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샤넬의 철학이 인테리어 포인트! 옛 주택 리모델링
정직한 재료와 공예 정신, 사려 깊은 태도로 ‘지속의 미학’을 실현한 패시브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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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원형 아치 창이 가파른 지붕 선과 지면을 부드럽게 잇는다. 조경은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루럴 오피스(Rural Office)의 공동설립자 헬렌 맥스웰(Helen Maxwell)이 설계했다.
광고 카피라이터 출신인 벤과 테크 마케팅 임원이었던 아내 클레어는 영국 서리(Surrey) 주 판햄(Farnham)의 한 주택으로 이주를 결심했다. 기존에 거주하던 주택에서 조금 떨어진, 1920년대에 지어진 옛 건물에 마음이 끌린 결정적 이유는 울창한 녹지보존구역에 자리 잡은 입지조건이었다. “집 자체는 건축적으로 큰 매력이 없었고, 현대화가 시급한 상태였죠.” 클레어는 이렇게 회상한다. 무질서한 여러 증축으로 인해 마차 보관소였던 건물은 건축의 일관성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주방과 복도, 거실 등 각기 다른 높이의 세 가지 층(Floor)을 품은 아트리움이 인상적이다. 인근 판햄 역(Farnham Station)의 벽돌을 참조해 제작한 점토 벽돌 타일은 바닥 난방 구조를 숨기는 역할을 한다.
주방 캐비닛의 전면은 수공예 위빙으로 마감했다. 다이닝 테이블은 프레데리시아의 ‘셰이커 테이블(Shaker Table)’. 체어는 칼 한센 앤 선의 빈티지 ‘CH47’. 펜던트는 루이스폴센의 ‘AJ 로열 (AJ Royal)’.
부부는 건축가 나이얼 맥스웰(Niall Maxwell)이 이끄는 스튜디오 ‘루럴 오피스(Rural Office)’에 도움을 요청했다. “복원에 대한 그의 섬세한 감각과 정직하고 자연스러운 재료를 다루는 방식에 끌렸어요.” 벤의 말이다. 타당성 검토 끝에 기존 건물은 철거가 불가피했다. “이 프로젝트는 신축이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역의 건축적 맥락을 이해하고, ‘영속성’이라는 개념에 응답하는 집이어야 했죠.”
데 라 에스파다(De La Espada)의 침대와 아르테미데 톨로메오(Tolomeo) 등을 둔 게스트 침실.
건축가 나이얼은 유행을 따르거나 판매를 위한 집이 아니라, 평생 머물 집을 만드는 걸 목표로 했다. 그렇게 완성된 집은 ‘아츠 앤 크래프츠 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의 시대를 초월한 정신을 품은 동시에 최첨단 패시브 하우스 기준을 충족했다. 지역 건축사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아츠 앤 크래프츠 운동의 선구자 에드윈 루티언스(Edwin Lutyens)가 자신의 첫 주택을 바로 인근에 지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프로젝트 전반을 관통하는 기준점이 됐다.
“단순히 과거 유산을 모방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장인 정신과 재료의 정직함, 세심하게 계산된 비례 그리고 에너지 효율을 결합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나이얼의 의도대로 건축은 철저히 저에너지 구조를 지향한다. 가벼운 스틸과 목재 프레임 위에 천연 단열재를 여러 겹 더했고, 외부는 전통 점토 타일의 지붕으로 완성했다. 창과 문은 모두 자외선 필터를 더한 3중 유리로 제작해 강한 햇빛은 부드럽게 걸러내고, 내부 온기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천창에서 떨어지는 빛이 욕조 위로 극적인 장면을 만든다. 틸 컬러 타일은 도무스(Domus). 세면대는 듀라빗(Duravit)의 ‘Happy D.2’.
그뿐 아니라 기계식 환기 시스템(MVHR)이 여과된 공기를 순환시켜 사계절 내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조성한다. 이 집에 진정한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은 빈티지 오브제에 담긴 이야기다. 부부가 암스테르담에서 12년간 거주하며 키워온 빈티지 디자인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새 가구는 거의 들이지 않았어요. 가구에 쌓인 빈티지한 파티나가 신축 건물의 신선함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죠.”
종이를 접은 듯한 형태의 천장과 높게 치솟은 박공지붕 아래의 낮은 창이 대비를 이룬다.
이들의 디자인 태도에는 코코 샤넬의 유명한 말도 영감이 됐다. ‘집을 나서기 전, 거울을 보고 한 가지를 덜어내라.’ “그 말이 방 하나하나를 대하는 저희의 원칙이 됐어요. 편집하고, 덜어내고, 불필요한 소음을 제거하는 것.” 이 집은 기억과 물성 그리고 사려 깊은 삶의 태도가 하나의 완성된 형태로 엮인 공간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남아 있을 ‘영속의 집’이다.
Credit
- 에디터 길보경
- 사진가 SIMON BEVAN
- 워드 앤 스타일링 JENNIFER HASLAM
-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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