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 작가의 제주 유니버스 1
감각의 실험장이 된 도시 속 기지와 다섯 식구의 삶을 품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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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가 제주에서 우연처럼 시작된 자신의 기지와 오랜 계획 끝에 완성한 집을 통해 삶과 작업, 일상과 실험의 경계를 다시 그린다. ‘포트(Port)’라는 이름의 건물은 제주시 원도심에 있는 낡은 상가를 개조해 만든 복합 공간이다. 이곳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그의 집은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사적인 공간이다. 두 공간은 성격이나 기능이 다르지만, 모두 이광호의 미감과 태도 그리고 협업하는 방식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의도보다 즉흥적으로 완성한 공간 포트와 가족의 삶을 위해 고민한 끝에 지어진 집. 두 세계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팽창하면서 이광호라는 한 작가의 세계관에 흥미롭게 공존한다.



이광호는 우연히 동문시장 근처에서 발견한 오래된 건물을 매입했다. 계획은 없었다. 다만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 좋아하던 동네를 동생들과 함께 거닐다가 ‘매매’라고 쓰인 작은 표지를 보고 한 건물에 관심을 가졌고, 그렇게 생겨난 포트는 결과적으로 자신을 위한 작업실이자 도시를 위한 복합 공간이 됐다.



1층은 베를린 베이스의 카페 브랜드 ‘더 반’, 2층은 전시 공간, 3층은 게스트하우스, 4층은 이광호의 소규모 작업실. 산지천과 항구를 낀 이 지역은 과거 제주의 명동으로 불릴 만큼 번성했으나, 신제주 개발 이후 점점 쇠락했다. 저는 이 동네의 감각을 다시 일깨우는 방식으로 건물을 레너베이션했다. 오랜 협업자인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아르(Arr)’와 함께였다. “포트 1층에 ‘더 반’이 입점하면서 골목에 활기가 생겼어요. 요즘은 젊은 러너ㅋ들이 달리다 카페에 들르기도 하죠. 사실 포트는 클라이언트가 존재하지 않는 작업이었어요. 이광호와 아르의 협업 작품이죠. 우리 감각을 믿어보자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했고, 이렇다 할 도면 없이 무수한 대화를 통해 공간을 완성했어요.” 각 층마다 용도는 다양하지만, 하나의 일관된 태도로 엮여 있다. 남겨두는 일.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계단실의 본드 자국을 지우지 않고, 용도 변경을 위해 막은 창의 흔적을 감추지 않으며, 천장과 벽은 본래 구조물과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포트에서 ‘러프함’이라는 테마는 이광호와 아르의 감각적 해석을 통해 하나의 조형 언어가 됐다. 도면 대신 대화를 선택했다. 그런 즉흥성은 불완전함을 견디는 힘에서 비롯됐다. 포트는 기능이나 용도를 넘어 작가 이광호와 아르의 취향과 미학 그리고 협업이라는 행위를 드러낸 무대와 같다.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사진가 맹민화
- 아트 디자이너 김강아
- 디지털 디자이너 김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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