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수입 가구 MD가 말하는 빛과 여백, 사물의 관계항
높은 층고와 큰 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 속, 서로 다른 물성의 사물이 만나 이루는 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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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수입 가구 브랜드 MD와 전시 기획자로 일하며 다양한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가구를 소개했고, 현재는 브랜드의 전략과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가구와 공간을 다루던 경험은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사람의 일상 안에서 어떻게 보이고, 사용되고, 기억되는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요즘은 결혼 후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만들어가며, 가구와 오브제를 조금 더 개인적인 감도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많이 소유하기보다 오래 보고 싶은 것들을 신중하게 들이는 삶을 추구합니다.
공간을 소개해 주세요
이 공간은 아주 넓은 편은 아니지만, 높은 층고와 큰 창 덕분에 실제보다 훨씬 여유롭게 느껴집니다. 가구 배치를 통해 거실과 다이닝의 영역을 자연스럽게 나누어 사용하고 있고, 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점도 이 집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금 집을 고르게 된 결정적 이유가 있다면?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높은 층고와 큰 창이었습니다. 처음 이 공간을 봤을 때 층고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상상하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자연광이 잘 들어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답답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특히 침실에 처음 누워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층고가 높아서 유리창에 비치는 작은 빛들이 멀리 떠 있는 밤하늘의 별처럼 보였어요. 그 장면이 이 집을 더 특별하게 느끼게 했습니다.
집을 고를 때 단순히 조건만 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이 공간에서 어떤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어떤 물건들이 놓였을 때 자연스럽게 어울릴지 상상하게 만드는 집이었습니다.
수입 가구 브랜드 MD로 일했던 경험이 현재 공간에 묻어나는 포인트가 있다면?
상품기획과 공간을 구성하는 일을 하다보니, 어떤 가구나 물건을 집 안에 들일 때 단순히 개별적인 아름다움보다 다른 사물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연결될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거실은 그런 고민이 가장 많이 투영된 공간으로, 차가운 메탈과 따뜻한 패브릭, 자연 소재의 오브제처럼 서로 다른 물성과 온도를 하나의 취향과 실용 안에서 조율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가구를 개별적으로 보기보다, 서로 다른 물성과 형태가 만날 때 생기는 균형과 긴장감에 주목하며 그 관계 속에서 공간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를 기대했습니다.
집에 물건을 들일 때도 신중할 것 같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는?
집은 오래 머무는 공간이라,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지를 가장 먼저 봅니다. 디자인이나 형태뿐 아니라 일상에서 실제로 쓰이는 공예인지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쓰임이 있을 때 비로소 빛난다고 느끼거든요.
집에 들인 뒤에는 우드, 패브릭, 메탈, 유리처럼 서로 다른 물성을 섞어 질감이 겹치지 않도록 하고, 공간에 입체감을 주려고 합니다. 차가운 소재라도 부드러운 곡선이나 따뜻한 인상이 있으면 더 오래 보게 되니까요.
공간을 채운 사물 중 각별한 애착을 지닌 가구나 오브제가 있다면?
가장 애착이 가는 아이템은 A.Petersen 브랜드의 DS Wire Chair 입니다. 메탈 소재의 의자인데도 차갑게 느껴지기보다 묘하게 온기가 있는 점이 좋아요. 수많은 파이버가 반복적으로 꼬이고 엮여 하나의 구조가 되는 방식에서 시간과 수고가 응집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Dan Svarth(DS)가 말하는 ‘가구는 새로움보다 정제의 과정에 가깝다’는 태도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 의자를 볼 때 단순히 독특한 형태의 가구라기보다, 재료와 구조를 오래 들여다본 끝에 남은 결과처럼 느껴져 더 애착이 갑니다.
최근 구매한 인테리어, 리빙 아이템은? 나아가 구매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최근 구매한 아이템은 ofsoh오브소의 황동모빌입니다. 볼륨이 크지 않은 메탈 소재의 모빌이 빛을 받아 은은하게 반짝일 것 같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큰 가구나 센터피스들은 어느 정도 채워둔 것 같아, 요즘에는 오히려 작은 것들에 더 눈이 갑니다. 그중 하나가 수저받침인데요, 도쿄 Arts & Science에서 인상 깊은 제품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고민하다가 결국 구매하지 못했는데, 이후로 계속 비슷한 것을 찾고 있습니다.
집에서 가장 좋아하거나 애착이 가는 ‘스팟’이 있는지?
가장 좋아하는 스팟은 거실입니다. 집 안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도 하고, 디스플레이를 가장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소파를 한켠으로 밀어두고 다이닝 테이블을 거실로 옮겨오는 식으로, 같은 공간 안에서도 전혀 다른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 2층 공간에서 내려다보는 거실의 모습도 이 집만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위에서 바라볼 때 가구의 배치나 동선, 사물들의 관계가 더 또렷하게 보이는데, 그 장면을 볼 때마다 공간 구성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
집에서 보내는 하루는 어떤 모습인지?
평일에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음악을 틀고, 가볍게 집을 정리하면서 하루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편입니다. 때로는 가구나 오브제의 위치를 조금씩 바꿔보기도 하고요.
주말에는 조금 더 천천히 집에 머무릅니다. 빛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거실에 앉아 있거나, 그림자가 떨어지는 공간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합니다. 새로 들인 공예품을 배치해보고 기록하기도 하고, 해가 기울 무렵에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브랜드 콘텐츠 기획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집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대는 언제인지, 그리고 이 집안에서 가장 편안한 순간은?
집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빛이 부드럽게 들어오는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예요.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커튼과 바닥, 가구의 질감을 드러내는 순간이 좋아요. 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따라 같은 공간도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그 변화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가장 편안한 순간은 일과를 마치고 소파에 풍덩 몸을 맡길 때입니다. 조명을 낮추고, 그날의 기분에 맞는 잔을 꺼내 차를 내리거나 위스키를 한 잔 따르는 시간이 가장 큰 편안함을 줍니다. 과정 자체가 하루를 정리하는 작은 의식처럼 느껴지죠.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익숙한 물건들과 조용한 분위기 속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립니다.
현재 집이 변화시킨 습관 혹은 취향이 있을지?
여백을 먼저 고려하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더 관심이 있었다면, 지금은 여백을 어떻게 남기고 어느 정도의 간격으로 구성할지를 더 고민하는 편입니다.
또 큰 창 덕분에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빛을 자주 보게 되면서, 집 안의 물건도 빛과 그림자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들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그 변화에 따라 창을 바라보며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공간을 정의하는 3가지 키워드는?
빛, 여백, 관계항.
공간에서 중요한 건 빛과 여백, 그리고 사물 간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자연광이 공간의 기본적인 톤을 형성하고, 저녁에는 낮은 조도의 조명이 보다 차분한 분위기를 완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무엇을 더하기보다, 얼마나 비워둘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공간의 밀도를 결정한다고 봅니다. 우드, 메탈, 리넨, 석재처럼 서로 다른 물성이 만났을 때 생기는 이질적인 어울림, 그리고 사물과 사물 사이의 간격에서 드러나는 관계가 공간의 인상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공간에서 가장 ‘나답다’고 느껴지는 포인트가 있다면?
가장 나답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의외의 장소에 의외의 사물을 놓는 방식입니다. 익숙한 조합보다는 예상 밖의 배치를 통해 공간 안에 작은 새로움과 극적인 장면을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사물 간의 연결점을 볼 때도 단순히 소재나 형태뿐 아니라, 쓰임, 맥락, 위치, 그리고 그 순간의 분위기까지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편입니다.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그 관계에서 생기는 감도가 저에게는 중요합니다.
결국 이 집은 정답처럼 맞춰진 공간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사물들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연결되며 만들어지는 장면들이 쌓인 공간입니다. 그런 점이 가장 저다운 포인트인 것 같아요.
앞으로 이 공간에 더해보고 싶은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앞으로는 침실의 높은 층고를 더 잘 활용해보고 싶습니다. 펜던트 램프를 달고 싶은데, 아직 마음에 드는 모델을 찾지 못해 시간을 두고 고민하고 있어요. 침실은 차분하면서도 은은한 미감이 드러나는 공간으로 완성하고 싶습니다.
또 큰 변화를 한 번에 주기보다, 계절과 생활의 흐름에 맞춰 센터피스나 소품, 가구 배치를 조금씩 조정해가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식 후스마와 쇼지에 관심이 생겨, 그 요소를 집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보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침실과 거실에 적용해 빛이 들어오는 방식과 시선의 흐름이 이어지고, 잠시 멈췄다가, 다시 열리는 식으로 풀어보고 싶어요. 집은 완성된 상태로 머무르기보다,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Credit
- 사진&글@gn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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