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보머 자켓이 레이스 스커트를 만나 다시 유행합니다

2016년의 보머 재킷이 2026년 다시 돌아왔습니다. 다시 쓰는 보머 자켓 공식.

프로필 by 김희수 2026.08.26
CECILIE BAHNSEN

CECILIE BAHNSEN

옷장 속에 잠들어 있던 보머 자켓을 다시 꺼낼 때가 왔다. 한때 밀리터리와 스트리트 패션의 상징이었던 보머 재킷이 2026 가을 겨울 런웨이의 주인공으로 돌아왔기 때문. 보머 자켓의 시작은 패션과 거리가 멀었다. 20세기 초, 조종사들을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탄생한 항공 자켓에서 출발해 MA-1으로 대표되는 군복을 거쳐, 이후 펑크와 스킨헤드, 힙합 등 다양한 서브 컬처를 통과하며 반항과 젊음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KIKO KOSTADINOV

KIKO KOSTADINOV

CHANEL

CHANEL

시대와 문화를 넘나들며 모습을 바꿔온 보머는 2010년대 중반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았다. 스키니 진과 스니커즈, 레깅스나 데님 위에 오버사이즈 보머를 무심하게 걸치는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당시의 ‘쿨 걸’을 설명하는 대표 아이템이 된 것. 그리고 정확히 10년이 흐른 지금, 2016년을 풍미했던 보머 스타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물론 그때와 똑같은 모습은 아니다. 2026 가을 겨울 런웨이에서는 소재와 컬러가 다양해지고, 실루엣은 한층 여유로워졌으며, 입는 방식도 자유로워졌다.


OFF-WHITE™

OFF-WHITE™

레더와 새틴, 자카르처럼 예상 밖의 소재와 컬러를 입히고, 드레스 위에 겹쳐 입으며 자켓의 익숙한 가능성을 확장했다. 샤넬은 사랑스러운 핑크 보머에 부드럽게 흐르는 미디스커트를 매치해 우아한 분위기를 더했고, 세실리에 반센은 볼륨 있는 보머를 드레스 위에 걸쳐 로맨틱 감성을 더했다. 로에베는 선명한 오렌지 보머에 슬림한 블랙 팬츠를 매치하고 목 주변에 풍성한 퍼 디테일을 더해 보머의 볼륨감을 강조했다.


드리스 반 노튼은 체크 보머와 체크 팬츠를 과감하게 겹쳐 입었으며, 디젤 역시 선명한 핑크 보머와 민트 컬러 팬츠를 조합해 한층 경쾌하고 ‘팝’하게 연출했다. 더 이상 보머가 카키와 블랙, 나일론이라는 문법 안에 머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BALENCIAGA

BALENCIAGA

SIMONE ROCHA

SIMONE ROCHA

DIESEL

DIESEL

반대로 보머 특유의 묵직한 존재감을 밀어붙인 룩도 눈에 띈다. 발렌시아가는 강렬한 레드 레더와 과장된 볼륨으로 힘 있는 실루엣을 강조했고, 같은 컬러의 스커트를 매치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레드로 통일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가 하면 시몬 로샤는 카키색 보머에 장식적인 팬츠를 더해 ‘밀리터리’와 ‘로맨틱’이라는 상반된 감성을 한 룩에 담았다.


또한 오프화이트™은 버건디 보머 아래 레이스가 드러나는 짧은 쇼츠를 매치해 예상 밖의 조합을 완성했고, 키코 코스타디노브는 밀리터리 패턴의 보머 자켓에 비대칭으로 흘러내리는 듯한 드레이핑 스커트를 매치해 색다른 스타일을 보여줬다. 결국 이번 시즌 보머의 핵심은 무엇과 어떻게 입느냐에 있다.


STELLA MCCARTNEY

STELLA MCCARTNEY

군복과 스트리트 패션의 상징이었던 자켓은 이제 드레스부터 스커트, 테일러드 팬츠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며 가장 익숙한 옷도 스타일링에 따라 얼마나 새로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떤 소재를 입어도 특유의 여유로운 태도를 잃지 않는 보머 자켓은 지금 패션이 추구하는 ‘애쓰지 않은 멋’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그러니 10년 전에 입었던 보머가 아직 옷장 어딘가에 남아 있다면 새것을 찾기 전에 먼저 꺼내 볼 것. 이번에는 데님과 스니커즈 대신 드레스나 스커트 위에 무심하게 걸쳐보자. 10년 전과 똑같은 보머도 전혀 새로운 옷처럼 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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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김희수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석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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