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나세티 오브제가 명품 리빙템이자 예술작품인 이유
밀란의 아틀리에. 장인들이 수작업과 실크스크린으로 포르나세티 오브제를 완성하는 이곳에선 수 개월의 제작 공정 속 유머와 섬세함이 깃든 작품이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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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카발리에리의 얼굴을 담은 ‘테마와 변주(Themes and Variations)’ 시리즈.
완벽한 좌우 대칭을 자랑하는 깊고 아름다운 눈동자. 포르나세티의 상징인 오페라 가수 리나 카발리에리(Lina Cavalieri)의 얼굴이 여전히 하나하나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 하지만 꼭 그렇게 놀랄 일만은 아니다. 창시자 피에로 포르나세티(Piero Fornasetti)는 끝없이 샘솟는 영감으로 평생 1만3000여 점이 넘는 작품을 남긴 판화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화가이기도 하니까. 밀란의 미술학교를 졸업한 이후 1940년대에 당대의 거장을 위한 아트 북과 전시 포스터를 제작하는 인쇄 사업을 시작한 피에로는 석판화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다.
모든 그릇의 페인팅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밀란에 자리한 아틀리에의 풍경.
덕분에 그의 초현실적 일러스트레이션은 가구와 텍스타일, 도자기 등 다양한 물성을 캔버스로 삼아 발전할 수 있었고, 1970년대에는 석판화 인쇄에서 실크스크린 인쇄로 이어졌다. 1933년부터 시작된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지오 폰티(Gio Ponti)와의 인연은 피에로의 작품 세계를 가구와 건축물까지 확장시키며 포르나세티 특유의 웅장함과 다채로움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이토록 왕성한 활동 속에서도 포르나세티의 아틀리에가 밀란의 자택에서 분리된 것은 1980년대의 일이다.
과감한 컬러와 세심한 페인팅. 캐비닛의 패널 한 면을 페인팅하는 데는 꼬박 하루가 걸린다.
1988년 피에로가 세상을 떠나고 외아들 바르나바 포르나세티(Barnaba Fornasetti)가 유산을 물려받은 이후 아틀리에는 더욱 확장됐다. 현재 포르나세티의 모든 가구와 오브제는 피에로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충실히 재현한 ‘리에디션(Re-Edition)’과 아버지의 방대한 아카이브에 담긴 장식적 요소와 이미지를 바탕으로 바르나바만의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리인벤션(Re-Invention)’ 두 가지로 구분된다. 긴 시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바로 장인 정신.
다양한 도구와 밑그림이 넘쳐나는 포르나세티의 아틀리에는 당장이라도 미술 수업이 펼쳐질 것처럼 활기차다.
소규모 수공예부터 거대한 공장 생산까지 아우르는 이탈리아 제조업의 중심인 밀란 외곽에 흩어진 세 곳의 아틀리에에서 지금도 약 30명의 장인들이 가구 제작과 실크스크린 인쇄, 수작업 채색을 담당하고 있다. 긴 시간 동안 포르나세티 아틀리에는 내부 작업 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왔지만, 2023년 밀란 디자인 위크를 맞아 크레셴차고(Crescenzago)에 자리한 아틀리에가 육중한 비밀의 문을 단 한 번 열었다. 포르나세티의 아틀리에는 하우스가 가진 기발한 에너지와 유머러스한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싱크대와 벽에는 컬러플한 물감의 흔적이 가득하고 연필과 붓, 지우개, 색 팔레트 등 다양한 도구가 넘쳐난다. 도자기를 깨지 않기 위해 주의해야 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당장이라도 아이들을 위한 미술 수업을 펼쳐도 될 것 같다.
흰색 작업복을 입은 장인들이 각자의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아틀리에는 2023년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됐다.
흰색 작업복을 차려입은 장인들의 작업은 실크스크린 스튜디오에서 시작된다. 화가가 투명 필름 위의 원본 이미지를 수작업으로 특수 래커가 코팅된 램프나 접시 표면에 하나하나 옮겨 그리면, 장인의 조심스러운 감수를 거쳐 두 차례의 덧칠을 통해 완벽한 마감의 오브제로 태어난다. 페인팅 스튜디오에서 화가들은 축소된 디자인 프린트가 놓인 작은 이젤을 지도 삼아 스크린 인쇄된 이미지의 여백을 작은 붓으로 섬세하게 채워나간다. 이들에 따르면 캐비닛의 패널 한 면을 완성하는 데는 꼬박 하루가 걸리며, 가구 한 점을 완성하려면 제작과 장식, 래커 칠, 각 층 사이의 건조 시간을 포함해 최대 다섯 달이 소요되기도 한다고.
출고를 기다리는 작품들. 모든 생산품에는 오브제 번호와 제작 에디션 번호, 제작 연도가 표기된다.
이렇게 탄생한 가구와 액세서리에는 포르나세티 상표와 함께 오브제 번호, 제작 에디션 번호, 제작 연도까지 표기된다. 수작업으로 채색을 마친 화가의 서명이 남겨지는 것은 물론이다. 여전히 활기찬 밀란의 풍경 아래 몸을 한껏 구부리고 붓 작업에 골몰하는 장인들이 있다. 이따금 터져나오는 웃음소리와 농담이 환풍기 소음에 뒤섞이는 사이, 피에로 포르나세티의 유산은 지금도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이다.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아트 디자이너 김강아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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