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이케아에 아트 컬렉션이 입고됐다

콘스트룬다(Konstrunda). '예술 산책'이라는 의미의 이름을 부여 받은 이케아의 새 컬렉션이다. 이케아의 크리에이티브 리더 카린 구스타프손, 참여 작가 리사 레이저와 나눈 이야기.

프로필 by 이경진 2026.09.28
이케아가 기능을 묻지 않고 만든 오브제 22점으로 이뤄진 한정판 아트 컬렉션 ’콘스트룬다’.

이케아가 기능을 묻지 않고 만든 오브제 22점으로 이뤄진 한정판 아트 컬렉션 ’콘스트룬다’.

‘콘스트룬다(Konstrunda)’는 데모크라틱 디자인을 펼쳐온 이케아가 전격적으로 선보인 한정판 아트 컬렉션이죠. 소장의 즐거움을 겨냥한 제품들로 구성됐습니다. 지금 이케아가 예술에 주목한 이유는

카린 집에서 예술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해 보고 싶었어요. 이케아는 영리한 옷장이나 식탁처럼 기능이 분명한 제품을 만들어왔어요.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를 보면 달라요. 예술과 창의성, 색, 재미를 위해 무언가 시도하는 걸 중요하게 여깁니다. 옷에서도, 집에서도 대담하게 자신을 드러내고요. 자기만의 개성이 담긴 집을 원하는 사람이 늘었고, 눈에 띄는 인테리어로 특별한 집을 만들고 싶어 하죠. 집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보여줍니다. 콘스트룬다를 통해 그 영역을 탐구해 보고 싶었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방식이 꽤 민주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카린 모든 아티스트에게 같은 보수와 같은 조건을 줬습니다. 각자 서너 개의 작품을 제안할 수 있는 비즈니스 케이스도요.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거죠. 젊은 아티스트인지, 하이엔드 프로젝트를 많이 해온 사람인지에 따라 조건을 달리하고 싶지 않았어요. 모두 같은 출발선에 섰습니다. 이 자유 역시 이케아의 데모크라틱 디자인에 있어요. 대신 조건을 붙였습니다. 모든 제품은 안전해야 하고, 위험한 방식으로 소재를 섞을 수 없다는 것. 이케아 제품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 플랫 팩이 돼야 한다는 것. 디자인 수준도 높아야 하고요.


참여 작가인 리사 레이저.

참여 작가인 리사 레이저.

참여 작가들이 하나의 스타일로 묶이지 않는 점이 특히 흥미롭습니다. 배경이나 작업 방식도 제각각이고, 에마누엘레 스타물리처럼 건축과 하이엔드 디자인을 해온 사람도 있죠

카린 무엇보다 크리에이터 본인이 이케아와 일하고 싶어 해야 합니다. 저는 평소에도 그런 사람을 눈여겨봐요. 물론 ‘이케아와는 맞지 않는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고, 선택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 같은 사람에게도 관심이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플랫폼을 열어주는 일은 중요해요. 큰 기업에서 생산과 제품 개발을 하며 배운 것을 나눌 수 있고, 저도 그들에게서 배워요. 금속과 목재, 유리, 텍스타일이 한 컬렉션에 들어오기를 바란 것도 큰 기준이었습니다. 성별 균형도 고려할 요소였어요. 이케아는 여성과 남성이 고르게 참여하는 구성을 생각하는 편입니다.


아티스트는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쌓으며 작업을 이어갑니다. 유리와 도자, 금속을 오가며 작업해 온 리사 레이저는 이번 프로젝트를 만나 어떤 시너지를 냈나요

리사 저는 2018년부터 이케아에서 제품 디자인을 해왔어요. 그와 별개로 개인 작업으로 유리 조형물을 만들어왔고요. 이번엔 이 둘을 하나로 합쳤습니다. 제 직업의 두 측면이 만나면서 기존 작업을 새롭게 보게 됐어요.

카린 리사 스스로 도전을 많이 했어요. 폭포처럼 보이는 실버 오브제가 그렇죠. 이런 유리 제품이 여전히 수작업이라는 걸 모르는 분이 많아요. 로봇이 찍어내는 게 아니라 전부 입으로 불어 형태를 잡는 마우스 블로운 기법입니다.

리사 제작 방식은 제 개인 작업과 같았어요. 다만 규모가 커졌다는 점, 이번에는 이케아를 위한 ‘예술’을 만든다는 점에서 조금 달랐죠. 예전에는 수납과 데커레이션, 조명 같은 제품을 주로 작업했으니까요. 저는 빛이 오브제에 어떻게 반사되는지를 오래 탐구해 왔어요. 빛이 닿으면 그림자가 또 다른 요소가 됩니다. 빛과 그림자는 곡선을 선명하게 드러내고요. 이번 피스에 빛에 대한 탐구가 잘 담겼다고 생각해요.


이케아의 크리에이티브 리더 카린 구스타프손.

이케아의 크리에이티브 리더 카린 구스타프손.

카린은 오랫동안 이케아의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를 이끌어왔습니다만 이번엔 유독 특별했을 것 같아요. 이 프로젝트를 거치며 예술이나 디자인을 보는 방식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카린 솔직히 말해 조금 고군분투한 프로젝트였어요. 이케아에서는 데모크라틱 디자인에 맞춰 일하는 데 익숙하고, 제품에는 늘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여겨왔으니까요. 그저 ‘오브제’인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엔지니어와 비즈니스 팀에서 묻더군요. “이건 꽃병인가요, 아니면 뭔가요?” 저는 “조각입니다”라고 답했어요. 그랬더니 “이케아 제품군에는 조각이라는 카테고리가 없는데요”라더군요. 저는 “이제 생겼네요!”라고 했죠. 초반엔 조직 내부에 이 프로젝트를 설명하기 어려웠어요.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이걸 어느 제품군에 넣을지, 정말 필요한 제품인지는 계속 문제였습니다. 그러다 실제 결과물이 나오자 다들 굉장히 좋아했죠.


그래서 콘스트룬다는 결국 이케아에서 어떤 카테고리에 포함됐나요

카린 이케아 시스템에서는 ‘오브제(Object)’로 부릅니다. 조각 작품에 가까운 오브제인 거죠. 다만 콘스트룬다 컬렉션의 모든 제품이 오브제로 분류된 것은 아닙니다. 러그와 스툴처럼 비교적 기능이 선명한 오브제도 포함돼 있으니까요.


이케아가 기능을 묻지 않고 만든 오브제 22점으로 이뤄진 한정판 아트 컬렉션 ’콘스트룬다’.

이케아가 기능을 묻지 않고 만든 오브제 22점으로 이뤄진 한정판 아트 컬렉션 ’콘스트룬다’.

작은 사물이 공간 분위기를, 나아가 사는 사람의 감정까지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이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한 것 같습니다. 리사에게 집에서 예술을 경험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리사 사랑하는 사람이나 예전에 느낀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오브제를 집에 두는 일이 저에겐 중요합니다. 그게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집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의 크기가 달라져요. 제게 예술은 감정을 간직하는 일이에요.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인데, 어떤 경험과 연결된 오브제가 있으면 오래 기억할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첫 주 서울에서는 ‘프리즈 서울 2026’을 비롯한 아트 페어가 열렸습니다. 페어장의 고가 예술품과 콘스트룬다 사이에서 여러 생각이 교차하더군요. 이케아가 디자인과 예술 사이에서 발견한 가능성은 무엇인가요

카린 예술도 집을 꾸미는 하나의 방식이에요. 집에 예술이 있으면 더 행복해지고, 호기심이 생깁니다. 함께 눈여겨보고 이야기할 무언가가 생기죠. 저는 집이 고정된 공간이라고 보지 않아요. 여러 가지를 탐색하고 바꿔가며 계속 변할 수 있는 공간이죠. 부모 세대처럼 소파와 테이블을 한 번 사서 50년 동안 이용하는 방식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저는 집 안의 것을 조금씩 바꿔보라고 자주 권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자신을 탐색하는 일에도 예술은 중요해요. 돈이나 자원이 많지 않아도요. 처음 자신의 공간을 꾸리기 시작할 때부터 그런 기회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케아가 기능을 묻지 않고 만든 오브제 22점으로 이뤄진 한정판 아트 컬렉션 ’콘스트룬다’.

이케아가 기능을 묻지 않고 만든 오브제 22점으로 이뤄진 한정판 아트 컬렉션 ’콘스트룬다’.

콘스트룬다는 2만원대에서 시작해 대부분 10만원을 밑돌고, 가장 비싼 러그가 30만원대입니다. 소장가치가 있고, 예술로 받아들여지면서도 이러한 가격대로 책정된 오브제라니, 어쩐지 공존하기 어려운 값들이 한데 묶여 기획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카린 서로 다른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모두가 같은 걸 좋아하진 않으니까요. 저는 콘스트룬다 컬렉션에서 런던 베이스의 크리에이터 안두 마세보가 만든 볼을 좋아합니다. 그는 주로 용접으로 작업하는 작가인데, 런던의 작은 스튜디오에 있다 보니 폭넓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업을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어요. 이케아는 이런 작가들이 더 많은 사람을 만나는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염두에 둔 주요 대상은 젊은 세대였습니다. 제 아들이 스물여섯인데, 일을 시작하면서 새 집을 꾸리는 중이에요. 특별한 걸 갖고 싶지만 갤러리에서 작품을 살 여유는 없죠. 이 컬렉션이 수집의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오래된 이케아 제품이 경매나 중고 시장에서 높은 값에 거래되기도 해요. 젊은 시절 구매한 특별한 제품이 훗날 희소한 컬렉션의 한 점이 될 수도 있죠. 누군가에게 ‘내가 처음으로 수집한 작품’이 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콘스트룬다가 오브제 컬렉션으로서 지닌 최대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카린 각자의 공간에 대담한 색을 들일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 요즘 사람들이 집을 꾸미는 방식이 달라진 건 정말 흥미롭습니다. 제가 자랄 때 모두가 TV를 중심으로 가구를 배치했다면, 지금은 집 안에 다양한 중심점이 존재하죠. 마치 우주에 작은 위성이 흩어져 있는 것처럼요. 콘스트룬다 역시 그런 역할을 해줄 거예요.

리사 공간을 장식하기에 아주 수월한 오브제일 겁니다. 그저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둬 보세요. 어떤 오브제에 좋은 감정이 든다면, 그것만으로 집에 둘 이유는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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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 디지털 디자이너 석지윤
  • COURTESY OF IK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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