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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의 이 머리가 다시 유행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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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선을 강조한 19세기 여성용 재킷.
19세기 테일러링은 단순한 재단 기술이 아니었다. 남성의 권위와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이었다. 반듯하게 재단된 재킷과 바지, 단정하게 맨 넥타이는 그 사람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말해 줬다. 그러니 남성의 옷이 여성의 옷장으로 넘어왔을 때 달라진 건 단순히 옷의 실루엣이 아니었다.
파리 시립 패션 박물관 팔레 갈리에라가 선보이는 전시 <자기만의 옷장: 19세기, 규범을 거스른 여성성들>은 이런 변화 과정을 따라간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연상시키는 제목에서부터 이번 전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여성에게 독립적인 삶을 위한 공간이 필요했다면,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입을 권리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했을 테니까.
남성용 수트를 입고 나무 아래 포즈를 취한 두 여성의 모습.
크리놀린과 코르셋이 여성의 몸을 규정하던 시대, 어떤 여성들은 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 넥타이를 매고, 남성의 재킷을 자신의 몸에 맞춰 입기 시작했다. 물론 그런 선택이 언제나 환영받은 건 아니다. 오히려 옷차림은 사회 규범에 도전하는 일이 되기도 했다. 전시를 통해 우리는 19세기 여성복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옷차림을 선택했던 여성의 이야기와 마주할 수 있다. 팔레 갈리에라 관장 에밀리 아멘(E′milie Hammen)이 총괄하고, 19세기 의상 컬렉션을 담당하는 큐레이터 마린 키지엘(Marine Kisiel)이 기획을 맡았다.
그동안 패션 전시가 여성의 옷차림을 정해진 틀에서 조명해 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것. 프랑스와 영미권 여성이 남성복의 요소를 옷차림에 받아들이기 시작한 과정과 이런 변화가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바꾸려는 움직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봤다. 전시장에는 약 500점의 작품이 펼쳐진다. 아마존 승마복부터 바지, 테일러드 수트, 넥타이와 보타이까지. 오늘날에는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이템들이다.
당시 군복 양식을 차용한 여성들의 옷.
그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로자 보뇌르(Rosa Bonheur)의 옷장. 19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동물 화가이자 남성복을 입고 작업한 것으로 유명한 그의 의상 컬렉션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당시 파리에서는 여성이 바지를 입으려면 경찰청의 ‘복장 전환 허가’ 를 받아야 했다. 옷 한 벌을 입는 데도 허가가 필요했던 시대, 그녀가 실제로 착용했던 모자와 부츠, 다양한 소품을 통해 당시 분위기와 그녀의 삶을 대한 태도까지 알아볼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이 전시가 역사에 이름을 남긴 특별한 여성들의 옷장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나탈리 클리퍼드 바니, 조르주 상드, 로자 보뇌르의 이야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여성들의 기록이다.
로자 보뇌르 의상 컬렉션.
경찰청의 복장 전환 허가증.
로자 보뇌르와 그녀의 파트너 안나 클룸프케.
전시는 회화와 패션 포스터뿐 아니라 미공개 아마추어 사진 150점도 공개했다. 1910년경 나무 아래서 포즈를 취한 두 여성의 사진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진은 복식의 변화가 유명 인물에게만 일어난 게 아니라, 평범한 여성의 일상에서도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남성용 수트를 입은 여성부터 1900년 파리 예술가·레즈비언 스타일, 테일러드 수트에 부츠를 신고 일터로 향하는 여성까지. 당시의 복식 규범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조금씩 여성의 옷장을 바꿔놓았다. 전시장을 나서면 거리에서 마주치는 수트 차림이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아무렇지도 않게 걸친 재킷 한 벌은 누군가의 허가를 받아야 했고,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
오늘날 팬츠 수트와 넥타이는 ‘젠더리스’라는 수식어조차 필요 없을 만큼 기본 아이템이 됐지만, 이 전시는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옷차림의 자유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 자유가 수없이 많은 이름 없는 여성의 시도와 용기 끝에 만들어졌다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옷이 입은 사람의 정체성과 사회적 역할을 바꾸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질문은 19세기나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옷장을 여는 것은 결국 나를 고르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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