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일상 속 예술! 알레시의 경영자가 꼽은 베스트 커트러리

알레시를 ‘드림 팩토리’라 말해온 3세대 경영자 알베르토 알레시에게 물었다. '일상 속에서 미적 경험과 감각적 즐거움을 얻는 방법은 뭘까요?'

프로필 by 길보경 2026.04.17

한 세기 넘는 역사를 이어온 알레시의 현재를 이끄는 인물은 3세대 경영자 알베르토 알레시(Alberto Alessi)다. 그는 알레시를 ‘드림 팩토리’로 정의하며 산업과 예술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디자인 실험을 지속해 왔다. 알레시가 상상력을 생산하는 문화적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독창적인 전략이 자리한다.


알레시는 100년 넘는 시간 동안 900명 이상의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1400여 점에 달하는 오브제 컬렉션을 선보였다.

알레시는 100년 넘는 시간 동안 900명 이상의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1400여 점에 달하는 오브제 컬렉션을 선보였다.


알레시는 기쁨을 불러일으키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디자인을 비전으로 한다. 일상에서 꿈꾸고, 사유하며, 시적 경험을 전하는 오브제를 통해 동시대의 디자인 혁신을 이끌어왔다.

알레시는 기쁨을 불러일으키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디자인을 비전으로 한다. 일상에서 꿈꾸고, 사유하며, 시적 경험을 전하는 오브제를 통해 동시대의 디자인 혁신을 이끌어왔다.


알레시를 ‘드림 팩토리’로 정의하며, 디자인을 하나의 문화적 언어로 확장해 온 알베르토 알레시.

알레시를 ‘드림 팩토리’로 정의하며, 디자인을 하나의 문화적 언어로 확장해 온 알베르토 알레시.


1921년에 시작된 알레시는 이탈리아 디자인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감성적이고 예술 중심적인 디자인을 도입하게 된 계기는

늘 제품 디자인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품고 있었다. 결정적 전환점은 1977년 알레산드로 멘디니와의 만남이었다. 그는 산업 디자인 속에 숨어 있는 미묘한 결을 이해하고, 그것을 하나의 문화적 언어로 음미하는 법을 가르쳐준 인물이다. 그 만남 이후 디자인이 기능을 넘어 감성과 해석의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오랫동안 디자인을 예술로 다루면서 시장이라는 현실과 균형을 지켜왔다. 예술적 가능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판단을 내릴 때, 이를 가늠하는 도구나 기준이 있다면

진정한 진보는 언제나 ‘가능한 것’과 ‘현실적인 것’ 사이의 경계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산업은 이 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사회 발전 역시 비즈니스와 문화가 끊임없이 교류하는 지점에서 비롯된다. 이런 판단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오래전에 ‘성공의 공식(Formula of Success)’을 만들었다. 이는 프로젝트의 가치를 단정하기 위한 잣대가 아니라, 시장에 놓였을 때 대중의 반응을 가늠하기 위한 도구다.


커트러리는 테이블웨어 중에서도 신체와 가장 밀접하게 맞닿는 친밀한 오브제다. 디자인 과정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삼았나

커트러리는 내게 실존적 문제다. 그동안 수많은 디자이너에게 커트러리 디자인을 의뢰했고, 디자인적으로 뛰어난 결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커트러리가 작고, 자주 쓰이는 물건이라 디테일을 감상하기 어려운 대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언제나 형태보다 사용 감각, 이해 가능한 아름다움이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약돌처럼 부드럽고 둥글게 조각된 디자인이 특징인 ‘누오보 밀라노’ 시리즈.

조약돌처럼 부드럽고 둥글게 조각된 디자인이 특징인 ‘누오보 밀라노’ 시리즈.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디자인한 ‘안나 리틀’ 스푼에는 사랑스러운 안나 G의 모습이 스푼 손잡이 위에 장식돼 있다.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디자인한 ‘안나 리틀’ 스푼에는 사랑스러운 안나 G의 모습이 스푼 손잡이 위에 장식돼 있다.


멘디니 특유의 유머와 상징성이 담겨 있는 알레시의 ‘알레산드로 M’ 젓가락 세트는 식탁 위에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멘디니 특유의 유머와 상징성이 담겨 있는 알레시의 ‘알레산드로 M’ 젓가락 세트는 식탁 위에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커트러리 컬렉션 가운데 가장 상징적이라고 생각하는 모델을 꼽는다면

아킬레 카스틸리오니가 디자인한 ‘드라이(Dry)’와 에토레 소트사스의 ‘누오보 밀라노(Nuovo Milano)’. ‘드라이’는 기존의 인체공학적 디자인 방식에 혁신을 일으킨 작품이며, ‘누오보 밀라노’는 클래식한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례다.


알레시의 많은 오브제가 사람처럼 이름을 갖고 있다. 이런 네이밍에는 어떤 철학이 담겨 있나

내가 만드는 오브제는 사람과 개인 관계를 맺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때로는 사랑하는 존재처럼 이름을 갖게 된다. 물론 모든 제품이 그런 것은 아니고, 네이밍은 디자이너의 선택과 작업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오브제가 어떤 관계를 맺길 원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셈이다.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한 하트 모양이 돋보이는 ‘러브’ 스푼.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한 하트 모양이 돋보이는 ‘러브’ 스푼.


길고 독특한 다리의 ‘주시 살리프 시트러스 스퀴저’는 디자이너 필립 스탁이 요리에 레몬즙을 뿌리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길고 독특한 다리의 ‘주시 살리프 시트러스 스퀴저’는 디자이너 필립 스탁이 요리에 레몬즙을 뿌리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케이크와 파이 서버, 하트 모양의 디저트 스푼 등 특별한 순간을 위한 다양한 커트러리도 눈에 띈다. 여기에 어떤 태도가 담겨 있나

우리는 무엇을 먹든 훨씬 더 단순한 도구로 식사할 수 있다. 하지만 알레시는 삶의 의례와 태도, 즉 식탁 위의 매너를 중요하게 여긴다. 때로는 오래된 방식의 예절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런 세심함이 식사하는 순간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알레산드로 멘디니, 리하르트 자퍼, 알도 로시, 필립 스탁, 마이클 그레이브스, 마리오 보타 등 수많은 디자이너와 아이코닉한 오브제를 선보여왔다. 협업에서 중시하는 요소는

내게 디자이너는 시인에 가깝다. 세상을 새롭게 상상하고, 그것을 창조하려는 욕망과 힘을 지닌 존재여야 한다. 그래서 디자이너를 선택한 뒤에는 창작 초기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부여한다. 이후 기술적 한계나 마케팅처럼 현실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개입한다.


디자인을 매개로 사람들의 일상에 시적 감각을 불어넣은 당사자로서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메시지를 전한다면

좋은 디자인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깊이 인식하도록 도와주는 힘이 있다. 내 일생이 바로 이런 믿음에 의해 이끌려왔다. 디자인은 단번에 도달할 수 있는 목적지가 아니라, 일상을 바라보는 감각을 조금씩 확장해 가는 탐구 과정이다. 알레시는 이 여정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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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길보경
  • 아트 디자이너 김진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려은
  • COURTESY OF ALES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