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빈티지 컬렉터의 가구 갤러리 같은 거실

헤비 빈티지 컬렉터가 30여 년간 가꿔온 디자인 컬렉션.

프로필 by 이경진 2025.04.03
디자인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마이크 첸의 거실. 왼쪽부터 피에르 잔느레의 ‘Capital Complex‘ 암체어와 소리 야나기의 ‘Elephant’ 스툴, 에메랄드 그린 컬러 패브릭으로 장식된 장 프루베의 라운지체어 ‘D80’이 나란히 놓여 있다. 아치 형태의 천장은 장 프루베의 디자인에서 영감받은 것.

디자인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마이크 첸의 거실. 왼쪽부터 피에르 잔느레의 ‘Capital Complex‘ 암체어와 소리 야나기의 ‘Elephant’ 스툴, 에메랄드 그린 컬러 패브릭으로 장식된 장 프루베의 라운지체어 ‘D80’이 나란히 놓여 있다. 아치 형태의 천장은 장 프루베의 디자인에서 영감받은 것.

마이크 첸은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디자인 수집가 중 한 명이다. 마이크의 수집 여정은 인터넷 초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건축학과 학생이었던 그는 패션과 가구, 디자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날 BBS 게시판 시스템에 디자이너 가구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그는 점차 풍부한 지식과 디자인 작품 컬렉션을 쌓아갔고, 종종 취향의 의미에 대해 토론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마이크의 취향은 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뒤에 숨겨진 스토리에 대한 지식과 이해에서 나온 것이었고, 이런 사고방식은 그를 디자인 애호가가 되도록 이끌었다. 모조품인 줄도 모르고 구매한 첫 작품을 시작으로 현재 700~800여 점의 컬렉션을 모으기까지 30년간 이어진 수집 여정 동안 디자인에 대한 마이크의 사랑은 깊어만 갔다. 첫사랑과 같은 이탈리아 디자인부터 세련된 미니멀리즘까지, 마이크 첸의 디자인 컬렉션에는 수집품마다 고유의 스토리가 있다. 모든 오브제에는 디자인의 역사와 제작 철학, 세계 각지에서 제품을 수집하기 위해 애썼던 개인적인 여정까지 담긴 것이다.


벽면에 장식된 실버 컬러의 선 셔터는 빈티지 시장에서도 희귀한 피스로 손꼽히는 장 프루베의 디자인. 샤를로트 페리앙의 라운지체어 LC4, 프리드요프 F. 슐리파케(Fridtjof F. Schliephacke)가 디자인한 ‘Schliephacke’ 램프, 장 프루베의 폴딩 체어가 함께 놓였다.

벽면에 장식된 실버 컬러의 선 셔터는 빈티지 시장에서도 희귀한 피스로 손꼽히는 장 프루베의 디자인. 샤를로트 페리앙의 라운지체어 LC4, 프리드요프 F. 슐리파케(Fridtjof F. Schliephacke)가 디자인한 ‘Schliephacke’ 램프, 장 프루베의 폴딩 체어가 함께 놓였다.

마이크는 장 프루베, 찰스 & 레이 임스, 한스 J. 웨그너, 폴 헤닝센 같은 상징적인 디자이너에 대한 특별한 열정을 품어왔다. 그의 일상은 이들 작품으로 가득 차 있다. “저는 단종된 클래식 제품이 좋아요. 요즘은 새로운 걸 사는 게 너무 쉬우니까요. 아직 생산 중인 제품이라도 중고 시장에서 오래된 제품을 찾는 걸 선호하죠. 빈티지 제품을 만나는 과정은 매장에서 새 제품을 구매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정서적 경험을 줍니다. 게다가 중고 가구는 새 가구보다 더 환경친화적이죠.”


마이크 첸의 컬렉션은 지속적으로 변한다. 디자인 역사에 대한 그의 지식도 깊어지고 다양한 물건과 관계가 발전함에 따라 몇 가지 물건을 버리면서 새로운 순환까지 만들어낸다. 그의 깊이 있는 안목을 믿는 대만 디자인 커뮤니티의 많은 사람은 마이크의 컬렉션 가구를 구입하기를 열망한다.


아프리칸 세누포(Senufo) 스툴, 이사무 노구치의 램프 아카리 1A와 14A, 조지 나카시마의 코노이드(Conoid) 체어가 출입구에서 손님을 반긴다.

아프리칸 세누포(Senufo) 스툴, 이사무 노구치의 램프 아카리 1A와 14A, 조지 나카시마의 코노이드(Conoid) 체어가 출입구에서 손님을 반긴다.

마이크는 미니멀한 주방에서 푸어-오버 커피를 내려 친구들에게 건네곤 한다. 바 스툴은 한스 J. 웨그너의 CH58.

마이크는 미니멀한 주방에서 푸어-오버 커피를 내려 친구들에게 건네곤 한다. 바 스툴은 한스 J. 웨그너의 CH58.

IT 업계에서 일하는 마이크는 타이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타이중을 자신의 집이라 부른다. 타이중에 있는 그의 집은 같은 건물에 두 개 층을 사용한다. 한 층은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일상적인 가족생활을 위한 공간, 다른 층은 디자인에 대한 그의 열정과 통찰력을 보여주는 개인 박물관 같은 공간이다. 후자는 손님이 모여 식사하고 담소를 나누는 웅장한 거실 역할도 한다. 두 개 층의 주거공간 모두 대만 전통 주택의 레이아웃에서 벗어나 개방적인데, 덕분에 마이크의 집에선 어디에서나 디자인 작품이 시야에 들어와 그의 디자인 세계를 몰입도 높게 엿볼 수 있다.


마이크 첸은 대조적인 색으로 두 공간을 구분한다. 가족 공간은 검은색 바닥이 특징인 반면, ‘뮤지엄’ 공간은 흰색 바닥재로 마감했다. 마이크는 ‘가구 갤러리’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대만의 유명 디자인 회사 ‘스킬러빌리티뎁(Skillabilitydeb)’과 협업했다. 스킬러빌리티뎁은 이 공간의 천장을 그대로 노출시켜 약간 투박하고 산업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집 안 곳곳에서는 장 프루베에 대한 마이크의 애정이 드러난다. 프루베 스타일을 상징하는 타공 금속을 사용했고, 원형 컷아웃이 있는 빨간색 금속 벽을 통해 프루베의 미학을 완벽하게 구현하기도 했다.


(위) 마이크 첸이 흠모하는 디자이너 장 프루베에게 헌사하는 의미로 선택한 붉은색의 벽. 폴 케홀름이 PK9, PK33과 장 프루베의 타부레 메탈리크(Tabouret Métallique) 스툴, 베르너 팬톤의 플라워 포트 서스펜션 램프와 재스퍼 모리슨의 ‘Thinking Man’s Chair’ 역시 모두 레드 컬러로 수집했다. (아래) 따뜻한 나무 톤으로 구성한 독서 공간. 찰스 & 레이 임스의 DCM과 마르셀 브로이어의 S32를 테이블과 매치했다.

(위) 마이크 첸이 흠모하는 디자이너 장 프루베에게 헌사하는 의미로 선택한 붉은색의 벽. 폴 케홀름이 PK9, PK33과 장 프루베의 타부레 메탈리크(Tabouret Métallique) 스툴, 베르너 팬톤의 플라워 포트 서스펜션 램프와 재스퍼 모리슨의 ‘Thinking Man’s Chair’ 역시 모두 레드 컬러로 수집했다. (아래) 따뜻한 나무 톤으로 구성한 독서 공간. 찰스 & 레이 임스의 DCM과 마르셀 브로이어의 S32를 테이블과 매치했다.

크레인을 사용해 집으로 옮기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 높이 2.8m, 너비 1.8m의 빈티지 프루베 문도 압권이다. 이 문은 시각적으로도 멋질 뿐 아니라 디자인과 건축의 아름다운 결합을 상징한다. 컬렉션이 늘어남에 따라 마이크는 이 독특하고 시각적으로 강렬한 작품에 점점 더 매료되고 있다. 이 새로운 작품을 공간에 적용하기 위해 마이크는 주변 가구를 재배치해 집에 새로운 ‘전시공간’을 만들었다. 마이크는 자신의 공간을 큐레이터처럼 관리하며 몇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컬렉션을 교체한다. “나에게 디자인 컬렉션은 정원과 같아요. 나는 정원사가 식물을 가꾸는 것처럼 작품을 이리저리 옮기며 완벽한 장소를 찾은 다음 다시 옮기는 것을 즐깁니다. 배치하고 재배치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에요.” 흠잡을 데 없이 디자인된 이 공간은 때때로 마이크의 아내를 위한 요가 스튜디오로 변신한다.


아킬레 카스틸리오니(Achille Castiglioni)의 ‘스플뤼겐 브라우(Splügen Bräu)’ 펜던트와 브라질 모던 디자인의 아이콘인 페르시발 라페르(Percival Lafer)가 디자인한 ‘MP-81’ 소파.

아킬레 카스틸리오니(Achille Castiglioni)의 ‘스플뤼겐 브라우(Splügen Bräu)’ 펜던트와 브라질 모던 디자인의 아이콘인 페르시발 라페르(Percival Lafer)가 디자인한 ‘MP-81’ 소파.

마이크 첸.

마이크 첸.

수년에 걸쳐 마이크는 같은 생각을 가진 디자인 애호가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들 중 다수는 온라인을 통해 처음 그와 인연을 맺었다. 마이크 첸의 집은 이들이 모여 디자인을 탐구하고 토론하는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개인적인 전시공간은 매 순간의 필요에 따라 디자인과 생활의 완벽한 통합에 대한 마이크의 신념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기능과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며 진화하고 있다. 마이크 첸에게 디자인은 단순한 수집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의 연장선이자 자기 삶의 방식을 표현하고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마이크 첸이 ‘카펫 존’이라 부르는 공간. 폴 케홀름의 PK20 이지 체어, 네스팅 사이드 테이블, PK22 체어가 놓여 있다. 유리 상판의 커피 테이블은 폴 케홀름의 PK61. 창측 벽면 상단에 걸린 네온 조명 ‘Take Your Pleasure Seriously’는 찰스 임스의 아이코닉한 인용문을 주문 제작한 것.

마이크 첸이 ‘카펫 존’이라 부르는 공간. 폴 케홀름의 PK20 이지 체어, 네스팅 사이드 테이블, PK22 체어가 놓여 있다. 유리 상판의 커피 테이블은 폴 케홀름의 PK61. 창측 벽면 상단에 걸린 네온 조명 ‘Take Your Pleasure Seriously’는 찰스 임스의 아이코닉한 인용문을 주문 제작한 것.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글 KERSTIN YUHUA HSU
  • 사진가 CORTILI(LIVING INSIDE)
  • 아트 디자이너 김강아
  • 디지털 디자이너 민홍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