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대표들이 말하는 K뷰티의 지금
홈 에스테틱 신을 리드하는 뷰티 디바이스, 이색적인 투어리즘으로 떠오른 K메디컬, 코첼라를 장악한 메이크업 브랜드들. 지금 K뷰티 판도는 전혀 다른 궤도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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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 에이징’을 삽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 시즌 2>에서 에디터의 눈길을 사로잡은 장면이 있다. 배우 송강호가 강남 유명 성형외과 원장으로 분해 극중 인물이 서울로 떠나는 럭셔리 뷰티 관광 패키지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건 단순히 드라마 속 픽션이 아니다. 글로벌 메가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언이 정밀한 시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는데, 한국 메디컬 시스템의 섬세함과 정교함에 매료된 그녀는 미엘르인청담 정재윤 대표원장을 미국으로 초대해 프라이빗 시술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인의 화장대를 채우던 K뷰티는 이제 노화의 시계를 디자인하는 ‘글로벌 메디컬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에 대해 정재윤 대표원장은 “해외 고객들은 서울을 미용 트렌드와 재생 의학을 빠르게 경험할 수 있는 도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과거 해외 환자들이 한국을 찾는 주된 목적이 눈·코 성형이나 윤곽 수술 같은 ‘드라마틱한 변화’였다면, 지금 그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피부 장수와 자연스러운 웰에이징이다. 실제로 스킨 부스터나 콜라겐 스티뮬레이터, 에너지 기반 리프팅 시술을 통해 타고난 듯 탄력 있고 건강한 피부를 되찾고 싶은 것이 이들의 열광 포인트다. 환자들의 국적 또한 아시아권을 넘어 미국·유럽·중동 VIP 고객으로 다변화됐으며, 연령대 역시 30대부터 50대까지 폭넓게 확장됐다.
미국이나 유럽의 쟁쟁한 의료 인프라를 두고 전 세계 셀러브리티들이 서울의 클리닉으로 모여드는 이유는 한국 메디컬만이 가진 독보적인 ‘속도’와 ‘디테일’에 있다. 한국은 새로운 장비나 시술법이 등장했을 때 임상에서 빠르게 검증하고 발전시키는 구조가 잘 잡혀 있으며, 단일 시술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방식을 조합해 개인 맞춤형 프로토콜을 완성하는 접근법이 발달해 있다. 여기에 얼굴 전체의 균형과 피부 질감, 미세한 표정의 움직임까지 고려하는 한국식 미감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이 평가받는 요소다. 안티에이징 클럽 조진우 이사는 “서구권이 노화를 ‘수리(Repair)’한다면, 한국은 피부의 빛과 결을 디자인한다”며 “여러 장비와 성분을 섬세하게 적용하는 복합 레이어드 시술은 한국의 독보적 기술이자, 시술한 티를 내지 않으면서 본연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자연스러움이야말로 글로벌 고객을 사로잡는 브랜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글로벌 미용 시장의 고객 페르소나는 매우 고도화됐다. 최근 흐름은 극적인 대비보다 본연의 결점 없는 스킨 퀄리티를 추구하는 추세다. 즉 티 안 나게 예뻐지고 싶어 하는 ‘미세한 개선(Subtle Optimization)’ 선호 경향이 글로벌 미용 시장의 거대한 흐름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이다. 이제 해외 고객들의 방문은 1회성을 넘어섰다. 정기적으로 서울을 찾아 피부를 가꾸는 일종의 ‘유지 관리’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조진우 이사는 단일 시술 상품이 아닌 ‘고객 여정’ 자체가 경쟁력이라며 AI 진단을 통한 개인 상담, 시술 후 정교한 애프터 케어 그리고 홈 케어로 이어지는 시스템은 다른 국가가 흉내 내기 어려운 완결된 브랜드 경험이라고 설명한다. 이 꾸준한 관리 문화가 글로벌 고객에게 ‘서울에 가면 내 얼굴을 평생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다.
오늘날 글로벌 소비자들이 서울에서 소비하는 것은 단순한 메디컬 서비스가 아니라 철저한 자기관리가 결합된 ‘미래형 뷰티와 웰에이징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다. 이로써 K메디컬은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매력적인 ‘럭셔리 투어리즘’으로 안착했다.
넥스트 3CE가 나올 수 있을까?
뷰티 업계에서 K뷰티 성공 신화를 말할 때 가장 먼저 소환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3CE’. 지난 2018년, 로레알 그룹이 3CE를 인수한 건 놀라움을 넘어 거대한 충격이었다. 그로부터 약 8년이 지난 지금, 안타깝게도 제2의 메가 브랜드 계보는 끊긴 상태. 이유는 메이크업 카테고리가 가진 한계에 있다. 보편적 효능을 소구하는 스킨케어와 달리 메이크업은 피부 톤과 얼굴 구조, 문화적 미감까지 나라마다 판이하게 다르다.
클리오 글로벌 마케팅 팀 방서현 팀장은 이를 두고 “글로벌 시장에서 K메이크업은 여전히 ‘동양인 스킨 톤에 최적화된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냉정하게 진단한다. 특히 베이스 메이크업의 경우 모공 커버나 지속력은 뛰어나지만, 인종별 셰이드의 다양성 측면에서 글로벌 메이저라고 보기엔 아직까지 명확한 한계가 있다. 최근 티르티르와 정샘물 뷰티가 다양한 인종을 아우르는 파격적인 컬러 셰이드를 선보이며 메인 스트림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시장 전체의 표준이라고 보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거대한 장벽 사이로 영민하게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카테고리가 있으니 바로 ‘립’이다. K메이크업의 독보적 텍스처와 컬러 감각, 여기에 K팝 아티스트들의 글로벌한 인기가 완벽한 기폭제가 됐다.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바이럴되는 그들의 ‘얼굴’은 동경 대상이 됐고, 덩달아 글로시 립 또한 전 세계 뷰티 신의 메인 키워드로 안착했다.
그럼에도 K메이크업 브랜드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가 남아 있다. 바로 ‘현지화와 한국적 정체성 사이의 균형’이다. 글로벌 대중에게 맞추다 보면 K메이크업 고유의 색이 흐려지고, 반대로 한국적 문법만 고수하면 대중적 확장이 어려워진다. 이 난제를 풀기 위해 뷰티 브랜드들은 초기 제품개발 방식부터 바꾸고 있다. 국가별 기후나 선호도에 따라 텍스처와 발색감을 세분화하고, 글로벌 인플루언서 미트업(Meet-up)과 현지 조사를 통해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것. 이처럼 본격적인 체질 개선을 시작한 K메이크업은 앞으로 어떻게 글로벌 소비자를 설득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제품력을 넘어선 브랜드의 룩(Look)과 감도에 달렸다고 말한다. 헤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팀 김소연 과장은 과거 K메이크업이 동양인의 피부 톤과 자연스러운 표현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특유의 무드와 완성도 높은 텍스처가 하나의 독창적인 취향으로 소비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이에 대해 클리오 방서현 팀장 역시 메이크업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와 이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활동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과거에는 유통처에 제품을 입점시키고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시장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 브랜드 마케팅 활동이 단순히 휘발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 구축으로 이어져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전환을 이끌어내는 확실한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을 사로잡는 힘은 소비자가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이해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최근 뉴욕 유니언 스퀘어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어 큰 반향을 일으킨 정샘물 뷰티는 물론이고, 클리오와 헤라는 글로벌 메이크업 아티스트들과의 접점을 넓혀 팬덤을 공고히 다지거나 워크숍 형태의 메이크업 세션을 열기도 한다. 단순히 쇼윈도 위의 찰나 같은 스포트라이트를 탐하는 대신, 해외 소비자들의 일상에 한국식 뷰티 루틴을 깊숙이 침투시키며 각자만의 독창적인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K뷰티는 전 세계 소비자가 한국식 메이크업 철학과 새로운 뷰티 경험을 동경하고 즐기게 만드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1가구 1디바이스 시대를 이끈 진정한 승자는?
무심코 카일리 제너의 틱톡 피드를 스크롤하다 시선이 멈췄다. 그녀의 사적인 공간에 에디터가 매일 밤 사용하는 메디큐브의 뷰티 디바이스가 놓여 있는 것. 이는 우연이 아니다. 최근 헤일리 비버, 켄덜 제너 같은 메가 인플루언서들이 피부 관리 루틴으로 메디큐브 제품을 소개하며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글로벌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20% 이상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에스테틱을 찾기 어려워지자 집에서 스스로 관리하는 ‘홈 뷰티’ 수요가 폭발한 것이 시장 성장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 결과 고가의 LED 마스크부터 고주파, 미세 전류, 클렌징 기기에 이르기까지 ‘1가구 1디바이스’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스킨케어 필수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이 거대한 흐름에서 한국 특유의 자기관리 문화와 탄탄한 인프라는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 트렌드의 최전선에서는 단연 ‘메디큐브’가 압도적이다. 모기업 에이피알은 국내 뷰티 기업 최초로 기획부터 연구개발, 자체 생산,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의 밸류 체인을 완벽하게 구축해 글로벌 누적 판매 500만 대라는 쾌거를 이뤘다. K뷰티 테크의 물결은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에서도 증명됐다. 메디큐브가 주최사 골든보이스와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모하비 사막 리조트에 선보인 ‘Glowtel’ 팝업 스토어에 5만4000여 명의 방문자가 몰리며 뜨거운 열기를 실감케 했다. 현재 에이피알은 미국 경제지 <타임 Time>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의 ‘거장(Titans)’ 부문에 엔비디아, 메타 등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낯선 K디바이스가 글로벌 뷰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강력한 게임 체인저로 안착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흥미로운 점은 K디바이스의 성장이 뷰티 산업의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디바이스 자체의 성능을 보여주는 단계를 지나 스킨케어와의 정교한 매칭을 통해 효능을 극대화하는 시너지 경쟁으로 진화한 것. 메디큐브 관계자는 “글로벌 소비자들은 디바이스와 화장품이 결합된 수준 높은 관리 경험을 원한다”며 변화하는 흐름을 짚었다. 이 같은 흐름을 증명하듯 전용 화장품의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글로벌 OEM·ODM 기업 코스맥스는 서울대 및 도쿄대와 손잡고 디바이스 작동 신호에 반응해 유효 성분을 피부 깊숙이 밀어넣는 ‘스마트 전달체’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단일 기기 판매에서 화장품 결합 상품, 교체형 부품, 구독 서비스로의 확장은 뷰티 브랜드가 글로벌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맺는 새로운 창구가 되고 있다. K뷰티는 이제 단순한 제품 영역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로 진화했다. 한국의 독보적인 메디컬 기술력과 홈 케어 철학이 결합된 K디바이스는 전 세계인의 피부 미래를 설계하는 강력하고 매력적인 메가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K를 지울 때 비로소 선명해지는 세계관
끊임없이 진화하는 K뷰티 시장에서 최근 시선이 집중되는 격전지는 다름 아닌 ‘향수’다. 한국 향수 수출액이 미국 시장에서 28년 만에 무역 흑자를 기록하자 해외 매체들은 앞다퉈 ‘조용한 럭셔리를 품은 K퍼퓸’을 새로운 뷰티 미학으로 칭송한다. 하지만 이 화려한 축제의 이면, 글로벌 니치 향수 시장의 최전선에 선 국내 브랜드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황은 묘하게 엇갈린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K퍼퓸’이라는 거대한 프레임 자체가 브랜드 도약을 가로막는 ‘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본투스탠드아웃의 임호준 대표는 K퍼퓸이라는 카테고리 자체에 회의적이다. “K퍼퓸은 아직 공통된 캐릭터가 없습니다. 한국 브랜드 사이에 일관된 미학이나 철학, 제조 방식도 없어요. 그저 K뷰티의 다음을 찾고 싶은 시장 욕구가 만들어낸 프레임에 가깝습니다.” 페사드(Pesade)의 목영교 대표 역시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마주한 가장 큰 장벽으로 외부의 편견 어린 기대를 꼽았다. “한국 브랜드라는 이유로 전통적이거나 동양적 무드를 반드시 표현해야 한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브랜드 고유의 세계관이 아닌 국가의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본질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몇몇 영민한 향수 브랜드들은 전통 K뷰티 흥행 공식을 철저히 거스르는 방식을 택한다. 아시아 시장을 거쳐 서구권으로 나아가던 과거의 경로 대신, 처음부터 글로벌 메이저 시장의 중심부로 진출한 것이다.
본투스탠드아웃은 미국 시장에서 먼저 반응을 이끌어낸 뒤 서유럽과 중동을 거쳐 마지막에 아시아로 향하는 역진출 행보를 보였으며, 페사드 역시 일본에서 오가닉한 반응을 동력으로 삼아 패션의 중심인 이탈리아 밀란의 브레라 구역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글로벌 무대에 브랜드 고유의 미감을 선언했다. 실제로 이들이 확인한 글로벌 시장의 수요는 외신이 규정한 ‘K퍼퓸’의 환상과는 꽤 거리가 있었다. 외신이 K퍼퓸의 특징으로 입을 모으는 ‘살냄새처럼 머무는 미니멀한 향’ 역시 타인을 의식하는 아시아 시장에 국한된 취향일 뿐 글로벌 무대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아니라는 것. 직관적이고 달콤한 향을 좇는 미국, 무겁고 복잡한 향을 오랜 시간 지켜보는 유럽, 압도적인 농도와 진득한 향조를 요구하는 중동 시장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로컬의 취향과 압도적인 제품력으로 승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 지난한 과정을 돌파하기 위해 브랜드들은 초기 기획 단계부터 브랜드의 견고한 ‘세계관’을 직조하는 데 사활을 건다. 향수라는 비이성적 구매를 정당화하는 힘은 결국 향이 속한 세계관의 매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본투스탠드아웃은 유교적 보수성을 상징하는 순백의 조선백자 위에 붉은색을 입혀 ‘반항’이라는 브랜드 코어를 도발적으로 시각화했고, 페사드는 마장마술의 완벽한 힘과 균형에서 영감을 받아 동양과 서양의 어코드를 유기적으로 조율하면서 이광호 작가와의 공간 협업을 통해 향수를 입체적인 예술과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목영교 대표는 이를 두고 “향수는 무형의 감각을 전달하는 분야이므로 철학과 공간, 스토리텔링 등의 다양한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타이틀이 아니라 세계관의 본질에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글로벌 메이저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한국의 향수 브랜드들이 거머쥐어야 할 열쇠는 명확하다. K팝 아이돌의 후광이나 K뷰티라는 접두사에 기대는 대신, 소비자가 브랜드의 서사를 기꺼이 동경하며 소유하고 싶게 만드는 대체 불가능한 감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어쩌면 훗날 전 세계 니치 향수 시장을 리드하게 될 주인공은 K퍼퓸이라는 거추장스러운 꼬리표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완벽하게 떼어낸 이들일지도 모른다.
K웰니스가 열어갈 신대륙
지금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뷰티 그리고 여행에 이르기까지 전 카테고리를 관통하는 메가 키워드를 꼽자면 단연 ‘웰니스’다. 사실 웰니스는 막 떠오른 신생 트렌드가 아니다. 오랜 시간 시대 요구에 따라 그 얼굴을 조금씩 바꾸며 진화해 왔을 뿐이다. 서구권에서 건너온 이 개념이 한국에 처음 착륙했을 때 유기농 채소 중심의 식단 관리나 요가 같은 특정 운동으로 대변되곤 했다. 당대의 ‘웰빙’이란 몸에 좋은 걸 먹고 땀을 흘리는, 매우 시각적이고 직관적인 실천이었다. 그렇다면 2026년의 ‘K웰니스’는 어떤 모습일까?
오늘날의 K웰니스는 최신 메디컬 기술과 접목된 하이엔드 에스테틱, 신체 고민을 마이크로 단위로 관리하는 이너 뷰티, 수면 케어와 멘탈 케어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형태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여기에 모든 것을 계획적으로 루틴화하고 아카이빙하는 한국인 특유의 ‘갓생’ 습관이 더해져 K웰니스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고도화된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몸 안의 건강을 먼저 채워 그 효과가 겉으로 배어 나게 만드는 ‘인사이드-아웃 뷰티(Inside-out Beauty)’ 시대. K뷰티가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 쌓아올린 견고한 신뢰 자산은 전 세계 소비자의 몸과 마음을 케어하는 K웰니스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이 영민하고 밀도 높은 소비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는 플랫폼이 바로 올리브영의 웰니스 큐레이팅 플랫폼 ‘올리브베러(Olive Better)’다. 올리브베러는 올리브영이 보유한 방대한 온·오프라인 데이터와 카테고리 큐레이션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식습관부터 운동, 이너 뷰티, 수면, 마음 건강까지 통합적으로 저글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 미션이다. 시장의 반응은 분명했다. 론칭 100일 만에 올리브베러를 통해 새로운 웰니스를 경험한 회원이 180만 명을 돌파했는데, 흥미로운 점은 이런 흐름이 결코 내국인의 리그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장소연 올리브베러 팀장은 광화문점의 경우 외국인 매출 비중이 50%에 육박한다고 귀띔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미 K뷰티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춘 외국인 고객들은 피부 속 건강과 부기 관리 같은 한 단계 높은 디테일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들의 장바구니를 들여다보면 이 변화가 더욱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바르는 것을 넘어 먹는 PDRN과 글루타치온, 레티놀 등 스킨케어 성분을 그대로 삼키는 이너 뷰티 상품은 물론, 시술 후 일상적인 부기 관리템으로 입소문이 난 호박차나 팥차는 견고한 스테디셀러로 안착했다.
K웰니스의 영민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에서 보편화된 ‘샷(Shot)’ 카테고리를 한국적 원료와 간편한 스틱 제형으로 변주해 차별화를 둔 점, 현대인 공통 고민인 수면 부족을 겨냥한 식물성 멜라토닌 상품군이 매출 상위권을 점령한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거창한 과제 대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을 가꾸는 한국 특유의 세밀한 관리 문화. 이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이 글로벌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력한 포인트가 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국내 플랫폼을 통해 K웰니스를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있다면, 반대로 글로벌 현지 시장의 심장부로 직접 뻗어나가 두각을 나타내는 영리한 이들도 있다. 카이스트 여성 과학자들이 설립한 펨테크 브랜드 ‘이너시아’가 그 주인공.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글로벌 매출 기준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4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글로벌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미국과 유럽은 웰니스라는 개념이 오랜 일상으로 자리 잡은 만큼 진입 장벽이 높고 경쟁이 치열하다. 이너시아의 김효이 대표 역시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꼬리표만으로는 서구권 소비자들의 견고한 지갑을 열기 어렵다고 고백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소비자는 성분 투명성, 지속 가능성, 클린 웰니스 같은 키워드를 본능적으로 체화한 이들이다. “서구권 시장을 설득하기 위해 본질적인 질문이 필요했습니다. 그들이 매일 몸으로 겪는, 가장 사소하고 치명적인 불편함을 정조준하는 것부터 시작했죠.” 이너시아는 글로벌 여성들이 체감하고 있던 기존 생리대의 불편함을 파고들었다. 여성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일상 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실로 돌아간 스토리, 미세 플라스틱 프리 흡수체와 유기농 식물성 소재라는 기술적 차별성 등을 틱톡 크리에이터들의 생생한 콘텐츠와 리뷰를 통해 ‘소비자의 언어’로 바꿨다. 성분과 기능성에 엄격한 해외 소비자들이 제품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용감에 감탄하기 시작하면서 재구매로 이어지고 자발적인 리뷰 릴레이가 뒤따랐다. 이너시아는 글로벌 여성 웰니스 시장에서 K웰니스의 가능성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중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K웰니스가 확고한 주류로 안착한 건 아니다. 혁신적인 개별 브랜드들이 저마다 굵직한 성공 방정식을 써 내려가며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는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K웰니스의 궁극적 경쟁력은 한국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기준으로 다듬어진 ‘정교한 디테일’과 ‘압도적인 혁신 속도’에 있다. 성분과 사용감, 미세한 촉감까지 따지는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은 제품은 독보적일 수밖에 없다. 글로벌 소비자의 일상 속 불편함을 해결하며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독자적인 라이프스타일. K웰니스라는 신대륙의 성장판은 막 열리기 시작했다.
Credit
- 에디터 김경주
- 캘리그래퍼 류채혁필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2026 여름 필수템은 이겁니다
지금부터 챙겨야 할 올여름 패션·뷰티 힌트는 엘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