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거리의 사진가 조엘 마이어로위츠가 낡은 사물에 매혹된 이유

스트리트 포토그래피의 거장 조엘 마이어로위츠. 어느 날 그는 조르주 모란디의 작업실에 스스로를 가둔 채 3일 동안 260점의 사물을 촬영했다. 생동하는 초상과 풍경을 좇던 사진가가 절대적 고독에서 배운 것들.

프로필 by 이경진 2026.10.31

그는 88세이고, 뉴욕에서 태어났다. 사진가로 살아왔기에 렌즈 뒤에 서는 것이 무엇보다 익숙하다. 로버트 프랭크와 일하며 자신이 사진에 헌신하고 싶다는 걸 알았고, 게리 위노그랜드와 더불어 1960년대에 컬러 스트리트 포토그래피를 대중화한 1세대 중 한 명이었다.


“오늘날 거리는 덜 역동적이고, 덜 흥미롭습니다. 모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어요. 눈맞춤이 없으면 정서적 연결도 없습니다. 살아 있다는 감각의 일부를 잃는 셈이죠.” 조엘 마이어로위츠(Joel Meyerowitz)는 말한다. 주위를 둘러보기를 멈출 때 잃어버리는, 심지어 섹시하기까지 한 어떤 에너지가 있다고 확신하면서. 조엘 마이어로위츠는 50권이 넘는 책을 펴냈다.


그중 한 권이 자신의 경력, 어쩌면 인생에서 전환점이라고 고백한다. 바로 2016년에 출간된 <모란디의 오브젝츠 Morandi's Objects>다. 이 책은 너무 빨리 매진돼 사실상 컬트적 물건이 돼버렸다. “우리는 이 책이 성공하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마이어로위츠는 활짝 웃으며 회상한다. 그리고 10년 만에 이 책이 복간된다.


20세기 최고의 이탈리아 화가로 꼽히는 조르주 모란디의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다만 그의 작업이 타시타 딘(Tacita Dean), 레이철 화이트리드(Rachel Whiteread), 에드먼드 드 발(Edmund de Waal)을 비롯한 동시대 작가들에게 여전히 영감이 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의 예술적 충동처럼 보이는 호기심 때문에 우리는 그에게 묻게 된다.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혹은 잊을 수 없는 초상과 풍경을 포착하는 사진가인 그가 사흘 동안 스스로를 가둔 채 절대적 고독 속에서 무생물만 촬영했다는 기이함에 대해서.


“사랑에서 비롯된 일이었어요. 책은 한참 뒤에 나왔어요.” 그는 자신을 움직인 창작의 힘을 이렇게 설명한다. “파트너인 매기와 나는 2012년에 토스카나로 이주했습니다. 그녀가 유럽에서 살고 싶어 했거든요. 14년 동안 이어진 모험이었어요. 지금은 런던에 살고 있습니다. 나는 대학에서 회화와 미술사를 공부해 조르주 모란디의 작품을 알고 있었어요. 내 편집자인 다미아니가 볼로냐에 있었고, 어느 날 우리는 모란디의 스튜디오를 보러 갔습니다. 그렇게 단순했어요.”


모란디의 작업실에 도착한 그는 허락을 받은 끝에 유리 너머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그때 조엘에게 어떤 충동이 일었다. “60년 전 그대로 보존돼 있었어요. 모든 것이 먼지 한 겹에 덮여 있었죠. 나는 그 사물들의 단순함과 겸손함, 존재감에 매혹됐습니다. 경의를 표하고 싶었어요.”


조엘은 촬영 허가를 구했고, 그렇게 해서 이 상징적인 시리즈가 태어났다. 유리병 같은 몇몇 사물에는 투명함을 없애기 위해 안쪽에 물감이 칠해져 있었다. 그야말로 소박한 발명품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종이 조각을 핀으로 여며 만든 원뿔이에요. 너무 연약하고, 단순하고, 필요에 의해 태어난 물건이죠.”


조엘 마이어로위츠에게 이 작업의 묘미는 모란다의 정물을 흉내 내는 데 있지 않았다. 사물 하나하나를 눈여겨보는 것, 오래 살아왔고 그것들이 어떻게 그의 손에 들어왔는지, 그가 그 안에서 무엇을 봤는지, 무엇이 녹슨 깡통 하나를, 색을 잃은 주전자를, 낡은 신문지를 특별하게 만들었는지 짐작하는 일이었다. 조엘 마이어로위츠는 아름다운 것들, 영혼을 지닌 것들이 있다고 믿는다.


미술 애호가들과 마이어로위츠 자신의 기쁨을 위해, 다미아니 출판사에서 복간되는 <모란디의 오브젝츠 Morandi's Objects>. 모란디와 평생을 함께한,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260점의 사물 사진이 담겼다.

미술 애호가들과 마이어로위츠 자신의 기쁨을 위해, 다미아니 출판사에서 복간되는 <모란디의 오브젝츠 Morandi's Objects>. 모란디와 평생을 함께한,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260점의 사물 사진이 담겼다.

모란디의 스튜디오에 있을 때부터 그렇게 믿었고, 2017년 엑상프로방스에 있는 세잔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도 그랬다. 조엘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탈리아 거장을 만났다. ‘살아 있는 정물’을 그리는 놀이를 시작한 사람, 사물을 둘러싼 공기와 그것의 무게까지 함께 그리며 전통 원근법을 밀어낸 사람. 그렇다면 이 사진가는 화가처럼 생각하는 법을 알게 된 걸까?


“아니요, 나는 구성을 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각각의 사물을 가까이 들여다보려고 멈춰 서면 당신은 하나의 윤곽을, 하나의 빛을 고르게 되고 모든 몸짓이 하나의 결정이 됩니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활동적이고, 충동적인 조엘 마이어로위츠는 하나의 교훈을 배웠다. 모든 것이 빠르고 시끄럽고 피상적인 시대에 고독은 당신 앞에 놓인 것에 대한 깊은 성찰을 낳는다는 것. 우리 모두 배워야 할 교훈이다.

관련기사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글 ALEJANDRA MANZANO
  • 사진가 JOEL MEYEROWITZ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석지윤
  • COURTESY OF AND PUBLISHED BY DAMIANI BOOKS

댓글쓰기

0 / 100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