감하게 드러냅니다. 안과 밖,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몸이 지닌 즐거움과 유머, 자유를 이야기합니다.
런웨이를 감싼 거울 역시 중요한 장치였습니다.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자신의 몸과 마주하는 표면인 거울은 런웨이 위 인물들을 비추고 끝없이 확장합니다. 모델들의 워킹을 통해 옷에는 자유롭고 에너지 넘치는 움직임이 더해지며 하나의 몸은 또 다른 몸과 만나고, 그 이미지는 계속해서 증식합니다. 서로 다른 존재의 관계 속에서 완성되는 이번 컬렉션의 메시지를 공간 전체로 확장한 셈이죠.
각각의 룩에서도 서로 다른 길이와 형태, 소재와 질감이 거리낌 없이 공존합니다. 반짝이는 표면과 매트한 질감, 가벼움과 묵직함, 실크와 애니멀 패턴이 충돌하고, 레이스와 자수, 태슬 디테일이 느슨하게 얽힙니다. 침실을 벗어나 거리로 나온 듯한 드레싱 가운처럼 본래의 용도와 영역을 이탈한 옷의 변주도 컬렉션 곳곳에서 발견되었죠.
벨벳과 퍼치먼트, 펑크와 부르주아. 서로 다른 위계와 문법을 가진 요소들을 한데 섞으며 펜디는 옷을 입는 획일적인 기준을 흔들었습니다. 남성성과 여성성 역시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규정하지 않는 자유로운 룩들을 선보였고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동등한 관계 속에서 상반된 것들의 경계는 흐려지고, 옷은 몸을 장식하는 대상을 넘어 또 하나의 몸처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Credit
- 사진 FE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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