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존스처럼 진귀한 오브제를 쫓는 큐레이터 이야기
아바스크는 단순한 온라인 스토어가 아니다. 창립자 톰 채프먼은 원하는 오브제를 찾기 어렵던 경험에서 출발해, 전 세계 장인들의 숨겨진 오브제와 이야기를 발굴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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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 왈리드(By Walid)의 19세기 프랑스 태피스트리 울 쿠션.
아바스크의 출발은 생각보다 개인적이다. 새로운 집의 인테리어를 고민하던 중 원하는 오브제를 찾기 어려웠던 경험으로 이 플랫폼을 만들게 됐다
한곳에서 편안하게 쇼핑하면서 내 취향과 맞고 우리 집과 잘 어울리는 오브제를 찾기 어려웠다. 기존 온라인 스토어들은 선택의 폭이 너무 좁거나 지나치게 평범한 제품만 보여줬고, 제작자들의 이야기나 배경처럼 맥락 없는 제품만 나열하는 경우가 많더라. 나는 단지 아름다운 물건을 사고 싶은 게 아니라 출처와 이야기가 흥미롭고 분명한 관점을 지닌 물건을 원했다. 아바스크는 세계 곳곳의 특별한 디자인과 장인 정신을 지닌 오브제를 발굴할 뿐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진 과정과 손길을 보여준다.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기억이 담긴 존재’를 선보이고 싶었다.
바람에 나부끼는 손수건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자랑하는 베니니(Venini)의 파촐레토(Fazzoletto) 무라노 글라스 화병.
허명욱 작가의 옻칠 공예 작품.
온라인 큐레이션 플랫폼으로서 아바스크만의 특별함은
온라인은 더 많은 사람에게 도달하고, 장인 정신과 디자인을 사랑하는 글로벌 커뮤니티를 만들기에 유리하다. 제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이를 통해 고객은 제작 과정에 담긴 섬세한 정성과 기술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제작자들의 작업 공간을 방문하는 영상 시리즈 ‘미트 더 메이커(Meet The Maker)’가 그 예다. 또 다른 차별점은 직접 제품을 보유한 리테일러라는 점이다. 주문 후 몇 달씩 기다릴 필요도 없고, 번거로운 절차를 거칠 일도 없다. 클릭하는 순간부터 파리 기반 아티스트 사라 마티농(Sarah Martinon)이 디자인한 시그너처 박스에 아름답게 포장된 오브제를 전 세계 어디든 5일 안에 전달한다.
아바스크의 큐레이션은 거실 · 침실 · 주방 등 공간 구분을 넘어 모더니스트 · 미니멀리스트 · 보헤미언 같은 스타일, 파티 호스트 · 홈 바텐더 · 게임 마스터 같은 페르소나까지 확장돼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큐레이팅하는 이유는
우리 웹사이트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제품을 탐색하는지 면밀히 살핀 결과, 전통적인 카테고리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아바스크에는 7000개가 넘는 제품이 있다. 탐색에 드는 노력을 최대한 줄이면서 다양한 접근방식을 제시하고 싶었다. 여러 지역에 집을 둔 고객들이 각 공간의 분위기에 맞는 오브제를 찾는 경우가 많아 공간 · 스타일 · 라이프스타일별 카테고리가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이런 분류를 통해 고객은 자연스럽게 디자인의 역사와 흐름을 탐구하며 자신의 취향과 만나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
김판기 작가의 빗살무늬 청자 에스프레소 잔.
루카스 카스텍스(Lucas Castex)의 호두나무 서빙 보드.
개인적으로 보드게임 카테고리가 특히 흥미롭다
아바스크의 모든 오브제는 반드시 ‘사람의 손길’이 느껴져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특히 게임 오브제는 정교한 장인 정신이 잘 드러나는 분야라 더욱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알렉산드라 루엘린(Alexandra Llewellyn)의 마르케트리 기법으로 만든 백개먼 세트처럼 제작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인 작업을 소개하는 데 의미를 둔다. 이 외에도 루미 큐브, 마작, 빙고처럼 다양한 가격대와 미학을 지닌 여러 문화권의 게임을 폭넓게 다룬다. 게임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서로의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훌륭한 방식이니까.
전 세계 350명이 넘는 장인들의 오브제를 소개한다. 하나하나 무척 새로운데 잘 알려지지 않은 창작자는 어떻게 발굴하나
직접 발로 뛰는 방식을 고집한다. 매년 탐색할 두 나라를 신중히 선정해 현지를 방문하고, 그 시장을 깊이 들여다본다. 반가운 소식 중 하나는 앞으로 1년 내에 한국도 방문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다채로운 옻칠 테이블웨어로 눈길을 사로잡은 허명욱 작가, 아름다운 청자를 선보이는 김판기 작가 등 뛰어난 메이커들을 발견해 매우 기대 중이다. 여행 중엔 늘 예상치 못한 보석 같은 작가들을 만나게 된다. 최근엔 이탈리아와 일본의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서 어디서도 보지 못한 오브제를 발견했다.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 중 절반이 ‘아바스크 독점’인 이유도 이런 발굴 과정 덕분이다.
브랜드와 협업해 한정판 리에디션 오브제도 출시한다. 초창기와 비교할 때 운영 방식과 큐레이션이 어떻게 달라졌나
초창기에는 영미권 고객이 중심이었지만 아시아 수요도 크게 늘었다. 협업의 폭도 훨씬 넓어졌다. 알앤컴퍼니(R & Company)와의 한정판 아트 큐레이션, 뉴욕 마흐네즈 컬렉션(Mahnaz Collection)과 함께한 20세기 하이 주얼리 컬렉션, 더글러스 프리드먼과 로브마이어를 연결한 글라스웨어 시리즈, 스튜디오 샴시리(Studio Shamshiri)와 만든 첫 홈 텍스타일 컬렉션이 그 예다. 가장 특별한 순간은 늘 아카이브에서 만난다. 나손 모레티, 베니니, 비토시 체라미케, 로브마이어 같은 역사적 브랜드들이 우리와 함께 상징적인 제품을 재출시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베니니의 파촐레토 바세(Fazzoletto Vase)나 로브마이어의 24캐럿 골드 시리즈 B 글라스가 그랬다. 아우가르텐(Augarten)이 MAK 뮤지엄의 허가를 받아 요제프 호프만의 ‘카바레(Cabaret)’ 티 세트를 단독 재생산한 일은 가장 가슴 뛰는 순간으로 기억한다.
작은 오브제는 패션이나 가구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당신이 생각하는 ‘작은 오브제가 가진 힘’은
결국 일상과 관련돼 있다. 아침에 일어나 아름다운 머그잔에 커피를 따라 마실 때, 하루를 마무리하며 완벽한 와인 글라스를 손에 쥐는 순간. 이런 작은 행위가 하루의 리듬을 단정하게 만들어준다. 집에 손님이 왔을 때 선반 위의 오브제를 보고 “이건 어디서 온 거야?”라고 물으면 그 이면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람들과 나누는 순간이야말로 작은 오브제가 만들낼 수 있는 진정한 의미 아닐까?
끝없이 스크롤하며 수많은 옵션과 제품을 마주하는 시대에 아바스크 같은 큐레이션 플랫폼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다듬어진 장인 정신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 이런 기술과 노하우는 사물에 감정적 깊이를 주고 우리가 물건과 맺는 관계를 결정짓는다. 실제로 많은 기술이 사라졌고, 되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베니니를 방문했을 때 아카이브에 있는 일부 작품은 기술 단절로 더 이상 재현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통 제작 방식과 장인 정신을 왜 보존해야 하며, 훌륭한 오브제의 가치가 무엇에 달렸는지 절감했다. 우리는 사람들이 전 세계의 장인 정신과 공예를 스스로 탐험해 보도록 영감을 주고 싶다. 특정 디자이너나 디자인 사조에 관심이 생겨 스스로 찾아보게 된다면 그걸로 우린 이미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Credit
- 에디터 윤정훈
- 아트 디자이너 김강아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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