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마 스토어가 집으로 바뀐 사연
코펜하겐 디자인 위크 기간, 프라마가 제안한 새로운 삶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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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마 스토어에 전시된 스트럭처 오브 리빙 구조물.
NIELS STRØYER CHRISTOPHERSEN
」올해 프라마는 ‘스트럭처 오브 리빙(Structures of Living)’이라는 주제로 모듈형 인테리어 시스템을 선보였다. 어떤 질문에서 시작된 전시인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할 순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알루미늄 소재의 레일을 결합해 가구와 생활용품을 다양하게 배치했다. 아트 앤 크래프트 운동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이 레일 시스템은 베를린 ‘부 스토어(Voo Store)’에서 먼저 선보였다. 그땐 벽에 일렬로 붙이는 형태에 불과했지만, 그 설치를 통해 유연한 공간 활용에 대한 개념이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파리에서 벽 설치가 불가능한 공간에 ‘Frama × Beni’ 러그를 선보여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레일을 3차원 매트릭스 형태로 확장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렇게 ‘스트럭처 오브 리빙’이 탄생했다. 단순하지만 역동적인 3차원 그리드 구조에 매료된 우리는 이 개념을 좀 더 극단으로 밀어붙이고 싶었다. 프라마의 비정형적 컬렉션과 고정된 구조 사이의 흥미로운 긴장을 실험해 보고 싶었달까.

알루미늄 레일에 매달린 프라마의 프티 론드 시리즈.
하나의 구조물에 수면과 식사, 일, 휴식 등 삶의 여러 층위를 담아내려는 시도에서 브루노 무나리의 ‘아비타콜로(Abitacolo)’가 떠올랐다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우리 자신은 물론, 보는 이에게도 영감을 주고 새로운 생각을 유도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원래 다 이런 거지’라며 사고방식을 쉽게 고정하곤 한다. 하지만 다른 게 아니라 디자인 위크니까 흰 캔버스처럼 여기고 자유롭게 접근하고 싶었다. 7.5×7.5m의 한정된 공간에서 ‘완전한 주거 경험’을 보여주는 건 지금 시점에서 꽤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주거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이런 개념이 잘 와닿는 도시가 아닐까? 집값은 둘째 치고 집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
결과적으로 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집은 매우 사적이고 개별적인 공간이다. 때문에 우린 특정한 형태의 ‘이상적인 집’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필요와 삶의 방식에 맞춰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영감을 주려고 한다. 공간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새것과 오래된 것, 다양한 재료, 따뜻함과 차가움, 부드러움과 단단함, 화려함과 절제 사이의 조화를 믿는다. 편안함과 미니멀리즘, 맥시멀리즘에 대한 욕구 역시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는 이 모두를 포용하면서 ‘개인화된 공간’에 방점을 두고 있다.

프라마 대표 닐스 스트뢰예르 크리스토페르센.
함께 선보인 새로운 컬렉션 ‘프티 론드(Petit Rond)’ ‘시메트리(Symmetry)’ ‘레이시오(Ratio)’는 각각 뚜렷한 이야기와 감성을 담고 있다
프라마의 포트폴리오는 외부 디자이너와 건축가의 작업, 인하우스 디자인이 어우러진 결과다. 이렇게 균형 있는 조합이 우리만의 역동적 세계관을 유지하는 핵심 중 하나다. 세 컬렉션 모두 외부 디자이너의 작업이지만, 구조가 명확히 드러나고 직관적이라는 점에서 프라마의 DNA를 담고 있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직함과 솔직함이 담겨 있다는 말이다. ‘프티 론드’는 작지만 강한 인상을 주는 독특한 의자로, 프라마 컬렉션 중 처음으로 스태킹이 가능한 디자인이다. ‘시메트리’ 체어는 얇게 켜낸 물푸레나무와 짜임이 돋보이는 웨빙 시트를 간결한 이음 구조로 결합한 것이며, ‘레이시오’는 프라마가 처음 선보이는 독립형 수납장으로 단순히 가구를 넘어 작은 건축물처럼 다가온다는 특징이 있다.
컬렉션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과거 한 인터뷰에서 “사물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제품이 누군가의 집에서 친구처럼 느껴지길 바란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 믿음은 여전한지
여전하다. 집 안에 들이는 모든 것이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태도는 정말 건강하고 온전한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정성스럽고 따뜻한 한 끼와 그저 대충 때우는 맛없는 음식의 차이가 아닐까?

프라마가 제안한 모듈형 인테리어 시스템. 침대를 둘 공간이 없다면, 위로 올려 버리면 그만이다.
2010년 시작된 프라마는 어느새 15년을 맞았다. 변화와 확장을 거치면서 지켜온 것은
프라마는 디자인 중심의 브랜드다. 가구나 생활용품, 조명, 케어 등 컬렉션 전반에서 브랜드의 정체성과 진정성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일관성을 지키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바로 이런 점이 변화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핵심이었다. 많은 브랜드가 성장 과정에서 방향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처음부터 디자인을 중심에 두고 점진적이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성장하는 데 집중했다. 컬렉션에 F&B 요소를 접목해 디자인을 경험으로 확장한 것 역시 같은 일환이다. 2012년 프레데리크 빌레 브라헤(Frederik Bille Brahe)와의 첫 협업, 미켈 카르스타드(Mikkel Karstad)와 함께한 ‘롱 테이블 개더링(Long Table Gatherings)’ 이벤트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후 2020년에는 키아라 바를라(Chiara Barla)와 함께 스토어 1층에 속한 카페 ‘아포텍 57(Apotek 57)’을 열었고, 지난여름엔 리카르도 마르콘(Riccardo Marcon)과 ‘바 비트린(Bar Vitrine)’을 오픈했다. 이처럼 접점을 확장하며 또 다른 형태의 만남과 공간을 그려나가는 중이다.
덴마크 디자인의 계보 속에서 프라마는 비교적 젊은 브랜드지만 묘하게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것 같다
1950년대 덴마크 디자인의 황금기는 지금 봐도 흥미롭다. 당시 디자이너들은 가구나 생활용품, 그래픽, 건축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업을 펼쳤다. 나무와 금속, 울 같은 소재를 능숙하게 다뤘다. 그런 다면성은 지금까지 덴마크 디자인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정신이 다소 정형화되거나 안전한 방식으로 계승되는 경향도 보인다. 우리는 이런 전통을 존중하되 그 안에 머물기보다 창의적 긴장감과 실험을 더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싶다. ‘틀을 깨는 사고방식’과 ‘새로운 감각에 대한 열림’이 작지만 의미 있는 균형을 더하고 있음을 믿는다.
Credit
- 에디터 윤정훈
- 아트 디자이너 김강아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 COURTESY OF FR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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