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두 트렌스젠더가 몸에 관해 깨달은 것

다큐멘터리 <에디 앨리스: 테이크>의 김일란 감독이 포착한 두 트랜스젠더 여성의 몸 그리고 그 몸이 지나온 시간들.

프로필 by 정소진 2026.10.30

다큐멘터리 <에디 앨리스: 테이크>는 트랜스젠더 여성인 에디와 앨리스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몸과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성 확정 수술과 성별 정정 등을 거치며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4년간의 여정을 담았다. 두 사람이 ‘트랜지션’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

에디는 스무 살 무렵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며 충분히 준비한 뒤 한 걸음씩 나아가는 반면, 앨리스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고 이혼한 후 마흔 살에 성 확정 수술을 받는다. 병원에서도 수술이 쉽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만, 앨리스는 “그게 두려웠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런 에디와 앨리스라면 트랜스젠더 여성의 삶을 좀 더 입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두 사람을 지켜보며 가장 크게 떠오른 생각은

몸과 화해하며 살아가는 문제는 트랜스젠더 여성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비트랜스젠더 여성도 몸과 불화하며 살아갈 때가 많다. 촬영하면서 여성 스태프들 역시 자신의 몸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 성기나 월경, ‘다일레이션’(수술 부위의 협착을 방지하고 신체 구조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 중요한 관리 루틴)처럼 구체적인 몸의 감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작품을 통해 관객이 이해하길 바란 건

트랜지션은 단순한 변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 단계 하나하나가 굉장히 큰 걸음이다. 앨리스가 드라마 현장에서 차별을 겪은 일도 그중 하나다. 지금의 차별은 대놓고 욕하는 방식으로 나타나지 않고,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견디기 어려운 상황을 만드는 식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트랜스젠더가 어떤 삶과 경험을 지나왔는지에 대한 이해가 관객에게도 좀 더 넓어지길 바란다.


당신에게 여전히 진행 중인 트랜지션이 있다면

나에게는 영화를 만드는 일과 나이 들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한 편의 영화가 끝나면 또 다른 영화를 생각하니, 영화 만들기 역시 계속되는 변화다. 특히 노화야말로 가장 분명한 트랜지션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달라지는 몸에 적응해야 하니까. 에디와 앨리스 역시 이제는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을 넘어 ‘나이 든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살아가는 변화’를 고민하더라. 결국 트랜지션은 누구에게나 계속되는 과정이다.


트랜스젠더 남성 세 명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3xFTM>(2009) 이후 다시 트랜지션이라는 주제로 돌아왔다. 앞으로 이어가고 싶은 이야기는

앨리스와 함께 1980년대 트랜스젠더 클럽에서 활동했던 나이 든 트랜스젠더 여성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있다. 내가 속한 여성주의 미디어 공동체 ‘연분홍치마’에서는 형제복지원에 수감됐던 남매의 이야기와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제작 중이다.


20년 넘게 다큐멘터리영화를 만들어왔다. 지속적으로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힘은

나는 외로운 걸 싫어하는 사람인 것 같다. 세상과 만날 때 결국 사람은 혼자지만,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동안에는 덜 외로운 순간이 생긴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4~5년 동안 영화라는 놀이 안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가며 사회와 소통하는 과정이 즐겁다. 앨리스도 영화가 좋은 이유는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 때문이라고 했는데, 나 역시 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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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정소진
  • 사진가 엄지수
  • 헤어 &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현정
  • 아트 디자이너 이아람
  • 디지털 디자이너 석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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