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빛과 색의 마법사, 디올 뷰티를 이끄는 피터 필립스

“모든 여성은 자신만의 아티스트다.” 디올 메이크업 크리에이티브 & 이미지 디렉터 피터 필립스가 한 이 한 마디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정의 내릴 권리에 대해 이야기해 온 <엘르>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프로필 by 정윤지 2026.10.30

디올 2026 홀리데이 컬렉션을 관통하는 핵심 테마는 무엇인가요

한 마디로 ‘맛있는(Yummy, Delicious)’ 컬렉션입니다. 연말의 화려한 쇼윈도, 반짝이는 장식과 불빛, 달콤한 캔디, 가족과 보내는 포근한 시간…. 오래된 홀리데이 영화를 볼 때 느끼는 이미지들과 감각을 떠올렸죠. 아늑하면서도 마법 같은 연말의 경험을 담고 싶었습니다. 진저 브레드, 아이싱을 올린 케이크, 예쁘게 장식한 쿠키 같은 디저트에서 아이디어를 펼쳐 나갔고, 컬러 레인지는 크게 두 갈래로 잡았습니다. 하나는 따뜻한 브론즈 계열의 웜 톤, 다른 하나는 쿨 톤으로요. NEW 디올쇼 5 꿀뢰르 - 홀리데이 메이크업 컬렉션의 ‘623 시나몬 글레이즈’ 컬러와 ‘926 프로스티드 딜라이트’ 컬러를 비교해 보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접시 위의 진저 브레드 한 조각 같은 팔레트와 눈송이가 흩날리는 창밖을 배경으로 케이크 위의 아이싱을 보는 듯한 팔레트죠.


‘메달리옹’ 모티프도 이번 홀리데이 컬렉션에서 빼놓을 수 없어요

이번 컬렉션의 영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홀리데이 스피릿, 다른 하나는 디올 패션에서 차용한 오벌, 즉 디올을 상징하는 아이콘에 대한 찬사죠. 오벌은 무슈 디올에게 매우 상징적인 모티프였어요. 조나단 앤더슨이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액세서리로 승화시켰어요. NEW 디올 메달리옹이야말로 이번 컬렉션의 스타 제품입니다. 뚜껑을 밀어 열면 은은한 핑크빛 틴트에 빛나는 펄 스파클이 가득한 멀티 밤이에요. 컬렉션을 완성해 주는 작은 보석 같은 아름다운 오브제입니다. 디올 부티크에 디스플레이가 공개되면 성대한 축제 같을 거예요. 다채로운 홀리데이 제품으로 가득 채운 뷔페 같을 테니까요.


디올 메달리옹 제품을 보자마자 ‘갖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어디든 덧발라 스파클링한 윤기를 더할 수 있는 ‘톱 코트 밤’이라니! 디올 뷰티는 늘 ‘소장욕구’와 ‘기능성’ 사이에서 놀라운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전 언제나 창작하고 싶은 충동과 ‘이걸 누가 쓸까’라는 생각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합니다. 디올 메달리옹을 예로 들어보죠. 보자마자 선망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오브제입니다. 축제 분위기를 낼 만큼 화려하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누구에게나 어울릴 뉴트럴한 셰이드를 의도적으로 골랐습니다. 아이섀도 팔레트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항상 웜 톤과 쿨 톤으로 구성해요. 전 세계 대부분의 여성에게 ‘내가 웜 톤인지 쿨 톤인지’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거든요. 누구든 컬렉션에서 자신만의 룩을 찾을 수 있으면서 동시에 컬렉션 전체로 봤을 때 하나의 조화로운 스토리텔링이 되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거죠. 처음에는 연구소와 공장에서 무엇을 생산할 수 있는지 실질적인 가능성을 매우 이성적으로 고려한 다음, 컬러와 텍스처를 향신료 삼아 채워 넣으며 누구나 ‘예쁘다, 갖고 싶다!’고 느끼게끔 만듭니다. 말하자면 ‘수학’과 같은 작업이에요.


디올 백스테이지 홀리데이 메이크업 룩 - 팝 글로우 컬렉션도 함께 선보입니다. 아이시 로지, 글레이즈드 허니, 스파클리 플럼 등 예상 밖의 세 가지 컬러 조합을 선보였어요

디올 백스테이지 컬렉션이 진화해 온 과정은 정말 흥미로워요. 10년 전 처음 출시했을 때는 세상도, 소비자도 지금과 달랐습니다. 소셜 미디어 붐이 막 시작되면서 메이크업이라는 세계의 문이 모두에게 열리기 시작하던 시기였죠. 그래서 디올 백스테이지 컬렉션은 에센스, 즉 핵심 정수만 모은 프로페셔널 키트에 가까웠어요. 저희는 고민할 필요도, 실수할 일도 없는 ‘노 브레이너(No-brainer) 팔레트’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소비자들은 갈수록 똑똑해졌고, 훨씬 전문가가 됐어요. 그들과 맞춰 성장해야 했죠. 동일한 포뮬러 안에서 컬러와 피그먼트에 다양한 변주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풍부해진 색조 안에서 재미있게 실험하며 놀기 좋은 제품들이 된 거죠.


매출 압박 때문일까요? 요즘 많은 뷰티 브랜드가 안전지대에 머물려고 한다는 얘기가 자주 들려옵니다

상업과 예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놀랄 만큼 과감한 아이섀도 팔레트?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매장 카운터에서 누가 그걸 살까요? 접근하기 쉽고,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고, 때로는 ‘살짝’ 한계를 밀어붙이는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디올 같은 하우스에서 일한다면 매장에서 립스틱 하나, 팔레트 하나에 자신의 돈을 투자하는 여성을 존중해야 합니다. 제가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제품만 선보인다면 그건 우리 고객을 이해하지 못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조나단 앤더슨이 디올 패션 하우스를 맡은 뒤, 뷰티 업계의 첫 번째 궁금증은 ‘피터 필립스가 조나단 앤더슨의 아이디어를 디올 메이크업으로 어떻게 해석하고 그려낼까’였어요

쇼나 캠페인 촬영을 위한 작업을 먼저 얘기해 보죠. 저는 그의 비전을 메이크업으로 재해석해 룩을 만들어요. 그가 무엇을 원하고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지 함께 보면서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 걸, 디올 보이’를 찾는 거죠. 그 과정은 아주 순조로워요. 제가 제품을 밀어붙이는 걸로 조나단이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 돼요. 저는 쇼에서 그의 비전이 완성되도록 돕는 사람이니까요. 반면 디올 뷰티에서 출시하는 메이크업 컬렉션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에요. 패션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모든 여성이 패셔너블해지고 싶어 하는 건 아니지만, 모든 여성이 아름다워지고 싶어 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저는 그 모든 여성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야 해요. 이 지점에서 조나단과 함께 논의하는 건 제품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그는 디올 뷰티의 패키지를 어떻게 ‘입힐지’ 도와줍니다. 마치 디올 여성과 디올 남성에게 옷을 입히듯이 말이죠. 이를 통해 하나의 디올 세계 ‘원 디올(One Dior)’로 보이도록 합니다.


예전 한 인터뷰에서 당신이 “모든 여성은 자신만의 아티스트(Every woman is her own artist)”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그 말은 <엘르>가 지향하는 신념과도 맞닿아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메이크업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그 문구를 기억해 줘서 기쁩니다. 맞아요. 모든 여성은 자신의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봐주길 원하는지 그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죠. 앞서 말했듯이 소셜 미디어와 경험을 나누는 수많은 커뮤니티 덕분에 사람들이 10년 전보다 메이크업을 훨씬 능숙하게 합니다. 모든 장벽이 사라졌어요. 제 사명은 트렌드를 만드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도구’를 만듭니다. 누구든 크리에이티브해질 수 있는 ‘올바른 제품’이요. 내년이면 디올은 80년을 맞이합니다. 그 시간 동안 이어지는 명확한 DNA가 있고, 오래된 유산이 있죠. 또 탁월한 품질의 대명사이기도 해요. 그것을 지키면서 누구나 스스로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도구, 자신감을 갖고 마음껏 가지고 놀며 창작할 수 있는 컬러와 포뮬러를 제공하는 게 저희가 해야 할 일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엘르>는 여성들의 독립적이고 주체적이며 개성 있는 삶을 응원합니다. 가장 동시대적 여성성이란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고민하죠. 오랜 시간 디올과 함께 일하면서 그동안 ‘여성성’이라는 정의의 진화도 목격했을 텐데요

모든 게 변했어요, 여성성뿐 아니라 남성성이라는 정의도 진화했죠. 제가 느낀 점은 여성성에 한 가지 길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가능한 ‘멀티 여성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스스로 가꾸는 여성에게도 여성성이 있고, 소셜 미디어 속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여성에게도 여성성이 있어요. 지금 우리 사회의 일부이자 진화하는 아름다움의 일부로서 다양한 여성성이 공존하고, 여전히 확장되고 있는 게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모두에게 열려 있는 아름다움, ‘아름다움의 민주화’야말로 훌륭한 진화죠. 그 가운데에서 저의 창작 과정과 디올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에서 스스로 아티스트로 살아가는, 또 그렇게 살아가길 원하는 <엘르> 코리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와우, 창간 34주년을 맞이했다니 제가 뷰티 업계에서 일해 온 시간과 거의 같네요. 저도 이 일을 한 지 32년쯤 됐으니까요. 말하자면 <엘르> 코리아와 저는 이 뷰티 업계에서 함께 성장해 온 셈이에요.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과 함께 이 진화를 즐기고 싶어요. <엘르>를 읽는 모든 분이 자신이 마땅히 될 만한 여성으로 성장하고, 스스로를 느끼고, 자기 자신의 창조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양한 여성성이 공존하고 여전히 확장되고 있는 게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모두에게 열려 있는 아름다움, ‘아름다움의 민주화’야말로 훌륭한 진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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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정윤지
  • 사진 장정우
  •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