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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엘란섬 루드쾨빙(Rudkøbing) 외곽의 들판 한가운데 자리해 목가적인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부부의 집. 1877년에 지어진 만큼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지붕과 외벽이 멋스럽다.
덴마크 남부 발트해에 자리한 랑엘란(Langeland). 너른 들판 너머로 바다가 펼쳐지는 이곳에 난나 에게비에르 프리스(Nanna Egebjerg Friis)와 안데르스 프리스(Anders Friis) 부부, 두 자녀 그리고 반려견 이르마(Irma)가 함께 살아가는 농가가 있다.
부부가 이곳을 발견한 것은 2020년, 코펜하겐의 집과 랑엘란을 오가며 여름 별장을 찾고 있을 무렵이었다. 1877년에 지은 농가와 처음 마주한 두 사람은 단번에 마음을 빼앗겼고, 이곳을 새로운 여름 별장으로 선택했다. 이후 자연 가까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결국 코펜하겐을 떠나 랑엘란에 완전히 정착했다.
집 밖으로 펼쳐진 들판과 바다는 부부가 코펜하겐을 떠나 랑엘란에 정착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이곳에서 가족은 매일 자연과 가까이하는 삶을 이어간다.
거실과 주방 중심에 자리한 빈티지 테이블에는 뵈르게 모겐센의 ‘포크’ 체어와 엘리아스 엘리아스(Elias Elias)의 등받이가 움직이는 목재 체어 등 각기 다른 디자인의 의자를 매치했다.
“처음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어요. 자연과 고요함, 섬에서 살아가는 전혀 다른 삶의 리듬에 매료됐죠.” 난나와 안데르스는 세라믹 브랜드 요노비(Yonobi)를 함께 운영한다. 2016년 작은 온라인 숍으로 출발한 요노비는 현재 코펜하겐과 오르후스, 오덴세에 스튜디오를 두고 세라믹 작품과 도예 클래스를 통해 흙을 만지고 무언가를 만드는 경험을 제안한다. 공예와 소재, 천천히 무언가를 완성하는 시간에 가치를 두는 브랜드 철학은 두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과 맞닿아 있다. “빠르게 소비하고 교체하는 것보다 세월의 흔적을 쌓으며 삶의 일부가 되는 물건을 좋아해요.”
이런 삶의 태도는 집 곳곳에서 발견된다. 두 사람이 처음 마주했던 내부는 1970년대 이후 거의 손대지 않은 상태였다. 난나와 안데르스는 집 모습을 모두 지우는 대신 오래된 요소와 물건 일부만 남겼다. 이전 주인인 노르셸란(Nordsjælland) 출신의 교사 부부가 남긴 8mm 필름과 책, 신발과 오브제 등 한 가족이 살아온 흔적도 집 한쪽에 배치했다.
박공벽의 커다란 창은 시공 당시 오래된 농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완성 후에는 들판과 바다 풍경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며 실내와 외부를 자연스럽게 잇는 요소가 됐다.
욕실에도 통창을 내 따뜻한 햇빛이 충분히 들어온다.
볕이 좋은 날이면 야외에 침구를 널어 말리고, 가족과 함께 식사를 즐기기도 한다.
구조에는 과감한 변화를 줬다. 여러 개로 나뉘어 있던 작은 방을 넓은 생활 공간으로 연결하고 주방과 거실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집의 박공 면에 커다란 창을 내 들판과 바다로 이어지는 섬의 풍경을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커다란 창은 살아 있는 그림 같아요. 계절의 변화와 햇빛이 벽에 만드는 그림자, 들판의 노루와 흰꼬리수리, 두루미와 철새를 볼 수 있죠.”
자연과 맞닿은 공간은 가족이 각자의 일을 하면서 한데 모여 시간을 보내는 집의 중심이 됐다. 처음 이곳에 발을 들이며 부부가 꿈꾼 건 밝고 단순하며 아름답고 간결한 집이었다. 하지만 두 아이와 함께 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거실을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자유롭고, 놀이와 일상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을 원하게 된 것.
인테리어도 한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았다. 클래식한 덴마크 가구에 자연 소재와 간결한 형태를 중시하는 일본 디자인 요소를 더하고, 경매와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가구와 가족에게 물려받은 물건을 자유롭게 배치했다.
거실을 내려다보는 다락에 업무 공간을 마련했다.
해변과 산책길에서 발견한 돌과 산호 등을 하나둘 모아두었다.
뵈르게 모겐센(Børge Mogensen)의 ‘포크(Folk)’ 체어와 비초에의 606 선반 시스템, 난나의 부모에게 물려받은 소파가 한 공간에 어우러지고, 요노비의 세라믹과 여행지에서 발견한 오브제 사이에는 아이들이 만든 물건도 자리한다.
랑엘란의 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연과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다. 거실의 커다란 창을 통해 계절이 집 안으로 스며들고, 가족은 한 공간에서 저마다 일하거나 정원에서 나무에 오르고 땅을 파며 하루를 보낸다. 빠르게 새로운 걸 더하기보다 시간의 흔적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집. 공예와 소재, 느린 시간의 가치를 이야기해 온 요노비의 철학은 그렇게 랑엘란의 자연과 가족의 일상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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