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표 디자이너의 일상 디자인
SWNA 이석우의 디자인은 언제나 본질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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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디자이너.
SWNA 이석우
」디자이너 이석우가 이끄는 SWNA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다. 의자나 스마트폰, 심지어 메달까지 그에게 모든 제품은 ‘도구’이며, 디자인은 언제나 본질에서 출발한다. 2011년 설립 이후 스타벅스의 리유저블 컵부터 구글 · 델 · BMW와 함께한 디자인 전략, LVMH의 비블로 시계탑 그리고 2018년 평창올림픽 메달까지 일상 도구와 글로벌 프로젝트를 넘나들며 SWNA만의 궤적을 그려왔다.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서비스의 경계가 다시 이어지는 지금, SWNA는 로보틱스와 피지컬 AI라는 낯선 언어를 실험 중이다.

하이마트를 위해 디자인한 전기주전자는 넓은 주입구와 원통형 몸체, 단면 손잡이로 이루어져 어떤 공간에도 잘 어울린다.

자주(Jaju)와의 첫 협업으로 제작한 ‘에어 퓨리피어(Air Purifier)’ 공기청정기.

MBC와 함께한 ‘태극기함 프로젝트’는 태극기 보관함과 깃대를 하나로 결합한 제품으로, 판매 수익금은 독립운동가 후원에 쓰였다.
작업실을 보면 디자이너의 시선과 태도가 보입니다. 작업 공간을 채우고 있는 물건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된 것인가요
기능적이고 사용 환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물건을 선호해요. 브랜드 제품이나 개성이 강한 오브제들이 풍기는 아우라에 압도당하면 정작 내가 디자인해야 할 대상에 집중하기 어려워요. 사무실의 집기와 오브제의 대부분은 직접 제작하거나 프로젝트에서 남은 부산물이에요. 물론 전시에 참여하면서 인연이 생긴 프리츠한센의 의자처럼 소장하는 제품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은 기능적 충실함과 절제된 디자인, 우수한 사용성 그리고 합리적 가격입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이런 기준들이 실제 디자인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초기 리서치 단계에서 다섯 가지 관점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의 방향성을 정리합니다. 클라이언트의 의도와 브랜드의 정체성, 실제 사용자와 니즈, 시장 내 유사 제품과 그 해결 방식, 사회적 · 문화적 · 경제적 맥락, 마지막으로 디자인 트렌드와 기술 변화. 이 다섯 가지 요소의 교집합을 찾고, 균형을 맞추는 일이 핵심입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치우칠 수도 없고, 사용성만 강조할 수도 없거든요. 디자이너의 관점을 무리하게 투영해서도 안 돼요. 결국 중요한 건 ‘본질’입니다. 프로젝트의 본질에 따라 다섯 축의 비중이 달라지기 때문에 본질을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각기 다른 프로젝트에서 설계해야 할 사물을 어떻게 읽어내고 의미를 구축하나요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사물이 왜 존재하는지 먼저 물어요. 대상이 가진 가장 근원적인 목적과 의미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죠. 우리가 만드는 산업 디자인 제품은 모두 도구예요. 아파트 디자인부터 쇼룸의 라이브러리 디자인 그리고 의자, 스마트폰, TV, 에어컨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을 ‘도구’로 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도구들이 사용자 중심에서 디자인돼야 한다는 점이에요. 사용자의 필요와 경험을 최우선에 두고, 그 관점에서 기능과 형태를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디자인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SWNA가 말하는 ‘본질’은 기능이나 형태를 넘어 더 복합적인 것을 포함하는 개념처럼 들립니다
본질은 단지 기능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구조나 맥락, 감성, 시대성까지 아우르는 개념이죠. 쉽게 설명하면 외계인을 만나 지구를 소개해야 한다면 어떤 물건을 보여주시겠어요? 저는 그 물건의 의미와 기능, 사용 방식이 명확히 드러나는 ‘본질적인’ 오브제를 고를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의자라면 장 프루베의 디자인을 택하겠습니다. 비누는 도브처럼 단순한 바 형태가 좋겠죠. 직관적이고 익숙한 형태야말로 비누라는 물건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이효정 디자이너의 ‘UUU’ 책꽂이.

목재 입자가 혼합된 필라멘트를 사용한 김규창 디자이너의 ‘클라우드(Cloud)’ 꽃병.

리버럴 오피스의 첫 번째 컬렉션 중 메탈 소재로 제작한 박채지 디자이너의 ‘옵비(Obvi)’ 커트러리 세트.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기능과 감성 혹은 메시지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는지
상황에 따라 달라지죠. 의료 기기를 디자인할 때는 정량성과 기능성이 최우선입니다. 의료진이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사용성을 중심으로 설계가 이뤄져야 해요. 반대로 트로피를 디자인할 경우 중요한 것은 기능보다 메시지예요. 그 형태가 상징하는 가치와 조형이 전하는 감정, 이야기, 수상자와 대중이 느끼는 감정적 반응이 핵심이죠. 둘 다 같은 입체 오브제지만 하나는 이성을, 다른 하나는 감성을 기반으로 해요. 그래서 디자이너는 각각의 상황에 맞게 균형점을 찾고, 본질에 도달해야 합니다. 결국 디자인은 기능과 감성, 메시지와 맥락 사이에서 ‘무엇이 이 오브제를 오브제로 만드는가’를 묻는 일이에요. 그리고 그 질문에 가장 명확하게 답하는 것이 본질을 향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품 디자인에서 ‘소재’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손이 자주 닿는 물건일수록 재료 선택에 따라 경험이 크게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소재는 단지 미적 요소나 촉감에 그치지 않아요. 재료를 선택할 때는 사용성과 제조 가능성, 환경 지속 가능성을 포함한 종합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대량생산을 전제로 최소 수백, 수천 개 이상 제작해야 하므로 생산성과 비용, 재활용 편의성, 유해성 등 여러 조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해요. 공예나 예술품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죠. SWNA는 자체적으로 신소재를 연구하고 아카이빙하며 시대 요구에 부합하는 재료를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만큼이나 어떤 것을 지양할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작업 과정에서 늘 경계하는 태도나 접근 방식이 있다면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유연한 클라이언트와 일할 땐 정반합의 변증법적 접근으로 신선하고 때로는 극단적인 아이디어도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죠. 반면 유연성이 떨어지는 클라이언트는 신선한 제안에 부담을 느끼고, 걱정이 많아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어요. 디자이너 역시 유연성이 부족하면 혁신적인 디자인을 만들기 어렵고, 사회적 가치나 환경적 책임도 달성하기 힘듭니다. 산업 디자이너에게 유연성은 매우 중요해요. 그 영향력은 소재 선정부터 공공 디자인, 건축에 이르기까지 사회와 환경 전반에 걸쳐 나타납니다.
SWNA의 실무 중심 작업과 별개로 디자이너들이 주도하는 독립 브랜드 ‘리버럴 오피스’를 전개하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됐고, SWNA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리버럴 오피스는 디자이너 주도의 실험적 제품을 양산 · 판매하는 컬렉티브 브랜드예요. SWNA가 외부 클라이언트를 위한 실무 중심의 디자인 스튜디오로 ‘생각을 끄집어내 퍼주는 일’이라면, 리버럴 오피스는 ‘내 안의 생각에 집중하는 일’을 하는 창작 플랫폼이죠. 두 브랜드는 방향은 달라도 서로를 보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Credit
- 에디터 권아름
- 아트 디자이너 김강아
- 디지털 디자이너 김려은
- COURTESY OF SW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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